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와 통화 녹취가 공개되면서 공천 개입 의혹이 불거지는 상황. '김건희 리스크'도 커지면서 당정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대국민 담화에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면서 허리 숙여 사과했다. 두루뭉술한 사과였다. 윤 대통령은 사과할 수 있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어찌 됐든 사과드린다"고 했다. 부인 김건희 여사를 강하게 두둔했다. 하나 마나 한 회견이었다고 비판을 쏟아낸 야권은 물론, 여당 내 일각에서도 아쉬웠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미국 제47대 대통령 선거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 당선인은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여유 있게 따돌리는 압승을 거뒀다. 선거 막판 초접전을 예측했던 미국 여론조사와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정치권은 일제히 트럼프 당선인의 당선을 축하메시지를 내고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자며 '주파수'를 맞추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우선주의' 기치를 내건 만큼, 미국 이익을 최우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권이 '트럼프 시대'에 대비해 면밀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尹 대통령의 불명확한 사과, 그리고 아내 사랑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갖고 8월 이후 3개월 만에 국민들 앞에서 각종 현안에 대한 의견을 직접 밝혔어. 특히 대통령 부부를 향한 의혹을 두고 "제 주변의 일로 국민들께 걱정과 염려를 드리기도 했다.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 부덕의 소치"라며 고개숙여 사과했어. 형식적인 측면에서도 담화는 15분가량만 진행하고 기자회견을 125분간, 두시간 넘게 진행하면서 국민들의 의문을 적극적으로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어.
-여론은 어때?
-싸늘한 반응이 많아. 사과는 했는데 무엇 때문에 사과를 했는지가 불분명하고, 직접 이를 밝혀달라는 질문이 나왔어. 윤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답을 피했어. 야당에서는 '알맹이' 없는 사과였다고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고, 기자회견 당일이 조사 날짜에 포함된 여론조사에서는 다시 지지율이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는 결과가 나왔어. 이에 대통령실은 "변화를 통해 국민 신뢰와 신임을 얻도록 치열하게 노력하겠다"는 메시지를 냈어.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여러 차례 사과의 뜻을 전하는 동시에 계속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두둔하는 모습도 보였어. 올 초 신년 대담 방송에서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두고 '박절하지 못해서'라고 옹호했던 데 이어 이번에도 인간적인 면모에 기대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모습을 보여줬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윤 대통령을 두고 '사랑꾼'이라는 글도 더러 보이더라고.
-김 여사가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것을 두고는 "아내 휴대전화를 보자고 할 수도 없어서 물어봤다. 소통 방식이나 이런 게 좀 달라져야 된다고 얘기를 하니 본인도 많이 줄인 것 같다"고 말했고, 김 여사가 명 씨를 포함해 적절치 않은 인사들과 연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앞으로 부부싸움을 많이 해야될 것 같다. (김 여사가) 좀 순진한 면도 있다"고 감싸면서 "국민의힘 입당 뒤 제가 집에 와서 지쳐서 쓰러져 자고 아침에 일어나보니 (김 여사가) 자지 않고 엎드려서 제 휴대전화를 놓고 계속 답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미쳤냐, 지금 잠을 안 자고 뭐 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고맙다든지 잘하겠다든지 답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고 일화를 소개했어.
-또 만약 김 여사가 불법적인 일을 저질렀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질문에는 "아무리 사랑하는 아내지만 제 신분이 검찰총장이나 대통령이라면 제가 방어할 수 없다. 아내에 대한 사랑과 변호 차원의 문제가 절대 아니다"라고 '사랑'이라는 단어를 두 번 넣어 답변했어. 김 여사의 활동 자제 요구와 관련한 질문에는 "대통령 부인은 대통령을 도와야 하는 입장"이라며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을 도와 선거도 치르고, 국정을 원만하게 하길 바라는 일들을 국정농단이라고 하면 국어사전 정의를 다시 해야 한다"고 강하게 두둔했어.
◆"개사과 이어 돌사과"…윤 대통령 기자회견 촌평들
-조국혁신당 의원들이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해 혹평을 쏟아냈다고.
-황운하 원내대표가 발표한 당 공식 입장 외 다른 의원들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렸어. 먼저 조국 대표는 페이스북에 만평을 공유했어. 이와 별개로 "V(IP)0 '김건희 대통령'을 지키기 위한 V1의 결사적 노력을 봤다"며 "윤석열은 사실인정도, 진솔한 반성도 하지 않고, 되려 국민을 꾸짖었다"고 했어. 이어 "대통령 자리에 더 앉아 있을 자격이 없다"며 "끌어내려야 한다"고 주장했지.
-혁신당 소속 의원들의 다른 글도 소개할게. 박은정 의원은 "오늘 밝혀진 사실은 (김) 여사는 대통령 핸드폰을 보지만, 대통령은 부인 핸드폰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점뿐"이라며 "감당할 자신이 없으면 당장 내려오라"고 말했어. 차규근 의원은 "국민에게 모욕감을 준 '개사과'에 이어 돌을 맞으며 가겠다는 (범어사 발언을 떠올린) 돌사과 기자회견"이라며 "역사의 분기점이 된 장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경고했어.
-또 있어. 정춘생 의원은 SNS에 "오늘부로 대한민국 국민은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했다"고 적었고, 신장식 의원은 '개사과 시즌2'라며 "시즌1 출연진 개와 사과, 시즌2 출연진 대통령과 비서. 시즌1, 시즌2 감독 김건희"라고 썼지. '개사과' 논란은 윤 대통령이 대권 주자 시절이었던 2021년 10월 불거졌어. 윤 대통령은 당시 '전두환 옹호' 발언에 사과한 이후 SNS에 반려견에 사과를 건네는 사진을 올렸는데, 조롱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지.
-혁신당의 '탄핵 쇄빙선'이 더 빨리 나가겠네.
-혁신당은 이달 안으로 탄핵소추안 초안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윤 대통령이 명태균 녹취록에서 비롯된 의혹을 모두 부인하고 '김건희 특검법' 거부 의사를 명확히 한 만큼 주저할 이유가 없겠지. 서울, 전주, 광주, 경남 등 전국을 순회하며 탄핵다방을 열고 민심을 청취할 예정이야. 오는 16일엔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공동 장외집회를 기획하고 있지.
◆尹 회견에 민심 들끓던 날, 영화 보러 간 이재명...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윤 대통령 담화가 있었던 지난 7일, 영화를 관람했다고?
-응. 이 대표는 이날 저녁에 영화 <괜찮아 앨리스> 시사회에 참석했다고 해. 이 영화는 대한민국의 교육시스템을 비판하는 영화야. 경쟁이 주는 압박과 불안을 피해 대안학교를 찾은 아이들을 다뤘어. 영화에 등장하는 '꿈틀리 인생학교'는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efterskole)를 모티브로 삼은 학교인데, 1년가량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고 삶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해.
-이 대표는 시사회에서 "10대의 찬란하고 아름다운 시절을, 뭔가 도달하지도 못할 목표를 놓고 모두가 전력 질주한다. 인생이 참으로 안타깝다. 1년 정도 자유로운 시간을 주는 것이 제 꿈이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앞으로 많은 청소년이 그런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 정말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어.
-그런데 갑자기 왜 영화를 본 거야?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부터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걸로 알려졌어. 이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대표가 교육에 대해 가진 철학과 맞닿아있는 영화"라고 하더라. 그는 "대통령이 불안정한 상황에 야당 대표라도 안정적인 행보를 보여줘야 하지 않겠느냐"라고도 했어.
-최근 이 대표 행보는 차기 대권주자로서 비전을 명확히 드러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듯해. 윤 대통령 기자회견으로 민심이 더 안 좋아진 듯한데, 이 대표의 행보는 국민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을까. 다음 행보도 지켜봐야겠어.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김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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