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2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 면담을 '맹탕'이라고 혹평하며 '윤한 갈등'을 부각했다. 동시에 한 대표를 향해 김건희 특검법 수용 압박도 이어갔다. 민주당은 두 사람 간 갈등이 최고조에 오른 지금이 특검법 관철의 기회라 보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한 대표 간의 양자회담이 성사된 가운데 회담 의제에 김건희 특검법이 포함될지 주목된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정감사 대책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의료대란과 같은 시급한 민생 문제도 논의하겠지만 '명태균 게이트'로 점점 더 짙어가는 김건희 여사의 국정 개입 의혹에 대한 해법을 논의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여야 대표 회담에서 의료대란은 사전에 조율된 의제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회담 과정에서 자연스레 논의된 바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김 여사 문제에 대해 상당한 견해차를 드러낸 만큼 이탈표 가능성에 기대감도 나타난다.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특검법에 대한 국민 여론이 상당한데, 국민의힘 친윤계가 언제까지 민심을 모른 척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회담 시기는 미정이지만 정치권에서는 국정감사가 끝난 이후인 다음 달 초에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일단 국정감사가 끝난 뒤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21일 면담을 비판하면서 한 대표를 향해 특검법 수용을 촉구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한 대표도 이제 결단해야 할 때"라면서 "한 대표는 회동 전에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고 말했다는데, 김건희 특검을 거부하면 윤석열-김건희 부부와 함께 죽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니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면담은 국민 눈높이에 한참 미치지 못한 맹탕이었다"면서 "국민의 가장 큰 관심사는 김건희 특검 수용 여부였지만 특검 수용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변화와 쇄신, 특검을 바라는 민심을 걷어찬 대통령은 이제 추락할 길만 남았다"며 "김건희 특검은 필연"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균열 지점을 노리는 모습이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그 회동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대통령은 민심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것과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 여당에 대해서조차 상당히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내 친한계는 김건희 특검법 합의 처리 가능성에 대해서 선을 그었다. 친한계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친한계 의원들 주도로 김건희 특검법을 합의 통과시킬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그건 너무 앞서 나가는 얘기"라며 "저희들의 의중과 무관한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민주당에서 이간계를 쓰는 것"이라며 "어떤 경우든 저희가 민주당과 손잡아서 대통령실을 힘들게 하는 그런 방식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균열 지점이 민주당에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현재 권력(윤 대통령)과 미래 권력(한 대표)의 싸움은 미래 권력의 승리로 끝나게 돼 있다. 헤게모니는 한 대표에게 넘어간다"며 "현재 권력이 미래 권력을 모욕했다면 미래 권력도 다른 길을 도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