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5일 비상계엄을 건의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을 면직했다. 비상계엄 책임자 문책이라는 여권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날 예정된 국회 국방위원회의 현안 질의에 출석을 피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오늘 대통령은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사의를 수용해 면직을 재가했다"며 "신임 장관 후보자로 최병혁 주사우디아라비아대사를 지명했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최 후보자는 육사 41기로 1985년 임관해 22사단장, 5군단장, 육군참모차장,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등을 역임한 예비역 육군대장"이라며 "국방·안보 분야 전반에 넓은 식견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후방 각지의 야전 경험이 풍부한 작전 전문가"라고 설명했다.
이어 "헌신적 자세로 임무를 완수하고 규정을 준수하는 원칙주의자로 상관에게 직언할 수 있는 소신도 겸비해 군 내부에서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다"며 "국방·안보 분야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높은 식견을 바탕으로 굳건한 한미동맹에 기초해 확고한 군사 대비 태세를 유지하는 등 군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적임자라 판단한다"고 부연했다.
김용현 전 장관은 전날 "비상계엄과 관련해 국민들께 혼란을 드리고 심려를 끼친 데 대해 국방부 장관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할 당시 이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위헌·위법적 비상계엄이라 규정하며 김 전 장관과 함께 윤 대통령과 이상민 행안부장관을 내란죄로 고발한다는 계획이다. 전날 오후에는 김 전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이번 발빠른 인사는 민주당이 탄핵을 발의해 표결을 앞둔 가운데 여당의 책임자 문책 요구를 수용해 당론 분열을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전날 오전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내각 총사퇴, 김 전 장관 해임 등 책임 있는 사람들에 대한 엄중한 책임 추궁, 대통령의 탈당 등 윤 대통령에 대한 요구사항을 논의했다. 이어 이날 자정을 넘겨 시작된 본회의에 앞서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확정했다.
아울러 김 전 장관의 국방위 출석을 막기 위한 의도도 있지 않냐는 분석이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이날 오전 긴급 현안질의를 위한 전체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 김 전 장관을 비롯해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관, 여인형 방첩사령관 등의 줄석을 요구했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이 면직되면서 출석 의무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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