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을 수사하는 특별검사법안이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1대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에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김건희 특검법 수정안(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했다. 표결 직전 여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191명의 야당 의원이 투표에 참여해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특검법은 21대 국회인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로 끝내 폐기됐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직후부터 특검법을 재추진했으나 또다시 재의결에서 부결됐다.
민주당은 지난달 17일 당론으로 특검법을 재차 발의했다. △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 주가조작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명품백 수수 △대통령 집무실 관저 이전 및 국가 계약 개입 △임성근 구명로비 △양평고속도로 특혜 △국민의힘 공천개입 △대통령 선거 당시 불법 여론조사 등 13개의 의혹을 수사 대상에 포함했으나 본회의를 사흘 앞둔 지난 11일 수정안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수정안은 수사 대상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태균 씨로 촉발된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등 두가지로 대폭 축소했다. 특검 후보 추천 방식도 기존 야당에서 대법원장으로 '제3자 추천안'을 수용했다. 용산과 여당 사이의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여당 내 이탈표를 노리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표결 전 반대 토론에 나선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22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김 여사 관련 의혹 제기에만 집중하다 갑자기 도이치와 명태균 두 가지만 특검을 하겠다고 한다. 청문회에서 증인을 겁박하고, 강제 구인장을 남발하고, 증인을 무더기 고발하는 등 온갖 갑질을 다 하지 않았나"라며 "도이치 사건이 대법원 재판에 계류 중인데 그 사람들을 수사하는 특검을 선정하는데 대법원장이 관여하는 게 맞나"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민주당 의원총회는 국회가 아니다. (100억 원 가까운) 돈을 들여 왜 특검부터 해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의혹 제기하고, 민주당이 고발하고, 특검까지 골라서 임명하면 그게 무슨 공정 절차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은 권력을 남용해 자기 자신과 배우자의 범죄를 감추기 위해 특검을 계속해서 거부하는 등 범죄 공동체가 돼버렸다"며 "7일 대통령 담화로 윤석열 정권의 무지함, 무례함, 무도함의 민낯을 봤다. 대통령의 궤변을 듣던 중 한 기자가 '도대체 무엇에 대한 사과냐'라고 물었다. 답하지 않은 대통령에 대해 국민이 묻는다. 국회가 답할 차례"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7일 대국민 담화에서 특검법이 반헌법적이라고 밝혀 이번에도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본회의 직후 의원총회에 돌입했던 국민의힘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대통령실에 요구하기로 당론을 모았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당론으로 대통령의 재의 요구권을 강력 요구하고, 반드시 저지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또 특별감찰관 임명과 관련해 국회 추천 절차도 진행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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