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김건희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1심 무죄를 기폭제 삼아 내달 10일 예정된 특검법 재표결에 총력을 다할 전망이다. 당원 게시판 문제로 생긴 국민의힘의 갈등을 파고들며 이탈표를 노리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취임 후 25번째 재의요구다. 앞서 윤 대통령은 야당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특검법은 삼권분립에 어긋나 위헌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국회로 돌아가 재표결 절차를 밟게 된다.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과 회동한 여야 원내대표는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내달 10일 본회의를 열어 특검법 재표결을 하기로 합의했다.
민주당은 당초 28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재표결을 처리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일정을 늦추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위증교사 1심 선고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대여 투쟁 노선에도 힘이 실렸기 때문이다. 사법리스크가 일정 부분 해소된 이상 공수를 교대해 김 여사 문제로 정국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민주당에겐 유리하다. 또 내달 초까지 김 여사와 관련된 부정적 여론을 키운다면 국민의힘을 향한 압박 수위도 높아질 것이라고 대체로 본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의장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여당과 야당이 총력을 갖고 표결에 참여해야 하므로 날짜를 정확히 예정해서 충분히 대비할 수 있게 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당원 게시판 논란으로 친한계(친한동훈계)와 친윤계(친윤석열계) 사이의 갈등 골이 깊어진 점 역시 민주당이 주목하는 부분이다. 논란이 수면 아래로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은 데다 이 대표의 무죄로 이목이 오히려 국민의힘의 내분으로 쏠리고 있어서다. 재표결 정족수는 200석으로 여권에서 최소 8명의 찬성표가 나와야 특검법은 통과된다. 여권의 분열이 격렬해지는 상태에서 친한계의 이탈표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더팩트>에 "한 대표가 코너에 몰려있다. 친윤계 의원들도 등판하고, 최고위에서도 공개 발언이 나오는 걸 보니 국민의힘 게시판 문제가 이대로 끝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한 대표의 반응을 보니 이판사판으로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기다렸다 재표결을 한다면 이탈표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언급했다.
다만 민주당 내에선 국민의힘의 갈등이 깊어지더라도 8표 이상의 이탈표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보는 분위기도 있다. 한 중진 의원은 "게시판 문제를 국민의힘에서 조치했다면 (조직적 이탈표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아직 위험 수위를 넘어간 건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도 "쉽게 통과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이재명 대표가 1심에서 예상외로 무죄가 나왔기 때문에 이 시점에 여권이 흔들리게 된다면 야권에 어부지리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이 있을 것"이라며 "그래서 위기감을 느껴 여권이 결속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이 내달 10일 재표결에서 폐기될 경우 새로운 법안을 다시 발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200표를 못얻더라도 다시 특검을 재발의한다는 원칙은 변함없다"며 "재발의 시점은 아직 얘기되고 있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상설특검 규칙 개정안과 검사 탄핵 소추안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내달 2일 본회의에서 이창수 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보고하고 4일에 의결하기로 했다. 강 원내대변인은 "검사도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탄핵 대상이 된다는 원칙이다. 상대적으로 조율할 문제가 아니라 이 부분은 따져 물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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