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그의 가족 이름으로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글에 대한 당무감사 여부를 두고 논란의 불씨가 일주일 넘게 꺼지지 않고 있다. 친윤(친윤석열)계 중심으로 사안의 핵심은 '명의도용'이라며 한 대표가 직접 입장 표명에 나서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친한(친한동훈)계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찰의 수사가 우선이라는 방침을 고수 중이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앞에서 분열을 멈추고 가까스로 '단일대오' 기조를 갖추는 듯했던 국민의힘이 또다시 계파 갈등으로 정국 돌파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서범수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지난 11일 추경호 원내대표가 당원 게시판 논란을 정리할 방안을 마련해달라는 취지의 당부에 따라 당의 의견을 수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찰이 해당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진행 중이니 결과를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으로, 현시점에서 당무감사가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작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지금은 당원게시판 논란과 관련해 당무감사로 다툴 시기가 아니다"라며 "이 대표의 25일 선고 공판도 앞둔 시점에서 역량을 집중할 때"고 밝혔다. 또 "물론 궁금해할 수는 있다"면서도 "(당원 게시판의 게시글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작성돼야 해당 행위에 해당하는지 등 그 기준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조사 착수를 당부했던 추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당원 게시판 논란과 관련해 "아직 (사무총장으로부터) 특별하게 보고받은 것이 없다"며 "제가 지금 드릴 말씀은 특별히 없다"고만 말했다.
지난 14일 의원총회에서 당무감사를 통해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데 이어 여권에선 꾸준히 당무감사 착수를 압박하고 있다.
대표적인 친윤계인 권성동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당내 갈등이라든가 당정 갈등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며 "화합을 위해 하루빨리 당무감사를 통해 문제가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한 대표 가족 명의가 도용된 것인지, 아니면 사실인지에 대해 한 대표가 진실을 말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 가족이 쓴 글로 확인될 경우엔 "한 대표가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할 부분은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친윤계인 김기현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금방 해결될 수 있는 간단한 문제 때문에 우리 당 내부에서 불필요한 혼란이 커지고 있어 매우 유감스럽다"며 "하루빨리 진상을 규명해 논쟁 소지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한 대표 가족들이 본인이 쓴 댓글인지 아닌지 밝히기만 하면 되는 일"이라며 "당내 논란이 되어 그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당적부의 소유 및 관리 주체인 당 지도부가 당무감사를 하는 것은 정당한 권한의 행사"라고 지적했다. 또 "당이 자체적으로 조사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왜 외부 수사기관에 의존해 해결하려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반면 친한계로 분류되는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가족들이 쓴 글에 대해서는 아마 당 차원에서 확인은 됐으나 당원들 익명성을 보장해야 하는데 확인하게 되면 또 여러 가지 모든 것들을 다 확인해야 한다"라며 "그래서 지금 수사가 시작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이어 "한동훈 대표 가족들이 진짜 본인들이 등록해서 쓴 것인가 아닌가는 수사 결과가 곧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한 친한계 의원은 "이 대표의 선고 이후 국민의 시선이 어디로 가겠나"라고 물으며 "민주당뿐 아니라 국민은 우리 당에 '형평성' 이야기를 꺼낼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당이 이때까지 이 대표 (사법리스크에 대한 공세로)로 살아갔는데 이게 사라지면 우리는 더 세심한 분위기를 만들어 우리 스스로 국민으로부터 점수를 따야 된다. 지금은 그런 부분을 고민할 때이다"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한 대표와 가족들 이름으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비난하는 취지의 게시글이 올라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시작된 논란은 동명이인에 의한 단순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는가 싶더니 연일 내홍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한 대표는 구체적인 해명은 없이 "없는 분란을 만들어서 분열을 조장할 필요가 없다"며 거리를 두고 있다.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최근 국민의힘 사무처에 윤 대통령 부부 비방글 서버 자료를 보존해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