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위증교사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한고비 넘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생·경제 행보에 팔을 걷어붙였다.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분명히 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중도·외연확장의 과제를 안은 이 대표는 '우클릭'에 대한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이 대표는 '1심 무죄' 다음날인 26일, 민생을 전면에 내세웠다. 여당의 공세도 적극적으로 받아쳤다. 이 대표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재판 결과는 존중하지만 수긍은 어렵다'고 한 데 대해 "한 대표님은 제 재판보다는 민생에 좀 신경 쓰시는 게 좋겠다"고 일갈했다. 이어 그는 한 대표를 두고 "특검을 하겠다고, 제3자 특검 노래를 부르시다가 갑자기 반대하고, 상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주장을 좀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또 정부·여당의 태도가 반대로 바뀐 것 같다"며 "그런 문제를 조정하는 게 여당 대표가 할 일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민주당은 소상공인·노동자·농민을 중심으로 한 민생연석회의를 출범했다. 그간 당 '을지로위원회'가 개별 사안을 중심으로 민생 문제 해결에 나섰었는데, 민생연석회의는 구조적·장기적인 관점에서 의제를 다룰 예정이다. 이 대표는 연석회의의 공동의장을 맡아 직접 챙긴다.
이 대표는 이날 출범식에서 분과별 의제를 점검하는 한편 정부 정책에 비판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주식시장 상황을 우려하며 "전적으로 정부의 무능과 무관심, 무지, 불법 때문"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지금 주식시장이 많이 안 좋은데, 다른 나라의 주식시장은 상승 국면인데 대한민국 주식 시장만 계속 하강국면"이라며 "경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생의 핵심은 경제인데 정부가 역할을 전혀 못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특히 상법 개정을 민생 문제로 보고 개정 의지를 재확인했다. 앞서 이 대표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공언하면서 상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는 "상법을 개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소위 우량주를 불량주로 만들어도 괜찮다는 것"이라며 "(개정에 찬성하던) 정부의 태도가 돌변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물적 분할, 합병해서 알맹이를 쏙 빼먹어도 아무 문제 없다는 것인데, 앞으로도 계속 빼먹으려는 건가"라며 "주가조작과 통정매매 등 온갖 불공정 거래가 횡행하는 주식시장에 누가 투자하겠냐"고 했다.
민생회복지원금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소비쿠폰을 발행해 전 국민에게 지급하면 몇 배의 소비승수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런데도 정부가 하지 않는다. '공짜로 주다 보면 국민들이 자꾸 이런 것에 기대지 않을까'하는 생각 때문인가"면서 "국민을 권력의 주체나 이 나라의 주인이 아닌 지배의 대상, 통치의 대상, 객체로 취급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당분간 민생 행보를 이어간다. 오는 27일에는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주제로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육계 현장 간담회를 개최한다. 28일에는 한국거래소를 찾아 국내 주식시장 현황을 점검하고 상법 개정안에 대한 업계의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중도·외연확장 행보에도 박차를 가한다. 이 대표는 오는 28일 이명박정부 출신인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오찬을 한다. 이 전 법제처장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하는 '임기단축 개헌'을 주장한 바 있다.
정성호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 대표는) 다수당의 당대표로서 지금 민생이 굉장히 어렵지 않나. 국민들의 어려운 부분들을 정기국회 과정에서, 또 입법과 예산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는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