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논란의 핵심인물인 명태균 씨가 창원시의 국가산단 선정 논의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시가 2019년 실시한 도시브랜드 슬로건 공모 사업에도 미래한국연구소가 참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미래한국연구소는 명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공모전 작품을 접수받는 메일주소에는 명 씨가 운영했다고 알려진 '시사경남'의 주소가 기재돼있다.
29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창원시는 미래한국연구소와 2019년 '도시브랜드 슬로건 공모' 사업 용역을 계약했다. 창원시 통합 10주년에 앞서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행된 것으로 창원시의 이미지와 비전을 함축한 구호 형태의 짧은 문구를 접수받아 시의 슬로건으로 선정하는 사업이었다.
시 홈페이지나 이메일 또는 우편을 통해 출품하면 됐고 누구나 참여 가능했다. 당시 공고문을 살펴보면 이메일을 통한 접수 안내에는 'sisagn'이라는 네이버 메일 주소가 기재돼있다. 명태균 씨가 사실상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인터넷 매체 시사경남의 메일 주소다. 세계일보의 지난 13일자 보도에 따르면 명 씨는 해당 메일 주소가 기재된 시사경남 명함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시가 추진한 공모전의 작품 접수를 시사경남의 메일 주소로 받았던 셈이다.
창원시는 슬로건 제안서에서 '슬로건 의견 조사 및 분석, 선정, 보고서 작성을 위해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처리업무를 대행업체에 위탁 처리하고 있음을 알려드린다'라고 밝혔는데 기재된 수탁업체는 '(주)미래한국연구소'였다.
2019년 11월 29일부터 12월 10일까지 12일동안 공모작을 접수받았고 온라인 설문과 심사위원 심사를 거쳐 최우수 1명(상금 300만원), 우수 2명(상금 150만원), 장려 3명(상금 50만원) 등 6명의 수상자를 선정하기로 했다. <더팩트>가 입수한 공모 사업 관련 창원시의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슬로건 심사에는 시와 미래한국연구소, 외부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결과는 같은해 12월 26일 공개됐으며 6명의 입상자의 개인 계좌로 상금을 입금한다고 밝혔다. 입상자는 선정했지만 마땅한 슬로건이 없어 시는 이듬해 다시 공모를 진행했다고 한다.
용역계약서와 예산집행 내역을 살펴보면 사업비용은 1586만8500원이며 미래한국연구소와의 계약금액은 상금과 경품 지급 등을 제외한 936만9000원이다. 공모와 관련한 공고문에는 '창원시장'이라고 기재돼있다. 큰 규모의 사업은 아니지만 미래한국연구소가 시청 일에도 관여했다는 정황으로 볼 수 있다. 2019년 당시 시장은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허 의원 측 관계자는 "당시에는 미래한국연구소 자체를 몰랐다"라고 했다. 허 의원도 모른다는 입장을 전했다. 명 씨나 김 씨에 대해서도 기억에 없다고 했다.
창원시청 관계자는 "슬로건 공모와 용역을 동시에 추진했다. 2019년도에 이 업체(미래한국연구소)와 계약 절차에 의해 추진했고 이 정도만 파악이 되는 상황이다. 간단한 공모 같은 경우엔 자체적으로 심사를 하지만 공정성이 필요한 경우에는 업체에 의뢰를 줘서 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시의 공식 공고문에 시사경남 메일 주소가 기재된 경위에 대해선 "용역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용역업체(미래한국연구소)에서 공모전 취합 등의 결과를 하게끔 과업지시서 안에 포함된 사항이라서 업체로부터 받은 메일을 공모에 넣어 공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명 씨는 미래한국연구소를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한국연구소의 등기상 대표이사인 김모 씨는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친인척으로 김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시사경남의 보도국장을 지내기도 했다. 김 씨는 미래한국연구소의 실소유주가 명 씨라고 주장하는 반면 명 씨는 자신과 상관 없다는 입장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