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차 회동이 요원해 보인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된 이후 정국 주도권을 쥐려는 여야가 더욱 첨예하게 맞붙고 있어서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 정국인 데다 오는 25일 이 대표에 대한 위증교사 혐의 선고 공판도 예정돼 있다. 두 대표의 두 번째 회담이 장기간 표류할 전망이다.
이 대표가 지난달 21일 한 대표에게 2차 대표 회담을 제안했고, 한 대표는 민생 정치를 위해 만나자며 화답했다. 마치 급물살을 타는 듯한 분위기는 금세 식었다. 양당의 실무 협상은 차일피일 미뤄졌고 지금껏 구체화 되지 못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설이 불거졌던 한 대표를 향해 만남을 계속 제안했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현재도 국민의힘과 민주당 양측에서는 여야 대표 2차 회동에 대해 미온적인 반응이다.
당내 계파 갈등을 드러냈던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이후 단일 대오를 이루며 야당이 주도하는 '김건희 특검법 수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당원 게시판' 논란을 두고 파열음이 나오지만 한 대표가 요구해온 특별감찰관 임명을 위한 국회의 후보 추천 절차를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으는 등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 이런 와중에 여당은 지난 15일 실형을 선고받은 이 대표를 집중적으로 때리면서 국면 전환에 힘을 쏟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재판 지연 방지 태스크포스(TF)'를 꾸리기로 했다. 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재판이 빨리 확정되어야 한다"라면서 "국민의힘은 재판이 정상적으로 빨리, 신속하게 진행되는 것을 모니터링할 TF를 국민의힘 법률위원회에서 꾸려서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재판 절차가 왜곡되는 것을 막겠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1심 재판이 너무 오래 지연되고, 민주당이 장외 집회에 나서 사법부를 겁박하고 있다는 시각을 드러내 왔다.
이재명 체제가 흔들리는 위기를 맞은 민주당도 정부와 여당을 향해 '창'을 겨누고 있다. 공세 고리는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관련 의혹이다. 민주당은 18일 윤석열·김건희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관련자인 명 씨가 2022년 3월 대선 직전 지인에게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의 윤석열 후보 비서실장 인선을 막고 경남지사 선거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는 녹취록을 추가로 공개했다. 김 여사를 '비선 대통령'이라고 칭하며 검찰에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 관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2차 비상행동 선포식'도 개최하며 여론전에도 적극적이다. 이 자리에서 박찬대 원내대표는 "김건희 특검은 공정과 상식을 회복하고 헌법 정신을 바로 세우는 싸움"이라며 "민주당은 국민의 명령을 무겁게 받들어 김건희 특검 관철을 위해 총력을 다해 결국 국민이 이긴다는 것을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연일 고강도 대여 공세를 펼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갈수록 격렬해지는 여야의 대치 정국이 길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여야 대표의 2차 회담이 성사될지는 불투명하다. 한 대표가 민생 행보를 이어가며 지지율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더라도 이 대표와 깜짝 만남보다는 당 쇄신과 변화 작업에 집중할 전망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두 대표의 만남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야가 최대한 결속해 사법 리스크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 협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