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이재명…'尹·與·檢' 향한 칼날 세우는 野


선거법·위증교사 '1승1패'…정치적 기사회생
리스크 여전하지만…반등 노리던 尹·韓 전략 차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위증교사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대표가 이날 중앙지법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위증교사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벼랑 끝에서 살아남았다. 민주당 내에서도 우려가 컸던 사안인데 법원 판단으로 이 대표와 당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그러나 공직선거법 항소심과 대장동, 대북송금 재판 등 넘어야 할 고비는 여전하다.

정치권에선 이번 선고로 사법리스크의 압박 에서 이 대표가 시간을 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리한 기소가 입증됐다는 점에서 윤석열 정권과 검찰, 국민의힘을 향한 공세의 명분도 쌓았다. 또한 이 대표의 유죄 판결을 정치적 전환점으로 삼으려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전략을 파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는 이날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공판을 열고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재명에게 김진성이 위증을 하도록 결의하게 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15일 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1심 선고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지 열흘 만에 나온 결과다. 선거법 집행유예로 한차례 치명상을 입은 가운데 위증교사 사건까지 유죄가 나온다면 이 대표의 정치적 앞길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당초 당에서도 공직선거법보단 위증교사의 유죄 가능성을 높게 보는 기류가 있었다. 2연타로 유죄가 나온다면 당내 리더십은 물론 대권 가도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험 수위가 더 높았던 사안에서 무죄를 받으며 이 대표는 걸림돌 하나를 치우게 됐다. 플랜B를 찾으려던 비명계의 움직임도 탄력을 받긴 어려워졌다. 선거법 집행유예 이후 퍼졌던 당 내부의 불안감도 어느 정도 걷힐 전망이다.

그럼에도 최악의 결과를 피했을 뿐 사법리스크는 여전히 이 대표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당장 선거법 1심에서 예상보다 무거운 형량을 나은 데다 대장동·백현동 개발과 성남FC, 대북송금, 법인카드 사건까지 남은 재판이 여럿이다. 법원에서 선거법 사건의 2·3심 판결을 선고일로부터 각각 3개월 이내 처리하도록 한 규정을 준수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내년에 피선거권이 제한되는 대법원 결과를 안아 들 수 있다. 정치권에서 "이 대표가 잠시 시간을 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 한숨을 돌린 것으로 봐야 한다. 당내에서도 플랜B 이야기는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똘똘 뭉친다. 당분간 이 대표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이라면서도 "관건은 내년에 있을 선거법 위반 항소심 재판이다. 항소심에서도 만일 유죄가 나오면 민주당도 후보 교체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최악의 결과를 피했을 뿐 사법리스크는 여전히 이 대표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이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후 법원을 나서면서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개인 입장에선 리스크가 여전하나 이 대표가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 상대로는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민의힘에서는 이 대표의 연이은 유죄 선고를 바라는 분위기가 많았다. 악재를 떨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날 판결로 기세는 한풀 꺾이게 됐다. 당내 입지를 점차 잃어가는 한동훈 대표도 이 대표의 유죄를 내세워 당원게시판 문제 등을 일단락하려 했지만 이 대표가 전략을 차단한 셈이다. 한 대표는 SNS에 "위증한 사람만 유죄이고 위증교사한 사람은 무죄라는 위증교사 1심 무죄 판단을 수긍하기는 어렵다"며 판결에 불만을 드러냈다.

검찰의 기소 논리를 뒤집었다는 점에서도 이날 판결은 이 대표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치검찰'이라는 민주당의 프레임에 힘이 실리는 것은 물론 김건희 여사 문제와 대비되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과 검찰개혁 법안 추진, 명태균 의혹 공세 등에 힘을 쏟으며 정국 주도권을 놓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꺼져가던 대권주자의 불씨를 되살린 만큼 이 대표는 민생 행보에 몰두해 대권 주자로서의 진중한 모습을 보이는 데 집중할 수도 있다. 정부와 여당을 향한 공세에 직접 나서지 않고 당이 대신하는 식이다. 이 대표는 선고 직후 법원을 나서면서 "창해일속(滄海一粟)이라고, 제가 겪는 어려움이야 큰 바닷속의 좁쌀 한 개에 불과하지 않겠나. 우리 국민께서 겪는 어려움과 고통에 비하면 제가 겪는 어려움은 미미하다. 앞으로도 우리 국민들 더 나은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민생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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