[주간政談<상>] 與 무더기 표결 불발…내란 주범 의심 추경호


김용현 전 장관 자택 앞 취재진으로 북적
여야, 국방위에서 한목소리로 군(軍) 질타

더불어민주당은 6일 추경호(사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불법 계엄 내란 사태의 공범이라며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불법계엄이 선포된 긴박한 상황에서 자당 의원들을 국회가 아닌 당사로 유인하고, 혼란 부추겨 계엄해제 요구안 표결을 방해했다는 이유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무장한 군이 헬리콥터를 타고 '민의의 전당' 국회에 진입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었다. 야당 의원들은 폐쇄된 국회 문을 뒤로 하고 담을 넘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장소를 바꿔 당내 혼선을 빚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추 원내대표가 '내란 사태 공범'이라며 고발했다. 군 지휘부 명령을 이행한 군 장병은 잘못이 없다. 비록 국회 본청 창문을 깨고 진입하긴 했지만 대치하는 보좌진과 시민들에게 위협을 가하진 않았다. 책임 있는 군 수뇌는 계엄 사태에 관한 질의에 모르쇠로 일관해 비판을 받았다. 다행히 6시간 만에 비상계엄 사태는 일단락됐다. 역사에 기록될 '계엄의 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야당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자당 의원들에게 국회가 아닌 당사로 모이게 해 계엄 해제를 막으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은 추 원내대표, 한동훈 대표, 장동혁 최고위원. /박헌우 기자

◆미궁 속 빠진 '계엄의 밤' 추경호…당내서도 '공범' 의혹 제기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계엄령 선포 이후 '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을 하는 본회의장에 없었어?

-응. 추 원내대표는 4일 새벽 본회의에 상정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 당시 본회의장이 아닌 같은 건물 내 원내대표실에 있었다고 해. 재적 의원 300명 중 재석 의원 190명 전원 찬성으로 결의안이 통과되는 시간에 여당 원내대표는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은 거야.

-본회의에 앞서 비상 의원총회 장소를 두고도 한동훈 대표와 추 원내대표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내부 혼선을 빚기도 했어. 추 원내대표는 국회→중앙당사→국회 본관→중앙당사 순으로 총 4번 장소를 변경해 당 의원들에게 문자를 전송했어. 반면 한 대표는 현역 의원의 핸드폰을 빌려 "당 대표 한동훈입니다. 의원님들은 본회의장으로 오십시오. 이것은 당 대표 지시입니다"라는 글을 직접 의원 단체 대화방에 올리는 등 본회의장 집결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어.

- 과정에서 국회 외곽문을 폐쇄하고 국회의원과 직원들의 출입을 막는 군과 경찰에 의해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국회 본관에서 진행된 본회의에 참석하지 못했고, 이들은 중앙당사에서 표결을 지켜봤다고 해.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당내에서는 추 원내대표 행동의 속뜻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어. 표결에 참여한 한 국민의힘 의원은 추 원내대표에게 분노(?)가 담긴 수위 높은 비판을 하기도 했어. 이 의원은 기자들에게 "추 원내대표가 의원들 못 들어가게 지금 계속 헷갈리게 하고 있다"며 "무슨 목적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어.

이태형(왼쪽 세번째) 민주당 법률위원장이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민원실 앞에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내란죄(부화수행) 혐의 고발장을 접수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은 추 원내대표를 '내란죄' 혐의로 고발했다고?

-응. 민주당 법률위는 6일 "추 원내대표는 국민이 부여한 국회의원으로서의 권한과 의무를 몰각하고 국회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저지함으로써 내란죄에 가담했다"며 내란죄 혐의로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어.

-추 원내대표 입장은 뭐야?

-추 원내대표는 시간대별 상황을 공개하며 민주당이 제기한 의혹을 반박했어. 장소를 재차 바꾼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다 있었다는 거야. 원내대표실에 따르면 추 원내대표는 애초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 비상의총을 소집했어. 그러다 국회 통제로 인해 장소를 당사로 변경했어. 이후 추 원내대표는 한 대표와 함께 국회로 이동하면서 장소를 다시 국회로 바꿨지만 또다시 출입이 막히자 당사로 의총 장소를 변경 공지했어.

-추 원내대표는 우원식 국회의장과의 통화에서 "너무 급하지 않나. 저희가 들어갈 시간을 줘야 하지 않나"라며 의원들을 모으는 시간을 달라고 했지만 본회의는 개의했고, 직전엔 원내대표실 앞까지도 봉쇄됐다는 게 추 원내대표 측 설명이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직접 건의한 인물로 이른바 계엄 핵심 관계자로 꼽힌다. 김 전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할 예정이었지만 회의 직전 윤 대통령이 김 전 장관의 사의를 수용하면서 불참했다. /남윤호 기자

◆'계엄 핵심' 김용현, 오리무중...자택 앞 몰려든 취재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자택 앞이 취재진으로 북적였다고?

-응. 김 전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직접 건의한 인물이야. 이른바 '계엄 핵심 관계자'인 셈이지. 애초 김 전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참석하겠다고 밝혔어. 하지만 회의 직전, 윤 대통령이 김 전 장관의 사의를 수용하면서 '자연인' 신분이 됐지. 동시에 국회에 출석할 의무도 사라지게 된 거야.

-국방위에는 김 전 장관을 대신해 김선호 국방부 차관이 직무대리로 출석했어.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도 모습을 드러냈지. 하지만 이들은 계엄과 관련한 질문에 대부분 '잘 모른다'로 일관했어. 결국 김 전 장관의 '입'이 중요해진 거야. 그래서인지 적지 않은 취재진이 김 전 장관의 집으로 모여들었어.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던 짓궂은 날씨였지만, 사안이 사안인지라 모두 묵묵히 김 전 장관을 기다렸어.

김 전 장관은 지난 5~6일 이틀에 걸쳐 단 한 차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언론을 통해 몇몇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김 전 장관 자택 앞 전경. /장윤석 기자

-주민들은 김 전 장관을 모르는 상태였다고?

-응. <더팩트>가 만난 주민들은 김 전 장관의 집 주소가 이곳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입을 모았어. 한 주민은 "이곳에 20년 넘게 살았는데 국방부 장관은 처음 들어 본다"며 "그나마 알려진 사람은 DJ(김대중 전 대통령) 셋째 김홍걸 씨, 정두언 전 국회의원뿐"이라고 말했지.

-또 다른 주민은 "김 전 장관이 산다는 집 위층 사람을 내가 잘 안다"며 "물이 샌다며 크게 다퉜던 모양인데 그럼 그 사람이 김 전 장관의 가족이었단 거냐"라고 놀라워했지. 그러면서 "내란의 수괴가 여기에 살고 있다니"라며 "계엄이 터졌을 때 국회로 갔었는데 그때 막을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라고 했어.

-김 전 장관은 모습을 드러냈나?

-아쉽게도 김 전 장관을 만나지 못했어. 5일 자정에 가까운 시간까지 기다려봤는데 김 전 장관은 나타나지 않더라고. 6일에도 김 전 장관의 집 앞으로 가봤는데 역시 만나지 못했어. 김 전 장관을 직접 만날 수 있었다는 보도 자체도 아예 없었지.

-대신 김 전 장관은 몇몇 언론에 찔끔찔끔(?) 입장을 내놓긴 했더라고. 김 전 장관은 '구국의 일념'으로 계엄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야. 그만큼 당당하다면 하루속히 국민 앞에서 진상을 소명해야 할 것 같아. 45년 만의 계엄이라는 역사(?)를 쓴 인물이 이렇게 꼭꼭 숨어버리다니. 훗날 김 전 장관을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김선호 국방부 차관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왼쪽은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배정한 기자

◆"몰랐다"만 반복에…여야 구분 없이 군(軍) 질타

-지난 5일 국방위원회에서 여야 모두 군 당국을 향한 질타를 쏟아냈던데?

-이날 초유의 비상계엄 사태에 이를 직접 수행한 군 수뇌부에게 경위를 따져 묻기 위해 국방위에서 현안질의를 열었어. 그런데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사의가 회의 직전에 수용되면서 장관 없이 '반쪽짜리'로 진행됐어. 문제는, 장관 직무대리로 출석한 김선호 차관과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몰랐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이었어. 그러자 여야 모두 비판에 나섰지.

-황희 민주당 의원이 '들어오지 말았어야 할 국회에 군인들이 왜 들어온 거냐'고 묻자 김 차관은 "실제 병력이 들어가고 한 것은 뭐 계엄사 이런 쪽에.."라고 말끝을 흐렸고, 왜 헬기까지 동원했냐는 질문에도 김 차관은 "글쎄. 제가 그 이유를 알고 있지 않다"고 발뺌을 했지.

-심지어 계엄사령관이었던 박 총장조차 "국회에 군이 들어온 이유를 정확하게 모른다"고 답했어. 박 총장은 국회의원을 국회에 출입 못 하게 하면 국헌 문란이 아니냐는 황 의원의 질의에도 "그 부분도 몰랐다"고 했지. 이에 박범계 의원은 "본인의 무능, 잘 모르는 것, 법에 무지한 걸로 넘어가려고 한다"고 일침을 날리기도.

김선호 국방부 차관과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5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비상계엄에 관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배정한 기자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도 이들에게 "언론에 난 부분들도 아직 숙지를 못하고 이 자리에 앉아 있다. 파악해서 오셨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지. 이에 박 총장은 또 "제가 잘 모르는 부분이 많다"고 했어.

-부승찬 의원은 '패싱'을 지적하기도 했어. 부 의원이 '사복 차림의 방첩사 인원들이 중앙선관위에 진입한 걸 알고 있냐'고 묻자 박 총장은 또 "죄송하지만 잘 모른다"고 답했고, 이에 부 의원은 "그러니까 패싱당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지.

-계엄사령관과 국방부 차관도 '패싱'할 만큼 극소수 정권 핵심에 의해 은밀히 진행된 비상계엄. 풀어야 할 의혹이 아직도 한두 개가 아닌 것 같아.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설상미 기자, 김수민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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