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어려움 강조한 뒤 '자화자찬'…총리 대독 尹 시정연설


성과 소개만 28분 중 8분…좌중 박수-고성 오가기도
4대 개혁 추진 의지 재차 강조, '민생' 9번 언급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 국회 제11차 본회의에서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대독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4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대내외 위기와 어려움을 강조한 뒤 취임 이후 성과를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아울러 의료·연금·노동·교육 등 4대 개혁 완수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한 총리가 대독한 내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년 반,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을 정도로 나라 안팎의 어려움이 컸다"며 "무엇보다 글로벌 복합 위기로 인해 우리 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을 언급하며 고금리·고물가, 금융시장 불확실성 등이 주요 국가의 경기 둔화와 우리 수출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또 출범 당시 6%대까지 치솟은 물가상승률, 코로나 팬데믹의 악영향 등도 상기한 뒤 이번 정부 성과를 부각했다.

윤 대통령은 "시장경제와 건전재정 기조를 정착시키고 우리 경제의 체질을 민간주도 성장으로 바꾸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국가채무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국가신인도를 지켰고, 과감하게 규제를 혁파해 국가의 성장동력을 되살렸다. 징벌적 과세를 완화해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했고, 무너진 원전 생태계도 복원했다. 또한 전방위적인 세일즈 외교를 통해 우리 기업의 운동장을 넓히고 우리의 경제영토를 확장해왔다"고 그간 정책 기조를 소개했다.

이어 "이제 우리 경제가 위기 극복을 넘어 새로운 도약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를 비롯한 주력산업의 수출이 살아나면서 올해 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경상수지 흑자도 700억 달러 초과 달성이 예상된다. 외국인 직접 투자는 2022년에 최초로 300억 달러를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327억 달러를 기록해 2년 연속 최대 투자유치 기록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처음으로 일본을 앞선 점과 함께 지난해 10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결정은 우리 경제가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지표'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물가상승률을 2%대에서 1%대로 끌어내리는 한편 주택시장을 안정시켜 주거비 부담을 줄였다고 자평했다. 이밖에 금융시장 활성화, 계층이동 사다리 복원, 약자 복지, 지역균형발전, 한미 동맹 복원 등을 강조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윤석열 정권을 규탄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특히 "지난해 15세에서 64세 평균 고용률은 69.2%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실업률 역시 2.7%로 역대 최저를 달성했다"는 부분을 읽을 때는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곧이어 이에 반발하는 고성이 곳곳에서 퍼졌다.

이렇게 정부의 성과를 세세하게 소개하는 데 걸린 시간은 약 8분이다. 이날 연설은 약 28분 간 진행됐다. 결국 전체 분량의 30% 가까이를 '자화자찬'에 할애한 셈이다.

이어 윤 대통령은 4대 개혁 추진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약 3분 가량을 의료·연금·노동·교육 등 4대 개혁 추진현황과 성과를 소개하고 국회의 협조를 부탁하는 데 사용했다.

앞서 그는 지난달 25일 최근 지지율 하락세에 대한 입장으로 대통령실 관계자를 통해 "민생과 개혁 과제에 더욱 힘을 쓰겠다"고 전했고, 28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연금, 의료, 교육, 노동 4대 개혁 추진에 박차를 가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연설문에 경직된 정국과 관련한 비판이나 평가는 담지 않았다. 4대 개혁을 비롯한 국정 과제와 관련한 입법과 예산안의 법정 시한 내 통과 정도만 당부하며 마찰을 피해가는 모습이었다. 대신 '민생'을 9번 언급하며 관련 정책 비전을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박수는 세 번 나왔다. 고용률과 실업률 성과를 소개할 때 처음 나왔으나 이내 고성과 항의로 바뀌었고, 북한인권에 대해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대목에서 짧게 박수소리가 들렸다. 마지막 박수는 연설이 끝날 때였는데 처음과 마찬가지로 곧 고성이 오가며 혼란스런 분위기로 바뀌었다.

윤 대통령은 야당과 극단 갈등 속에 11년 만에 시정연설을 총리 대독 형식으로 진행했다. 앞서 올 9월 열린 22대 국회 개원식에도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이 불참했다.

hone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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