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에서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조치를 일부 수용했지만 여전히 둘의 관계는 냉랭한 모습이다.
대통령실은 '원만했다'고 표현한 반면 한 대표는 직접 언급을 피하고, 친한계 의원들은 특별한 성과가 없었다는 평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1일 오후 진행된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면담을 두고 "대화 분위기는 차분하고 원만했다. 서로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다"며 "미국 대선 전망과 최근 동남아 순방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고 22일 전했다.
또 "일부 언론에서 한 대표 요구에 윤 대통령이 반응이 없었다고 보도했는데 사실과 다르다"며 "대통령은 한 대표의 말을 듣고 차분한 어조로 답변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여당 대표와 격의없이 대화를 나눈 것만으로도 성과가 있지 않나"며 "향후 헌정유린을 막고 당정이 하나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는 점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양 측이 원하는 만큼 서로 의견을 주고 받았다는 해석이다. 또한 당일 대통령 측에서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빈 손 회담'이라는 평가가 나온 데 대해 선을 긋는 모습이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인적쇄신을 두고는 "잘못을 알려달라", 김 여사 활동자제를 두고는 "이미 자제하고 있다"며 한 대표의 요구를 일부 수용했다는 점을 설명했다.
그러나 한 대표는 면담 이후 직접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면담이 끝난 뒤 박정하 국민의힘 당대표 비서실장이 기자들을 만나 한 대표의 건의 내용을 전달했을 뿐이다. 다만 이때도 '대통령이 어떤 답변을 했는지', '대통령이 어떤 요구를 받았는지' 등 취재진의 질문에는 "(제가) 오늘 회동에 배석하지 않았다" "용산(대통령실)에 확인해달라"고 답변을 피했다.
당초 한 대표가 면담이 끝난 뒤 직접 분위기나 내용을 설명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으나 그러지 않았고, 대통령실도 침묵하면서 이번 회동이 성과 없이 양 측이 이견만 확인한 자리였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를 해명하기 위해 대통령실이 하루 뒤 입장을 내놓았으나 평가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면담 성과를 두고 박한 평가가 이어졌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한 대표의 진심이 통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웬만하면 한 대표가 직접 국회로 다시 돌아와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하려고 했는데 바로 댁으로 가셨다"고 부연했다.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같은 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성공적인 결과는 아니었다"며 "(한동훈 대표와 연락했는데) 굉장히 씁쓸해했다"고 말했다.
이번 면담은 김 여사와 관련한 의혹들이 증폭되는 가운데 한 대표가 지속적으로 대통령실 인적쇄신, 김 여사 활동 자제 등을 요구하면서 당정 관계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자리를 두고 양 측이 명확한 온도차를 보이면서 당정 갈등을 봉합하는 데 실패한 모습이다.
한 대표는 이날 오후 인천 강화 풍물시장에서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라는 우리 당 이름 참 좋아한다"며 "오직 국민만 보고, 민심을 따라서 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면담 이후 첫 공식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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