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 간 공천 관련 통화 녹취록 공개로 여권이 '최대 위기'를 맞았지만 대응 방법은 조금씩 달랐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친윤(친윤석열)계는 "법 위반 소지가 없다"는 논리로 대통령실 옹호에 나선 반면 친한(친한동훈)계는 "상황 파악이 우선"이라며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담긴 녹취록에 대한 추가 공개를 예고한 상황에서 더 이상 특별감찰관만으로는 당의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도 확산하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일 당 국정감사대책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공개한 녹취록에 대해 "법률적으로 문제없다"며 "녹취도 일부 짧게 나온 상황이라 전체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가 아직 어렵기 때문에 상황을 좀 더 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추 원내대표는 "일차적으로 법률적 문제는 (여당)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이 말한 것으로 안다"며 "개인적으로 크게 동감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이 전날 자체 법률검토를 통해 해당 녹취록은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인 2022년 5월9일 이뤄진 것으로 공직선거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내린 판단에 뜻을 함께한 것이다.
공직선거법 제57조의6 2항에 따르면 공무원은 그 지위를 이용해 당내 경선에서 경선 운동을 할 수 없다. 대통령 취임 이전의 당선인은 공무원으로 규정되지 않기 때문에 공직선거법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도 "2022년 5월9일은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었고 대통령 인수위법상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구성원도 아니라 공무원 의제 규정 대상에 해당되지 않고, 공무원의 당내 경선 운동을 금지한 공직선거법상 저촉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반면 한동훈 대표는 녹취록 공개 이후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한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 토론회 등 공개 일정 이후 녹취 관련 기자들의 질의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친한계 역시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민주당이 어떤 내용의 녹취록을 더 공개할지 모를 뿐 아니라 해당 녹취록에 5월9일이 아니라 대통령 신분인 '5월10일' 이후 정황이 담기면 '법 위반이 아니다'라는 옹호가 더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법에 위배되는지 아닌지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고려해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도 있다.
친한계 김종혁 최고위원은 전날 YTN라디오 신율의 뉴스정면승부에서 "당대표나 지도부에서도 뭘 알아야 쉴드를 치고, 집권여당이니까 보호해야겠다고 하는데 내용을 잘 모르기 때문에 괜히 (쉴드를) 쳤다가 엉뚱한 이야기가 예상치 못하게 튀어나오면 당도 함께 무너져 내릴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 친한계 인사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뭐가 더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10일 이후 녹취록이 공개된다면 당은 그대로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며 "대통령실은 당사자니까 바로 대응해야겠지만 당은 (상황을) 다 지켜보고 대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까지 망가진다"고 우려했다.
한 초선 의원도 "(야권에서) 녹취록을 토대로 탄핵을 주장할 수 있으니까 법리적인 문제를 따져봐야 하는 건 맞다"면서도 "법 위반 여부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 나올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고 토로했다.
당내서 임명 절차 추진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던 특별감찰관은 더 이상 무의미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대표가 당의 변화와 쇄신의 돌파구로 제시했던 특별감찰관 등 김여사 리스크 해결만으로는 부정적 여론과 민심을 잠재울 수 없는 단계가 됐다는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다른 페이지가 시작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특별감찰관이라는 이야기가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분위기가 됐다"고 밝혔다.
엄경영 정치평론가는 "지역구 의원들은 늘 지역에서 민심을 직접 경험하고 부딪히기 때문에 민심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며 "녹취록 공개로 인해 그동안은 의혹이었던 것들이 사실인 것처럼 비칠 소지가 생겼다. 여권 내부에서도 김여사 특검에 대한 수용 여론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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