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만남이 사실상 '빈손'으로 끝났다. 한 대표는 김건희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과 의혹 해소 노력, 김 여사 측근 그룹으로 지목된 이른바 '한남동 라인'에 대한 인적 쇄신 등을 건의했지만, 사실상 수용이 거부됐다. 면담 이후에도 대통령실과 한 대표는 면담 내용을 두고서 신경전을 벌였다. '운명공동체' 당정은 물론 여당 내부 갈등도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계(친한동훈)가 윤 대통령 대선 공약인 특별감찰관 임명을 두고 파열음을 내고 있다.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막바지를 향하는 가운데 국감장에서 낯 뜨거운 상황이 벌어졌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김태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의 '욕설 논란'이 불거졌다. 안타까운 장면도 있었다. 국방위원회 국감장에서 북한 접경 지역 주민이 북한의 대남방송 탓에 "일상이 무너지고 있다"며 정부 측을 향해 무릎을 꿇고 도움을 호소했다. 한편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국회의원 임대업 심사 실태'를 발표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국회의원 중 과다 부동산 보유자(본인·배우자 명의 중복 제외)는 115명이었다.
◆같은 자리 말하는 거 맞나…평가 극명히 엇갈린 윤-한 회동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드디어 한 테이블에 마주 앉았어. 지난달 원내대표부 만찬을 전후해 한 대표가 독대를 요청한 지 거의 한 달 만에 성사된 자리였지. 사실 대통령과 여당 대표는 '같은 편'이니까 이렇게 주목을 받을 자리는 아닌데, 그렇게 이목이 쏠린 건 그만큼 둘의 관계가 미묘했다는 거겠지. 예상대로 김건희 여사 논란이 주요 화두였어. 한 대표는 이미 공언한 대로 김 여사 활동 자제와 의혹 해소를 위한 수사 협조, 대통령실 인적 쇄신 등을 요청했고, 윤 대통령은 하나하나 답변했다고 해.
-그런데 면담 성과를 두고 양측 평가가 완전히 갈린 모습이야. 대통령실은 서로 할 이야기를 다 했다며 의미를 부여하는 반면 한 대표는 대통령실의 설명을 '각색'이라는 표현으로 평가절하했어. 사실 당일 면담이 끝난 뒤 한 대표가 직접 면담 내용을 브리핑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그러지 않고 바로 귀가하면서 면담 분위기가 좋지 않았고 빈손으로 끝났다는 해석이 많았지.
-대통령실은 다음날 관계자를 통해 김 여사 관련 내용 등을 포함해 면담 내용을 전했어. '원만했다' '한 대표 요구에 대통령이 반응이 없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 '여당 대표와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눈 것만으로도 성과'라고 자평했지. 반면 친한계 의원들은 제대로 소통이 된 것 같지 않고 성과가 없었다고 평가했고, 급기야 한 대표는 대통령실이 발표를 각색했다고 언급했어. 이후 대통령실은 다시 관계자를 통해 무엇이 왜곡이라는 건지 말해달라, 엄중한 정치 상황에서 당정이 하나가 돼 어려움을 극복해야 할 시기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어.
-면담 의전을 두고도 한 대표가 홀대를 당했다는 목소리도 나왔어. 먼저 당초 오후 4시 30분에 면담을 시작할 예정이었는데 윤 대통령이 앞 일정이 지연되면서 20여 분 늦게 시작하게 됐어. 이렇게 지연됐을 뿐만 아니라 이 20여분간 한 대표가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알려지면서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더 커졌어. 면담 테이블도 한 대표 측은 원탁 테이블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기다란 직사각형 형태 테이블에 마주 앉게 됐고, 한 대표는 독대를 청했지만 정진석 비서실장이 한 대표 옆에 배석한 채 진행됐어. 결국 반대편에 윤 대통령이 앉아 마치 상급자가 하급자들을 대하는 그림이 아니었냐는 거지.
-면담 사진을 두고도 말이 나왔어. 대통령실이 제공한 사진이 그런 해석을 뒷받침하는 모습으로 찍혔다는 반응이었지. 이런 여러 논란이 일면서 친한계 의원들 사이에서 기획된 의전 홀대 아니냐는 불만도 터져 나왔어. 대통령실은 시간 지연은 국가 안보와 관련한 접견 때문이었고, 테이블은 원래 그 장소에 원형 테이블이 없었다고 해명했어. 사진은 제한된 시간 안에 빠르게 찍고 나왔을 뿐이고, 결국 홀대를 당했다는 해석 자체가 왜곡된 것이라는 입장이야.
◆'빈손' 면담 후 한동훈 사퇴론까지
-윤 대통령과 회담 이후 한 대표의 사퇴론까지 제기됐다고 하던데?
-면담 다음 날인 22일 한 대표가 사퇴 기자회견을 한다는 출처 없는 소위 '지라시'가 돌았어. 깜짝 놀랐지. 사실 확인이 먼저였는데, 국민의힘 대변인들은 "사실무근",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어. 박상수 대변인은 "기자분들의 전화 문의에 한 번에 답변드린다"며 "대표님과 63% 당원 그리고 국민의 사퇴는 없다"고 일축했어.
-국민의힘은 25일 한 대표와 관련한 지라시에 법적 조치를 예고했어. 국민의힘은 "당 대표를 악의적인 허위 사실로 음해하는 소위 지라시들이 조직적으로 유포되고 있다"며 "이와 같은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민사, 형사상 모든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어. 여기서 '조직적'이라는 표현이 눈길을 끄는데,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계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더라.
-대통령 가족의 비위 행위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추천'을 시작으로 한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투톱 간 갈등뿐 아니라 친한(친한동훈)계와 친윤계 간 계파 갈등까지 격화하는 모양새라 그런 해석이 나오는 것 같아.
-특별감찰관 임명을 두고 계파 간 견해차가 큰 만큼 국정감사가 끝난 후 의원총회에서 표결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어. 만약 표 대결이 진행된다면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당내 '중립지대'가 어느 계파를 더 많이 지지하느냐가 관건이기에 양측은 중립으로 추정되는 5~60명의 의원을 설득하는 데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여.
◆국감 순회공연 펼친 한동훈…"신선하다" "정무감각 없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국정감사장을 방문했다고 하는데. 무슨 일이야?
-이제 국감이 종반부에 접어들었잖아. 수고했다는 격려 차원으로 24일 국회 상임위원장 회의장을 돌아다니며 여야 의원들을 격려했더라고. 아무래도 한 대표의 당내 입지가 여의찮다 보니 의원들과의 접촉면을 늘리러 간 것으로 보여. 환경노동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교육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등 9개 국감장을 돌았다고 해.
-한 대표의 깜짝 방문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체로 반가워하더라고. 야당 의원들과도 한명 한명 악수했어.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는 이철규 위원장의 배려로 잠시 마이크를 들고 발언도 했어. 한 대표는 "야당 의원들께서 고생 많으시다. 우리 당 의원님들도 노고 많으셨다. 보좌진들도 고생 많았다. 고맙다"라고 짧게 인사했지.
-국회 기자들 사이에선 한 대표가 '국감 순회공연'을 펼치고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오더라고. 일부 기자들은 신기하다,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였어.
-국방위 국감장에선 한 대표로 인해 잠시 소동도 있었다고 하던데.
-맞아. 한 대표가 방문한 시각이 대남 확성기 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인천 강화군 주민들의 발언이 있었을 때였거든. 한 주민은 정부 측 인사들을 향해 무릎을 끓으며 도움을 호소했어. 민주당 박선원 의원과 김병주 의원이 주민을 달래러 나간 사이에 한 대표가 국감장에 왔어. 국민의힘 소속 성일종 위원장은 "한 대표께서 격려 방문하셨다. 우선 침착하고 대표님 인사하고 나간 다음에 진행하겠다"고 했어. 방문이 적절하지 않다는 야당 위원들의 지적에 성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님이 오셔도 다 이렇게 할 것"이라고 하더라고.
-한 대표가 국감장을 나가려 하자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대표님이 정무감각이 없나"라면서 한 대표를 겨냥하더라고. 또한 "우리보다도 저분들이 더 중요하다"는 야당의 목소리를 들은 듯, 한 대표는 북한 접경 주민과 만나 인사하고 짧게 대화했어.
-때마침 시간이 겹쳐서 눈총을 받기도 했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 회의장에는 의원·국무총리, 국무위원·정부위원을 비롯해 의안 심의에 필요한 사람 또는 의장이 허가한 사람들만 출입할 수 있다고 해. 그래서 원외 대표 신분인 한 대표의 방문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왔지. 판단이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나름 한 대표 입장에선 잘해보고자 한 거 같아. 신선하다는 반응도 있었으니 말이야.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김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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