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조채원 기자] 지난 9일 아침 전남 영광 영광읍. 하늘색 점퍼를 입은 진보당원들이 '줍깅(길거리 쓰레기 줍기)'하며 지역 상인들에게 익숙한 듯 인사를 건넨다. "고생하신다"고 화답하는 상인들은 이들의 등장이 낯설지 않은 듯했다. 영광군수 선거 전망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은 '영광에 온 진보당'에 대한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초반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2강, 진보당 1중 구도였던 10·16 영광군수 재선거는 막판 3강으로 재편됐다. 결과는 민주당 41.08%, 진보당 30.72%, 혁신당 26.56%. 진보당은 10%포인트(p) 넘는 격차로 2위에 그쳤지만 향후 지방선거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진보당은 30일 창당 7주년을 기념해 영광군수 재선거 평가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2017년 10월 촛불 항쟁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때 탄생한 민중당은 2020년 총선에선 한 석도 얻지 못한 '원외 정당'에 머물러야 했다. 그해 민중당은 진보당으로 바꾸며 쇄신을 도모했고 당원 수는 7만 명에 이르렀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기초단체장 1명, 광역의원 3명, 기초의원 17명 등 21명의 당선자를 내 거대 양당 다음으로 많은 당선인을 배출해 주목받았다. 2023년 전주 전주시을 재선거에서 강성희 의원이 당선되면서 다시 원내에 진입했다. 지난 4·10 총선에선 지역구 1명(윤종오 의원·울산 북구)와 비례대표 2명을 배출한, '원내 3석 정당'이다.
◆영광 재선거 돌풍 비결은 "오랜 기간 축적된 결과물"
김재연 상임대표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영광 재선거 돌풍 비결에 대해 장기간 꾸준히 지역에 뿌리내리며 정책 성과를 냈다는 점과 강한 조직력 등을 들었다. 그는 "많은 언론이 지난 재보선에서 주목했고 생활 정치·바닥 훑기·풀뿌리 이런 표현을 많이 쓰셨다"며 "칼갈이 봉사활동을 하며 당의 정책을 알리고 농민들과 소통하는 등의 바닥 밀착 활동들은 오랫동안 축적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단지 영광만의 사례가 아니라 2022년 지선 21명의 당선자 배출, 23년 강 의원 당선, 24년 총선 부산 연제구 노정현 후보 돌풍 모두에서 공통되게 적용되는 양상"이라며 "진보당 정치인들은 한 지역에서 묵묵히 꽃길 아닌 자갈길, 가시밭길을 걸어왔고 그 과정을 주민들이 생생하게 기억하고 계신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상임대표는 '2등' 결과에 대해선 "진보당 후보가 바닥을 훑으며 지역민들을 누구보다 잘 파악해 온 점과 조직력이 '스타 정치인' 조국 혁신당 대표의 영광살이를 넘어선 위력을 발휘한 것"이라며 "호남 정치 변화를 민도가 높다는 점과 대안 세력으로 선택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에 2026년 지선이 더욱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 "2026년 지선서 '제3당' 목표…정권 퇴진 동력 만들고, 대안 제시할 것"
김 상임대표는 "다시 진보정치의 전성기를 만들겠다"며 두 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한국 정당사에서 역대 진보정당 중 최다 당선자 배출로 확고하게 제3당의 지위를 확보하겠다"며 "2026년 지선에서 115석 이상의 당선자를 배출해 지선 결과만으로도 다시 진보 정치의 전성기를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아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예고했다. 2010년 지선에서 민주노동당은 기초단체장 3명과 기초의원 115명을, 진보신당은 광역의원 3명과 기초의원 22명을 배출했다.
김 상임대표는 "지금 정치권의 가장 큰 화두는 '윤석열 정권이 언제 종식되는가'일 것"이라며 "이미 진보당은 지난 8월 윤석열 탄핵 추진을 당론으로 공식 발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국민 여론조사 등의 지표를 통해 윤 대통령 지지율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임에도 이것을 정권 퇴진 동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2016년에 형성됐던 박근혜 퇴진 촛불 항쟁과 같은 광장에서의 뜨거운 민심이 확인돼야 한다"며 "진보당은 모든 조직력 그리고 헌신성을 바탕으로 정권퇴진 광장을 여는 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12월까지 범국민적 관심사를 바탕으로 '퇴진 광장'을 열어내기 위해 지난주부터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라는 정치 캠페인을 전국 16개 광역시·도에서 동시에 시작했다"며 "지금 정권을 퇴진시킨다고 해도 그다음 정권이 지금과 다르다면 얼마나 다르겠느냐는 질문 앞에서 대안을 제시하는 활동도 함께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