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명태균 공세' 민주당, 방점은 탄핵 아닌 '김건희 특검'


장외 집회 이어 비상행동 돌입
11월 '김건희 특검의 달'로…'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 가동
李 사법리스크 대비한 전략 해석도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 씨 사이의 통화 녹음 공개를 기점으로 윤석열 정부를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2일 서울역 일대에서 열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행동의날에서 어깨동무하는 민주당 지도부. /장윤석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 씨 사이의 통화 녹음 공개를 기점으로 윤석열 정부를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추가 녹취록 공개까지 예고한 민주당은 지난 2일 서울역 장외 집회를 시작으로 11월을 '김건희 특검의 달'로 규정해 김건희 특검법 통과에도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표의 1심 재판 결과에 대비해 여론전을 펼치는 전략으로 보인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달 31일 윤 대통령과 명 씨의 2022년 5월 9일 통화 녹취록을 공개한 이후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녹취록에서 윤 대통령이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언급한 것이 공천개입이자 헌정 질서를 흔드는 위중 사안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일에는 서울역에서 30만명(민주당 자체 추산)이 모인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재명 대표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자의 국정농단은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질 줄 알았지만 최악의 정권을 만나 3년도 안 된 시간에 모든 꿈은 산산이 부서졌다"며 비판했다.

민주당은 다음날인 3일엔 명 씨의 추가 녹취록도 공개하며 불을 지폈다. 윤 대통령의 취임 이후인 2022년 6월에 녹음됐다는 이 파일에서 명 씨는 "대통령 전화로 통화 아직도 하고, 김건희 사모는 원래 전화가 3대다. 비밀 전화가 따로 있다. 아침에도 대통령한테 김영선 의원 영상 편집했던 거 보내줬는데 고생한다고, 축하한다고(했다)"라고 발언한다. 지난달 31일 공개된 육성 녹음이 대통령 취임 이전이기 때문에 문제 될 거 없다는 대통령실의 입장을 반박하는 자료 중 하나로 해석된다.

녹취록 공개와 이어 명 씨의 의혹과 관련된 진상조사단도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서영교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은 4일 1차 회의를 열었다. 서 단장은 "경제·안보·민주주의 위기의 상황에서 명태균 게이트 관련 진상을 낱낱이 조사하고 국정조사의 기반을 만들겠다. 특검에 이 자료가 다 쓰일 수 있도록 철저히 조사하겠다"며 "각자 역할을 해서 대한민국을 바로 세울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는 각오"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같은 공세의 방점을 탄핵이 아닌 김건희 특검법에 찍는다. 선명성을 내세우는 조국혁신당은 연일 윤 대통령의 탄핵과 함께 민주당의 동참을 촉구하고 있으나 민주당은 탄핵과 관련된 직접적 언급을 삼가고 있다. 윤 대통령의 임기가 절반이나 남은 이상 국민의힘의 동참 여부도 불투명한 데다 자칫 역풍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어 자제하는 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이어 또다시 탄핵을 추진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민주당은 이같은 공세의 방점을 탄핵이 아닌 김건희 특검법에 찍고 있다.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윤석열 정권을 규탄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대신 대여 압박용 카드로 또다시 김건희 여사의 특검법을 골랐다. 김 여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진 만큼 특검법에 당력을 집중하더라도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4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11월을 김건희 특검의 달로 규정하기로 했다. 특검법 관철을 위한 비상행동 돌입에 이어 대규모 추가 장외 집회 개최도 검토한다.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분노가 김 여사를 넘어 윤 대통령으로 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하루빨리 김건희 특검 찬성의 입장을 밝히길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오는 14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특검법을 상정한 다음 대통령의 재의 요구 가능성을 고려해 28일에도 본회의 일정을 잡을 예정이다. 이달 안에 재표결까지 마치겠다는 상황인데 윤 대통령의 지지율도 낮아지고 있어 여당 내 이탈표를 기대할 수 있고, 또 폐기되더라도 여당을 향한 여론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다만 이같은 전략은 이 대표의 판결에 대한 대비책 성격으로도 보인다. 오는 15일과 25일에 각각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혐의 사건의 1심 선고가 나온다. 국민적 시선을 김 여사와 대통령실로 돌려 선고 결과에 따라 생길 수 있는 당내 분열 및 여론 악화를 최소화하고, 이재명 체제도 흔들림 없이 유지하겠다는 의도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에게 절체절명의 변수는 사법리스크다. (이 대표와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좋으면 1심 이후에도 나갈 수 있는 동력이 생기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일단 여론을 모아야 하고, 윤 대통령을 계속 코너로 몰면서 당내에서 똘똘 뭉쳐 이 대표를 지원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결정을 미뤄오던 금융투자소득세 문제에도 이 대표가 4일 입장을 밝힌 것도 이와 맥락이 닿아있다. 진보적 이념 대신 실리를 택하며 선고를 앞두고 중도층의 지지를 단단히 하겠다는 의지라는 분석이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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