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에 돌입하는 첫 해 예산부터 손발이 묶일 위기에 놓였다.
'양극화 타개'라는 새 국정 기조를 내세웠지만 경색된 정국 속에서 대통령실 내부 예산조차 줄삭감되며 정책적으로도 쉽지 않은 행보가 예고되는 모습이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지난 21일 전체회의에서 내년 국회·국가인권위원회·대통령비서실 및 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 소관 예산안을 심사하며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의 특수활동비 82억여 원을 전액 삭감한 채 의결했다. 대통령경호처 예산은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여야는 전날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에서 특활비를 두고 이견을 보이며 합의에 실패했는데 이날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예산안을 상정해 통과시킨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크게 반발하며 의결 직전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퇴장 직전 여당 간사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마음대로 작성해서 올린 운영위 소관 예산을 보니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이중잣대의 극치"라며 "대통령실을 아예 멈추려고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많은 국민들이 지금 당장 정부를 멈추게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좀 해 달라는 게 국회에 대한 요구"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운영돼야 되겠기에 경호처 예산도 다 살리고 인권위 예산도 다 살렸다. 정부를 살리고 지키려 하는 쪽이 야당이고 정부를 포기하려는 쪽이 여당인 이 모습이 너무나 기괴하다"고 반박했다.
여야의 극한 갈등 속에 대통령실 집안살림조차 불안해진 셈이다. 최종안은 차후 조율 과정을 거치며 수정될 가능성이 있으나 임기 후반기에 맞이하는 첫 해부터 시작이 녹록지 않은 형국이다.
특히 이런 여야의 예산 충돌이 대통령실 예산뿐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만큼 정책의 기본적인 동력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일례로 정부가 내년 경주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위해 편성한 예산도 야당이 대폭 삭감을 요구하면서 결국 보류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후반기를 맞아 기존 4+1 개혁과 함께 양극화 타개를 새로운 국정기조로 제시했다. 전반기에 거시경제 회복이라는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는 판단 아래 정부가 분배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기존 방향과 달리 재정 확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여소야대 및 극한 갈등 정국에서 이를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윤 대통령은 지난 22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 "후반기 국정을 출발하면서 양극화 타개를 위해 전향적인 노력을 펼치겠다"며 "민생과 경제의 활력을 반드시 되살려 새로운 중산층의 시대를 열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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