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강해진다…'윤한갈등'에 주목받는 김건희 특검법


민주당 21대부터 총 세 차례 당론 발의
이번 법안 11월 14일 본회의 상정 예정
명태균 폭로까지…의혹 총망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가운데 문제의 발단으로 지목된 김건희 여사 특검법안이 주목받고 있다. /장윤석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가운데 문제의 발단으로 지목된 김건희 여사 특검법안이 주목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론으로 발의한 특검법을 내달 본회의에 상정한다는 입장이어서 올해 안에 재표결까지 진행될 전망이다. 당정갈등은 당분간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국민의힘이 이탈표 관리에 실패할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온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내달 14일께 특검법을 본회의에 상정할 전망이다. 국정감사가 마무리된 이후 법제사법위원회 법안 심사에 돌입할 계획으로 신속하게 재추진할 예정이다. 앞서 민주당은 21대와 22대 두 차례에 김건희 특검법을 걸쳐 발의했으나 윤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최종 폐기된 바 있다.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발의한 김건희 특검법은 이번이 세 번째다.

◆ 첫 법안 수사 대상은…도이치 주가조작만

여태껏 발의된 세 법안은 수사 대상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인다. 첫 번째 법안은 21대 국회인 지난해 3월 24일 의안과에 접수됐다. 대표 발의자는 이은주 전 정의당 원내대표고, 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야당 의원 12명의 발의자 명단에 올랐다.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과 동시에 추진돼 지난해 4월 민주당 주도로 패스트트랙에 지정됐다. 이후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 전원이 참여한 수정안이 지난해 12월 28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돼 재적 298명 가운데 재석 180명 중 찬성 180명으로 통과됐다.

해당 법안의 수사 대상은 △김 여사 및 가족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기타 상장회사 주식 등의 특혜 매입 관련 의혹 사건 △이 사건 수사과정에 범죄혐의자로 밝혀진 관련자들에 의한 불법행위 △관련된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사건 등이다.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 사건에만 수사 범위가 한정되는 셈이다.

원안과 수정안의 차이점은 국민의힘의 특별검사 추천권한을 제외한 것이다. 원안은 '대통령이 소속되지 않은 교섭단체와 교섭단체가 아닌 원내 정당'이 갖도록 했다. 이들이 후보자 2명을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추천하면 대통령은 3일 이내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해야 한다. 수정안은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됐던 정당'도 추천권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윤 대통령이 탈당 후 국민의힘이 특검을 임명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 것이다. 교섭단체가 아닌 원내정당 중에선 의석이 가장 많은 정당에 특검 추천권한을 줘 사실상 민주당과 정의당만 특검을 추천하도록 규정했다.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 전원이 참여한 수정안이 지난해 12월 28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돼 재적 298명 가운데 재석 180명 중 찬성 180명으로 통과됐다. /배정한 기자

본회의에 상정될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동훈 대표는 해당 법안의 12조를 독소조항으로 꼽기도 했다. 특검 또는 특검보는 국민 알권리 보장을 위해 피의사실 외의 수사 과정에 관한 언론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다는 것인데 당시 한 대표는 특검이 수사 상황을 생중계할 수 있다며 이를 '악법'으로 규정했다.

끝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첫 특검법은 지난 2월 29일 재의결 끝에 최종 폐기됐다. 재석 의원 281명 중 찬성 171명, 반대 109명, 무효 1명으로 부결됐다. 재의결에선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 22대 개원 후 쏟아진 특검법…대폭 늘어난 수사 범위

22대 개원 직후 민주당 의원들은 서둘러 김 여사를 겨냥한 특검법을 발의했다. 이성윤·전현희·민형배 의원과 야당 법사위원들이 연이어 법안을 내놨고, 민주당은 의원 169명이 전원 참여한 당론 법안을 지난 6월 13일 발의했다. 이들 법안을 병합한 대안이 최종적으로 야당 단독으로 법사위를 통과했다.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이 연이어 터지면서 21대의 법안보다 수사 범위가 확대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삼부토건 주가조작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명품백 수수와 관련 국민권익위 조사에서의 불법행위 △인사개입 △채상병 사건 및 세관마약 사건 구명 로비 △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을 비롯해 해당 수사 과정에서의 인지 사건 및 특검 수사 방해 행위까지 모두 8개 의혹을 다룬다.

22대 개원 직후 민주당 의원들은 서둘러 김 여사를 겨냥한 특검법을 발의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월 29일 오후 인천광역시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024 정기국회 국회의원 워크숍에 참석해 단체 촬영을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특검 추천 권한은 민주당과 비교섭단체로 한정했다. 민주당과 비교섭단체가 각각 1명씩 2명을 서면으로 추천하면 대통령은 3일 이내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해야 한다. 특검 후보 임명을 미룰 상황을 대비해 대통령이 임명을 하지 않는다면 후보자 중 연장자가 임명된 것으로도 규정했다. 수사 범위가 확대된 만큼 특검팀 인원도 21대에 비해 늘었다. 파견검사의 수를 20명에서 30명으로 늘렸고 검사를 제외한 파견공무원과 특별수사관의 수도 40명에서 60명으로 늘렸다.

수사 기간도 70일에서 90일로 늘어났고, 연장도 최대 30일 한 차례 더 할 수 있도록 했다. 총 60일까지 연장이 가능한데 두 번째 연장 때는 대통령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21대 법안의 경우 30일 연장에도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한다면 관할 지방검찰청에 사건을 인계하도록 했었다. 두 차례에 국민 알권리 보장을 위해 특검보가 피의사실 외의 수사 과정 언론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다는 조항은 그대로 유지됐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에 법안은 10월 4일 국회로 다시 돌아왔고 재표결 끝에 또다시 폐기됐다. 재석 의원 300명 가운데 찬성 194명, 반대 104명, 기권 1명, 무효 1명이었다. 국민의힘에서 최소 4표의 이탈표가 나온 셈이었다.

◆ 명태균 폭로까지…의혹 총망라 세 번째 법안

지난 17일 발의된 민주당의 세 번째 법안은 김 여사의 의혹을 총망라했다고 볼 수 있다. 명태균 씨의 폭로까지 추가된 점이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삼부토건 주가조작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명품백 수수와 관련 권익위 조사에서의 불법행위 △인사개입 △채상병 사망 사건 및 세관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8회 지방선거 개입 △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20대 대통령 선거 불법여론조사 등 부정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관저 이전 및 국가 계약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관련 수사에 있어서 수사기관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봐주기 수사) 등 13개 의혹을 다룬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만 원내부대표(왼쪽부터)와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김건희 특검법을 제출하고 있다. /뉴시스

마찬가지로 특검 추천 권한은 민주당과 비교섭단체로 뒀다. 각각 1명씩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다.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는다면 연장자가 임명되도록 했다. 파견검사 30명, 파견공무원 60명, 특별수사관 60명으로 두고 두 차례에 걸쳐 30일씩 최대 60일 수사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법안은 11월 14일 본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라고 민주당 관계자는 전했다.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판결이 나오기 전날이다. 윤한갈등이 극심해지는 만큼 특검법 통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법안을 일부 수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동훈 대표를 압박하기 위한 '제3자 특검 추천' 카드도 거론된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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