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폭염에 냉방비 부담 느는데…국회는 여름마다 에어컨 '펑펑'


의원회관, 국회의사당 7~9월 전력사용량 3년째 증가세
"의무 절감 대상 아니지만…서민 고통분담 모습 보여야"

지구촌 전등 끄기 캠페인 어스아워(Earth Hour)가 실시된 지난 3월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당산철교에서 바라본 국회의사당이 오후 8시 30분에 소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더팩트 DB

[더팩트ㅣ국회=조채원 기자] 국회의사당, 의원회관 등 국회의원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설의 여름철(7,8,9월) 전력사용량이 매년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여름 극심했던 더위로 가계, 소상공인 전기요금 부담이 가중된 만큼 국회도 에너지 절감에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팩트>가 15일 야당 소속 의원실을 통해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제공 받은 최근 3년(2022년~2024년) 국회 소속 5개 기관 전력사용량에 따르면 하절기인 7,8,9월 국회의사당, 의원회관 전력사용량은 매년 전년 동월 대비 증가했다. 국회 소속 5개 기관은 국회의사당, 의원회관, 국회도서관, 국회박물관, 국회의장 공관이다.

전력사용량이 가장 많은 곳은 의원회관이었다. 국회의사당 왼쪽에 위치한 의원회관은 국회의원과 보좌진들이 의정활동을 수행하는 곳으로 전력사용량은 8월, 9월, 7월 순으로 많았다. 8월은 2022년 167만6632kwh, 2023년 175만5507kwh, 2024년 185만4188kwh로 집계됐다. 9월은 2022년 158만3340kwh, 2023년 158만5149kwh, 2024년 171만4216kwh였다. 매월 전년 동월 대비 증가한 수치다. 7월의 경우 2022년 146만99kwh, 2023년 150만1238kwh, 2024년 148만3371kwh로 2023년에서 2024년 한 해만 전년 대비 감소했다.

본회의가 열리는 국회의사당 전력사용량은 국회도서관 다음으로 많았다. 9,8,7월 순으로 매년 9월 1일에 열리는 정기국회 일정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매년 전년 동월 대비 전력사용량이 늘어나는 경향도 같았다. 9월의 경우 2022년 101만2912kwh, 2023년 112만8579kwh, 2024년 122만9526kwh 순이었다.

올 여름 폭염이 9월까지 이어지면서 전기요금 부담이 예년에 비해 커졌다. 한전에 따르면 8월 주택용 평균 전기요금은 1년 전보다 7500원 증가한 6만3610원을 기록했다. 10가구 중 8가구는 전년에 비해 전기요금이 늘었고 113만 가구는 전기요금이 5만원 이상 크게 늘었다. 요금이 감소한 가구는 23%(569만가구)였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이들이 전력 사용을 전체 가구 평균보다 더 줄였다는 통계도 있다. 에너지바우처를 사용하는 약 53만 가구 중 30%인 약 16만 가구가 전년 같은 달보다 전력소비를 줄였다. 에너지취약층이란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라 급여 수급자이면서 노인과 아동, 중증환자, 한부모가족 등 취약층의 냉난방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추진되는 사업에너지바우처를 사용하는 가구를 말한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이들은 요금 부담 탓에 더위를 참아가며 여름을 났다는 의미다.

공공기관의 에너지 절약은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에 따른 의무사항이다. 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시·도 교육청, 공공기관(중앙·지방), 국공립 대학·병원, 초·중·고교 등 전국 2만 5000여 곳이 적용 대상이다. 그러나 대통령실,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 등은 에너지 규제 대상에서 빠져있어 특혜 논란이 일기도 한다. 국회 등이 규제 의무 대상이 아니더라도 에너지 비상상황과 서민고통 등을 고려해 에너지 절약에 협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대통령실은 '국가 보안'을 이유로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일반 가계와 소상공인은 늘어난 오른 전기요금을 내는 데도 부담을 느끼는 게 현실인데 국회의원들이 마음껏 전기를 쓰는 듯한 모습은 특혜로 비칠 수 있다"며 "자체적인 에너지 절감 방안 등을 통해 국회도 서민들과 고통을 분담하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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