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헌일·김세정 기자]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 씨 통화 녹취를 두고 맹공을 이어갔다. 아울러 지난달 법사위 국감에 이어 두번째로 김건희 여사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녹취를 두고 시종일관 "법적으로 문제 없다"고 반박했다. 여당 의원들은 여기에 더해 녹취 조작설을 집중 제기했고, 이에 야당에서 녹취록 전체를 공개하자고 맞받으면서 충돌을 빚었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1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에 대한 국정감사 오후 질의에서 대통령실의 거짓 해명을 두고 "대통령은 아니더라도 비서실장이라도 국민들께 사과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당은) 계속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도의적·정치적 책임을 먼저 져야 하나, 아니면 법률적 책임만 없으면 문제 없다고 하는건가"라고 꼬집었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초 명 씨와 관련해 첫 공식입장을 내면서 "(경선) 이후 대통령은 명 씨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기억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보다 약 6개월 뒤인 2022년 5월 9일 윤 대통령과 명 씨의 통화 녹취가 전날 공개되자 "통화 내용이 특별히 기억에 남을 정도로 중요한 내용이 아니었다"고 말을 바꿨다. 대통령이 기억을 못했다는 취지다.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장은 (행사) 훨씬 전에 보내서 취임식 날 오게 된다"며 "명 씨는 (취임식에) 초대를 받아 윤 대통령의 부친인 고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 바로 뒷자리에 앉았다"고 대통령실 해명에 의문을 제기했다.
윤종군 민주당 의원은 오전 질의에서 "공천 개입이 기억에 남지 않으면 어느 정도 급이어야 기억한다는 건가"라며 "윤 대통령은 2년 전 부인과 수차례, 소수를 동반해 만난 자리에서 여러 번 만났던 사람과 공천 관련 논의를 했는데 몰랐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정진석 비서실장은 관련 질의 때마다 윤 대통령이 2021년 11월 명 씨에 대해 연락을 매몰차게 끊었고, 이후 연락이 없다가 취임식 전날 수많은 축하 전화 중 하나로 명 씨와 통화를 했다고 정황을 설명했다.
또 이 녹취가 윤 대통령의 불법적인 공천 개입 증거라는 민주당의 주장에는 "녹취 시점에는 당선자 신분이었기에 공무원의 중립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는게 우리 판단"이라며 "설사 공무원이라 해도 대통령이 그 정도 말로 공천 관련 의견을 당에 전달한다 해도 불법 선거기획, 공천기획에 해당되지 않는다는게 우리 법률관들의 판단"이라는 입장을 반복해서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녹취가 조작됐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강승규 의원은 민주당이 전날 공개한 윤 대통령의 육성이 담긴 17.5초의 파일에서 임의로 편집된 증거가 발견됐다는 소리규명연구소의 감정 결과를 공개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순방외교를 훼손하기 위해 '바이든-날리면' 대화를 짜깁기 보도했다가 방심위로부터 제재받은 사건 알지 않나. 바이든 날리면이 조작됐다고 짜깁기를 증명한 곳이 소리규명연구소"라며 "17.5초의 짧은 시간 발성한 내용에는 청탁 이야기를 입증할 수 있는 점이 안 보인다. 편집과 조작을 숨기기 위해 고의적으로 배경 잡음을 추가한 것도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또 "(연구소가) 소리와 주파수 음폭을 비교해 봤더니 크게 세 구간이 상이하게 구분됐다. 세 구간이 편집·조작됐다"며 "17.5초의 짧은 시간 발성한 내용에는 청탁 이야기를 입증할 수 있는 점이 안 보인다. 녹취록의 내용이 의미가 없어진다. 편집과 조작을 숨기기 위해 고의적으로 배경 잡음을 추가한 것도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녹취록 조작 의혹이 제기되자 민주당에서는 방송에 나온 분량이 아닌 녹취록 전체를 함께 들어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공개적으로 전체를 같이 들어보면 조작이 있었는지 판단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여당 의원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전체가 공개되지는 않았다.
이날 운영위는 이번 국감에서 두번째로 김건희 여사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김 여사를 비롯해 이원모 공직기강비서관과 이른바 '김건희 라인'으로 불리는 강기훈·황종호 행정관, 대통령경호처 소속 정상석 전 가족부장, 김신 가족부장, 김태훈 수행부장 등까지 7명이 대상이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크게 반발하며 국감장에서 고성이 오갔다. 잇따른 회의를 강행하는 박 위원장을 향해 일부 여당 의원들은 '사악하다'라는 표현을 쓰며 항의했다. 이에 박 위원장은 "운영위원장에게 사악하다고 표현하는 거냐"면서 반발하고 토론을 종결한 뒤 동행명령을 발부했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강혜경 씨와 그의 법률대리인 노영희 변호사를 두고도 설전을 벌였다. 김건희 여사와 명 씨가 통화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강 씨가 처음에는 "본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가 노 변호사가 귓속말로 조언한 뒤 다시 같은 질문이 나오자 "봤다"고 답변을 바꿨다는 것이다. 강 씨는 처음 질문을 김 여사가 아직 명 씨와 연락하는지를 묻는 것으로 착각했다고 해명했다.
녹취록 의혹을 두고 공방을 벌이다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이 정진욱 민주당 의원에게 "저거 쓰레기네"라고 말해 회의장이 시끄러워지기도 했다. 권 의원은 녹취록 조작 의혹을 제기하던 중 정 의원이 "특검하세요 특검"이라고 끼어들자 이같은 비속어를 내뱉었다.
이후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권 의원은 "쓰레기라고 말한 것 사과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