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조채원 기자] 윤석열 정권 탄핵 스모킹건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31일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 씨 사이 통화 녹취 내용이 그것이다. "공천관리위원회에서 (공천 명단을)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전 국민의힘 의원)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공천)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 윤 대통령 육성은 명 씨가 대선 때 윤 대통령을 위해 실시한 여론조사 비용을 김 전 의원 공천으로 대신 받은 것이란 주장을 뒷받침한다.
'검사 출신'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윤 대통령이 여론조사 결과를 요구했다'는 명 씨 녹취가 공개된 지난달부터 여론조사 무상 제공 의혹을 제기해왔다. 윤 대통령이 3억 원 대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도 대선 비용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면 정치자금 부정수수로 당선 무효형에도 이를 수 있는 사안이라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박 의원은 이날 <더팩트>와 통화에서 "여론조사 대가로 공천을 해줬다면 수뢰후부정처사죄(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받은 후 그 대가로 직무상 부정한 행위를 한 경우에 적용되는 범죄)와 공직선거법·정당법 위반 등에 해당한다"며 "모두 국기문란에 해당하는 중대한 범죄이자 탄핵 사유"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실에서 어떤 이유를 들며 부인해도 이 녹취록이 가짜라고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제 검찰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압박했다. "검찰이 윤 대통령과 단절하고 검찰권을 제대로 행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을 겨냥해서는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고 수사 받으라"고 직격했다.
박 의원 말대로 "용산 대통령실의 위성 정당으로 전락한 검찰"은 이제부터라도 살아있는 권력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까. 박 의원은 "검찰이 더 이상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선 검찰개혁 입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검찰 권력은 너무 비대해 그 자체로 남용할 우려가 크다"며 "검찰권이 견제·분산돼 있으면 일사불란하게 권력의 입맛에 맞춰 시녀 노릇을 할 수가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개혁 입법은 수사·기소권을 분리하고 민주적으로 통제해 어떤 검사라도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할 수 없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핵심"이라며 "22대 국회 임기 안에 반드시 이뤄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전날 이뤄진 박 의원과의 일문일답. 녹취 공개 이후 추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 공개된 통화가 이뤄진 시점은 2022년 5월 9일로 취임 하루 전날이다. '당선인 신분이라 문제 없다'는 의견에 대한 생각은.
당선인 신분이라도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그리고 공천이 발표된 시점은 2022년 5월 10일 취임식 날이다. 공천개입 사실관계는 당선인 시기가 아닌 대통령 취임과 함께 완성된다. 대통령 당선인의 공천 개입이 아니라 대통령의 공천개입으로 규정한다.
- 야권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당 차원에선 이날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민주당은 오는 2일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규탄 장외집회를 예고했다. 녹취를 입수한 지 오래됐기에 특검법 통과를 촉구하는 여론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에 대해선 이미 내부적 결정이 이뤄졌을 것 같다. 향후 국민 여론이 어떻게 움직일 지 예의주시하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 '명태균 게이트'를 수사하는 창원지검의 수사 역량 부족을 지적했는데.
더 이상 창원지검 관내 선거 사건이 아니다. 많은 국민들이 대선 과정에서 정말 여론 조작이 있었던 것인가, 명 씨의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김 전 의원이 공천을 받은 것인가를 궁금해한다. 빠른 진상규명을 위해선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거나 합동수사단을 구성해야 한다.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에게 속히 수사단 구성을 지시하고, 총장 직할로 수사해야 한다.
- 오는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 표결이 예정돼있다. 어떻게 전망하시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나 친한(親韓·친한동훈)계에선 특검법에 대해 전향적으로 나올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지난달 30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도 '국민 우려'를 얘기하면서 특검법 관련 해법은 제시하지 않았다. 지금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사안은 '한 대표가 김 여사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이냐'가 아닌가. 친한계로 꼽히는 장동혁 최고위원은 한 대표 기자회견 날 라디오에서 "야당이 추진하는 특검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는데, 그건 한 대표 의견이나 마찬가지다.
지금은 국민의힘과 대통령 지지율이 함께 하락하는 상황이다. 김 여사를 도려내야 국민의힘이 온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소속 의원들이 고민이 클 것 같다. 재의결에서 지난번(4표)보다 더 많은 이탈표를 기대해본다.
- 국감에서도 여론조사 관련 의혹 등을 꾸준히 언급했다.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처음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으로 촉발됐던 '명태균 게이트'가 '불법 대선 게이트'로 번지고 있다. 여론 조작은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행위란 점에서 '도둑 맞은 대선'이라고 표현한다. 국감 때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대선, 지방선거 등 2021년에서 2022년 미래한국연구소 등이 의뢰해 실시한 공표용 여론조사 150건 내역 중 1위 후보들을 정리한 내용을 공개했다. 경선 기간 여론 조작으로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된 것이라면 국민의힘 내부 경선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겠나. 국민의힘도 진상 규명에 협력해야 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국감에서 대선 당일 윤석열 캠프 핵심 참모진들에게 명 씨의 미공표 여론조사 내용이 담긴 '명태균 보고서'가 공유됐고 이를 토대로 전략 회의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미공표 여론조사 비용은 공식 회계상 기록되지 않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 개인채무였고 이를 공천으로 갚았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