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3일 외교·안보 정책에 목소리를 적극 내기 시작했다. 야권에서 제기되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론에 거리를 두고 있지만 유력한 대권 주자로서 수권능력 입증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이날 외교안보통일자문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트럼프 2기 행정부 대비에 들어갔다. 자문회의는 참여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이해찬 전 대표가 상임고문을 맡았다. 이 전 대표는 트럼프 1기 후반기인 2018~2020년 여당이었던 민주당 대표를 지낸 바 있다. 국민의정부·참여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을 비롯해 이종석·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조현 전 외교부 차관, 김정섭 전 국방부 기획조정실장 등 참여정부와 문재인정부 시절 인사들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출범식에 참석한 이 대표는 "현 정부의 이 편향 외교, 이념·가치에 중점을 둔 외교로 우리 외교의 지평이 매우 축소되고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
이 대표는 앞서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외교·안보 분야에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엄청난 인명피해는 물론이고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고물가와 에너지 분야에 고통을 겪어왔다. 하루빨리 해소해야 한다"며 정부·여당의 무기지원 가능성에 대해 "살상무기 지원 운운하는 것은 정말로 상황을 오판하는 것이다. 절대로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이 대표는 "보호무역, 관세로 대표되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파고에 세계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금리, 물가, 환율 등 소위 '삼고' 공포가 덮치고 있다"면서 "정교한 맞춤전략이 필요할 때"라고 했다.
그는 "중동지역의 정세 불안, 미국산 에너지 가격 하락 전망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한미간의 에너지 협력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팬데믹을 대비한 바이오 협력,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에 고심하는 미국과의 통신협력, 인공지능 분야에서의 표준화 협력, 그리고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K컬처를 중심으로 세계문화를 선도해 온 미국과의 문화협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이상 다섯개 분야를 중심으로 한미경제협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경제안보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월급생활자의 실질소득을 높이기 위한 '유리지갑 개선 프로젝트'를 담당할 태스크포스(TF)를 꾸리겠다고 밝히는 등 민생행보를 이어갔다. 민주당도 집권 기반 마련에 들어간 모습이다. 민주당은 전날(12일) 58명 규모의 '당대표 총괄 특보단' 구성을 완료했다. 총괄 특보단은 민생·정무·경제·안보·언론·사회 등 6개 분야로 구성됐으며 각 영역에서 발굴한 정책적 의제를 이 대표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지난달에는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을 본부장으로 한 '집권플랜본부'를 출범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이 대표의 주요 정책 비전인 '기본사회' 구성을 위한 기본사회위원회, 지방정부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 등을 구성했다.
야권에서는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야권 잠룡인 김동연 경기지사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민 신뢰는 이미 붕괴됐고 대통령의 어떤 말도 국민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특검을 수용해 국정을 대전환하는 길, 아니면 스스로 물러나는 길 외에 다른 길은 없다. 지금 바로 결단하라"고 촉구했다.
원내에서도 야권 강성 의원들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 퇴진 압박이 거세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진보성향 범야권 의원 41명은 이날 윤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는 의원모임(탄핵연대)을 공식 출범했다. 지난 8일엔 윤 대통령 임기 단축을 위한 개헌연대가 출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