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오는 7일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겸 기자회견을 앞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윤 대통령의 '전향적 조치'를 촉구함과 동시에 '국민이 납득할 만한 조치가 없을 때' 에 대한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함께 나온다. 이번에도 국민의 눈높이와 동떨어진 입장 표명이 반복된다면 현재 당이 처한 위기를 영영 극복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윤 대통령을 향해 대국민 사과와 국정 쇄신을 요구한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의 담화 내용과 요구 수용 정도에 따라 향후 당 차원의 대응 방안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5일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두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담화가 되길 기대하고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가 말한 '국민의 눈높이'는 앞서 본인이 윤 대통령에게 요구한 바 있는 대국민 사과와 대통령실 참모진 전면 개편, 쇄신용 개각, 김건희 여사의 즉각적인 대외 활동 중단, 특별감찰관 임명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총선 전 간담회와 같은 수준이면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담화에서 빠지면 안 되는 내용이 있는지', '대통령실이 김 여사가 외교 일정을 제외하고 공개 활동을 하지 않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하는데, 충분하다고 보는지' 등의 취재진 질문에도 재차 '국민의 눈높이'만을 강조했다.
여권에선 윤 대통령이 논란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과 전향적인 쇄신책 제시를 통해 돌아선 민심을 되돌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친한(친한동훈)계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파격적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최소한 한동훈 대표가 제시한 요구안 정도는 담겨야 한다"며 "지금 상황이 엄중한 만큼 대통령도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결과를 내놓으셔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 초선의원은 "대통령이 기존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금까지와 같이 밀고 나가는 게 아닌 국민의 비판을 받아들여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한 대표의 요구안을 다 받아들이지는 못하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일정 부분은 반응해야 한다"고 했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당사자인 대통령께서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설명, 해명을 하시고 사과의 필요성이 있으면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당내 기류가 많이 바뀌어서 대통령실의 전향적 쇄신책이 필요하다는 건 계파 불문하고 거의 당론 통일이 됐다"고 주장했다.
박정훈 의원도 MBC라디오에서 "(한 대표가) 여러 가지 요구사항을 얘기한 상황에서 그냥 뭉개고 덮고 간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대통령이 솔직하게 문제에 관해 얘기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들의 마음이 풀린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의 담화가 국민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동안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나 기자회견은 국민의 우려와 불신을 잠재우기보다는 키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지난 총선 직전인 4월 1일 대국민 담화에서 '의과대학 2000명 증원'이라는 기존 정부 입장을 고수했는데, 이는 불통의 이미지를 확고히 해 총선 참패의 원인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중진 의원은 "우려가 되는 게 사실"이라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담화가 되길 학수고대하는 것도 우려가 많이 되니까 하는 이야기다. 이번에는 정말 그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자화자찬적인 메시지는 하시면 안 될 것 같다"며 "국민들에 대한 진솔한 사과가 필요하다.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지 않느냐는 얘기를 국민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좋은 의도로 정책을 이렇게 시도하려고 했다는 설명에 그치면 그 후폭풍이 더 커질 것 같아 사실은 걱정이 많이 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담화 내용에 따라 김 여사와 명태균 씨 논란 등에 대한 한 대표의 입장과 대응 방안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담화가 단순히 '면피성 담화'로 끝난다면 한 대표도 정치적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여사 특검법 수용 등도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담화가 그저 그렇게 끝난다면 한 대표는 대통령실과의 더 큰 차별화를 시도할 수밖에 없다"며 "국민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고 민심이 더 싸늘하게 반응할 경우 '당으로서도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우회적이지만 더 강하게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최 평론가는 "28일 국회 본희의에서 김여사 특검법 재투표가 열리면 이때까지는 막겠지만 그 이후에는 중립적이고 독소조항이 빠진 제3자 추천 특검법을 이야기하게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