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김건희 여사 논란의 돌파구로 떠오른 '특별감찰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연일 특별감찰관 임명을 '변화와 쇄신'의 첫 단계로 규정하며 관철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 자체를 두고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일각에선 오랜 기간 공석이었던 만큼 이번 기회에 재도입해 보완해 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대표는 지난달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특별감찰관은 과거의 비위를 조사하는 기능도 물론 있지만 주로 미래의 비위를 예방하고 감시하는 데 중점을 둔 제도"라고 밝혔다. 특별감찰관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미래 비위 예방'이라는 순기능에 초점을 맞춰 임명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특별감찰관법에 따르면,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친인척 등 대통령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사람의 비위행위에 대한 '감찰'을 담당한다. 감찰대상자의 범위는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과 대통령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의 공무원이다.
감찰대상자의 비위행위에 대한 정보가 신빙성이 있고 구체적으로 특정되는 경우 감찰에 착수한다. 이 경우 1개월 이내에 감찰을 종료해야 하는데, 감찰을 계속할 필요가 있는 경우엔 대통령의 허가를 받아 1개월 단위로 감찰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한 대표의 주장처럼 특별감찰관 제도 도입이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는 분명 있다. 일종의 '워치독' 역할을 해 특별감찰관이라는 장치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확연히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감찰대상자들은 업무를 할 때 자기 객관화 또는 자기 검열하는 과정을 한번 거치게 되고, 감찰대상자가 아니더라도 그러한 분위기가 대통령실 내 조성될 수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특별감찰관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긴장 효과를 줘 자기 검열 기능을 한다"며 "이른바 비선 논란이 있는 이들이 꼭 비리가 아니더라도 자기 영역 밖 일을 하게 될 경우 상당 부분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어 정제된 일들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특별감찰관에게 부여된 권한이 적어 혐의를 증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등 제도 자체가 갖는 한계도 존재한다.
먼저 특별감찰관에 수사권이 부여되지 않기 때문에 강제수사 권한이 없다. 기소 권한도 없어 감찰대상자의 범죄 혐의가 명백해 형사처벌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검찰총장에게 고발하는 형식으로 넘겨야 한다.
만약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고 도주 또는 증거인멸을 방지하거나 증거확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엔 검찰총장에게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
특별감찰관에게 주어진 권한은 비위행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 ‘협조와 지원’을 요청하는 정도다. 출석이나 답변, 자료제출의 경우에도 요구만 할 수 있다.
특별감찰관 제도는 예방적 기능이 강해 특히 김 여사와 관련된 의혹들의 경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공천 개입 의혹’ 등 이미 과거에 벌어진 일들에 대해선 감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한계들이 있기 때문에 일단 제도를 도입해 실행 과정에서 발견되는 문제점들을 보완해 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특별감찰관은 8년째 공석이다. 2014년 박근혜 정부 때 만들어지고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이 임명됐다. 그러던 중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 등을 내사하다가 감찰 내용을 언론에 유출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임명 1년 만에 사임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신설되면서 업무 중복을 이유로 임명하지 않았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당시 자신의 공약으로 특별감찰관 부활을 내걸었다.
최 평론가는 "한계가 분명 있지만 사실상 제도의 역사가 아직 짧기 때문에 일단 도입하고, 이후 제도적인 보완을 해나가는 게 필요하다"며 "모든 제도와 법은 하다보면 진화하고 발전하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