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시정연설도 '불참' 가능성…巨野와 대립 심화


내달 4일 시정연설 한 총리 대독 거론…대통령실 "확정된 것 없다"
민주당 "국민과 국회에 대한 지독한 무시"

윤석열 대통령이 22대 국회 개원식 불참에 이어 국회 시정연설도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난 9월 22일 체코 순방을 마치고 서울공항에 도착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대통령실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2대 국회 개원식 불참에 이어 국회 시정연설도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건희 여사 의혹을 중심으로 정국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대통령과 거대 야당의 대립이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다.

대통령실은 내달 4일로 예정된 2025년도 예산안 관련 국회 시정연설을 두고 지난 25일 관계자를 통해 "국회 상황도 봐야 한다"며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시정연설은 대통령이 다음해 예산안을 두고 국회에 협조를 부탁하고 국민들에게 국정 운영 방향을 알리는 자리다. 이전까지는 대체로 취임 첫 해에만 대통령이 직접 시정연설을 하고 그 뒤에는 국무총리가 대독하는 식이었지만 박근혜 정부부터 매년 대통령이 나섰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11년 만에 이런 관례를 깰 가능성이 점쳐진다.

대통령과 거대 야당 간 극단적인 갈등이 다시 한 번 상징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앞서 올 9월 열린 22대 국회 개원식에도 불참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불참 이유로 국회 정상화가 우선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개원식은 통상적으로 국가 수반인 현직 대통령이 참석해 개원의 축하와 협치, 초당적 협력을 강조해 왔다. 윤 대통령의 불참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이었다.

이후에도 야당이 점점 공세 수위를 높이면서 국정감사에서 집중포화를 퍼부었고, 지난 21일 법사위 국감에서는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 씨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기도 했다. 영부인에 대한 동행명령장 발부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의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피의자 김건희 불기소처분 규탄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나아가 김 여사 의혹을 정면에 내세운 장외투쟁까지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달 2일 '김건희 규탄 범국민대회'를 열고 김 여사 특검법 수용을 요구할 계획이다. 민주당의 장외투쟁은 올 6월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비판하는 규탄대회 이후 4개월 만이고, 김 여사를 직접 겨냥한 것은 처음이다.

21대와 22대 국회를 거치며 야당이 수차례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하고, 윤 대통령이 24건의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심화한 갈등이 더욱 깊어지는 형국이다. 다만 이렇게 관례를 깨면서 정국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것은 윤 대통령 입장에서도 더욱 부담이 될 수 있다. 국정감사와 명태균씨의 폭로 등을 거치며 역대 최저 수준으로 지지율이 추락한 가운데 야당과의 갈등이 다시 부각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불참 가능성이 거론되자 '무책임한 태도'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27일 브리핑에서 "예산안 처리를 위해 야당의 협조를 구해야 할 대통령으로서 이런 무책임한 태도는 국정을 제대로 운영의 의지가 있는지 깊은 의문을 자아낸다"며 "국정은 어찌 되든 자리만 지키겠다는 자세가 아닐 수 없다. 국민과 국회에 대한 지독한 무시이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honey@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