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국민의힘이 모처럼 맞은 호재에도 마냥 웃을 수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공세를 이어갈수록 김건희 여사 문제가 자연스레 부각돼 그에 대한 해법을 요구하는 국민 여론도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수위 설정에 있어 신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8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저희는 민생이 우선"이라며 이 대표를 향한 비판 발언이 아닌 재정준칙 법제화의 필요성을 먼저 언급했다. 지난 15일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이후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다.
한 대표는 반사이익에 기대지 않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변화와 쇄신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 국민의힘과 보수는 제가 전부터 강조한 것처럼 '그러면 너희는 더 낫냐'라는 국민의 질문에 '우리가 더 민생을 챙기고 우리가 더 국민 눈높이에 맞게 변화와 쇄신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 상황을 자당에도 '중요한 시험의 시간'이라고 규정하며 "민심에 맞게 변화와 쇄신을 실천하겠다. 지난주 저희가 특별감찰관을 조건 없이 추진하기로 한 것도 약속 실천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여권이 이 대표의 1심 유죄 판결과 25일 예정된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 등에 대한 대응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민생과 정책을 우선 챙기는 모습으로 차별화를 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발언은 모두 이 대표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으로 이뤄졌다. 한 대표는 25일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재판을 앞두고 이 대표의 1심 유죄 판결을 언급하며 "사실 이건 백현동에 대한 유죄 판결이나 마찬가지"라며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25일 재판(위증교사 혐의 재판)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위증교사라는 건 대표적 사법방해 범죄인데, 그 선고를 앞두고 더 극단적으로 몰려다니면서 판사 겁박이라는 사법방해를 하는 건 중형을 받겠다는 자해행위에 가깝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각종 악재로 방어하기에만 급급했던 국민의힘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반전의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야권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국면을 맞았기 때문에 역공과 지지율 반등이 가능하게 됐다는 것이다.
다만 야당의 악재에만 기대 정작 국민이 요구하는 김 여사 의혹 해소와 그에 상응하는 대통령실의 변화 등을 외면하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이 '이 대표가 법에 따른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을 받았다면 김 여사도 그에 따라 판단을 받아야 하는 게 맞다'고 봄과 동시에 '여당이 김 여사 특검법을 반대하는 상황'에는 의문을 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당의 핵심 관계자는 "아직 역풍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만 노리고 가서는 절대 안 된다"며 "우리는 변화와 쇄신, 즉 대통령실에 요구했던 변화가 속도감 있게 실천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한 대표도 같은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한 초선 의원은 "이 대표에 대한 판결이 나왔으니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국민 우려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우리가 먼저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이면 현재 야당 입장에서 김 여사 특검법 하나만으로 우리를 공격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힘은 당분간 이 대표에 대한 공세를 놓치지 않으면서 민생 행보에도 집중할 전망이다. 현재 당 내부에서는 경제 현안에 초점을 맞춘 민생 정책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이날에도 중소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해 기업·가계 대출 금리 완화와 일·가정 양립 지원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대표는 "우리의 정치 목표는 성장을 도구로 모두를 위한 복지를 하겠다는 것이어야 한다"며 "성장의 목표가 우리 모두를 잘 살게 하기 위한 복지라는 점에 포인트를 맞춘다면 많은 분이 다시 뛰어서 우리를 예전과 같은 성장 궤도를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데 공감하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