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2025년도 예산안 심사가 시작된 가운데 5일 여야는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를 놓고 격돌했다. 야당은 '부자감세로 인한 세수결손'이라고 비판하면서 정부가 이를 지방정부에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당은 전임 문재인정부의 국가채무를 지적하며 책임을 돌렸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2025 예산안 토론회'에서 야당은 세수결손 문제를 지적하며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가 악순환을 야기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예결위 야당 간사인 허영 민주당 의원은 "자멸적 긴축재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지방교부금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삭감해, 결과적으로 세수결손을 지방정부에 떠넘겼다. 지자체, 교육청 등과 협의도 없었다"면서 "윤석열정부는 '지방시대'를 선포했지만 이대로 가면 '지방고사시대'"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렇다고 해서 세입에 대한 추계가 정확한 것도 아니다"라며 "정부가 3% 미만의 관리재정수지를 지킨다는 명분 하에 총수입과 총지출을 억지로 꿰맞춘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뼈를 갂는 지출 구조조정을 했다'고 하는데 국회에 그 내역을 제출하지도 않았다"면서 "분석해 봤더니 차기 정부나 지자체에 부담이 되는 '출자금 구조조정'이 대부분이었다"고 지적했다.
허 의원은 정부의 예산 운용 방식도 지적했다. 그는 "또 정부는 세수가 부족하니 외평환기금이나 주택청약기금 등을 끌어 쓰면서 악성부채를 양산하고 있다"며 "국가재정법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기금을 끌어 쓰는 건 국회의 심의·동의를 받아야 하는데도 아무런 보고 과정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 "예비비 규모도 증대됐는데, 예비비도 지출하고 난 다음에 반드시 국회에 보고해 사후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국회의 사전 심의가 없는 예산이라고 특활비까지 예비비를 끌어다 쓰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편성권이라는 이름 하에 헌법과 국회를 깡그리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예결위원인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은 "내수·약자·미래·민생 포기 '4포 예산'"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부자감세로 재정 책임성과 재정건전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다"면서 "정부는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였다고 홍보하나, 지출구조조정 사업 리스트는 물론 지출구조조정의 정의조차 정확히 설명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출구조조정 리스트를 국회에 제출하지도 않았다"고 꼬집었다.
특히 "지출 제한을 했음에도 건전재정 달성에 실패한 이유는 감세 때문"이라며 "기재부 공식 자료로 윤석열정부 감세 효과가 2025년 국세 수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봐도 약 17조 원이 감소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벌 대기업에 대해 매년 세금감면을 늘린 결과, 2025년 국세 감면액이 무려 78조 원에 달했다. 사상 최초로 세액감면 법정한도를 3년 연속 모두 초과했다"며 "세액 감면은 주로 재벌기업에 집중돼, 일부 재벌기업은 법인세 비용이 아니라 법인세 수익이 발생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은 전임 문재인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예결위 여당 간사인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가 400조 원이 급격히 증가했다"면서 정부 예산안에 대해 "어려운 재정여건에서도 건전재정 기조를 확립하고 민생과 미래대비에는 충실히 투자했다"고 호평했다. 그는 "대외요건과 자산시장 침체 등으로 세수결손이 발생했다. 고민 없이 쉽게 할 수 있는 건 국가채무를 늘리는 것이지만 정부는 고뇌에 찬 결정으로 미래세대에 대한 부담을 줄였다"면서 "재정건전성 방침으로 복지분야가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은데 지난 정부보다 생계급여, 장애수당 등 약자 복지가 늘어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