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하니는 찍어야 해'…최민희,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국회 직원들, 하니 보러 몰려 '북새통'
북한의 '러시아 파병 정황' 속속 드러나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장에 걸그룹 아이돌이 떴다. 사진은 뉴진스 하니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모습. /남윤호 기자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이게 나라냐'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의 폭로에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 핵심 관련자인 명 씨가 김 여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일부를 공개한 이후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대통령실은 대화 내용 중 등장하는 '오빠'가 김 여사의 친오빠라고 해명했지만, 야권은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공천 개입, 여론 조작, 국정 농단을 비롯한 모든 의혹을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22대 첫 국정감사가 중반부로 접어든 가운데 현역 아이돌이 국감장에 출석했다. 인기 걸그룹 멤버의 방문에 국회가 떠들썩했다. 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장이 직접 뉴진스 하니의 모습을 촬영할 정도였다. 과방위 국감에서 여당은 최 위원장이 회의 중 잠시 자리를 비우고 하니를 만나고 온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렇게 정치권이 바람 잘 날 없는 상황에서 북한은 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러시아를 돕기 위해 병력을 지원하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나라 안팎에서 위기감이 감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원 안)이 지난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하는 걸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를 촬영하고 있다. /이기인 개혁신당 수석최고위원 페이스북 갈무리

◆최민희 과방위원장, 알고 보니 '최민희진'?

-걸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가 지난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국정감사장에 모습을 드러냈어. 소속사 내 괴롭힘을 증언하기 위해서야. 그런데 환노위가 아니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난리가 났다며?

-최민희 과방위원장 때문이야. 이날 오후 1시가 조금 넘었을 때, 하니가 국회 본청에 들어오더라고. 국회 본청 후문에는 하니를 보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는데, 사진 찍는 사람들 사이에 최 위원장이 있는 거야. 하니를 쫓아가면서 아주 적극적으로 찍더라고. 이후 최 위원장은 환노위실에서 나오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어.

-오후 2시 30분께 최 위원장이 야당 간사인 김현 민주당 의원에게 과방위 회의 진행을 맡기고 잠시 자리를 떠났었거든. 최 위원장이 국감장으로 돌아오자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뉴진스 사생팬인 것 같다. 가서 사진 찍는 건 이해한다"면서도 최 위원장의 행동을 질타했어. 특히 최 위원장이 회의 중에 하니를 만나고 왔다고 주장했어. 최 위원장은 회의가 속개된 2시 이후에 만나지 않았다고 반박했어. 회의 진행에 방해되게 하지 않았단 거야.

뉴진스 멤버 하니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최저임금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남윤호 기자

-계속 언쟁이 벌어졌어. 박 의원이 "2시 이후든 아니든 상임위 진행을 방기하고 특권을 발동해 만난 것 아니냐"고 따졌어. 최 위원장은 "상임위를 방기하고 만났다는 말에 책임을 지라"며 "거짓말로 위원장을 모독했다"고 발끈했어. 급기야 "어떻게 국회에 증언하러 온 사람을 만나러 갈 수 있냐"면서 발언 시간을 더 달라는 박 의원의 요구도 거부했지. 결국 국민의힘 의원들은 모두 퇴장했어.

-최 위원장은 이날 저녁 입장문을 내고 "뉴진스 사태는 방송을 소관하는 과방위에도 연관되는 사안"이라며 "과방위원장이 이 사안에 관심을 두는 건 당연하다"고 강조했어. 입장문을 요약하면, 하니의 사진을 찍은 것도 맞고, 만나러 다녀온 맞아. 다만, 과방위원장으로서 현안에 대한 관심이고, 과방위 회의 중에는 만나지 않았단 거야.

-이기인 개혁신당 수석최고위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하니를 촬영하는 최 위원장의 사진을 올리면서 쓴소리를 남겼더라고. "하니 말고 미니 위원장님, 이러고 사진 찍지 마시고 가서 과방위 상임위 준비하세요. 한숨 나오네, 진짜."

뉴진스의 멤버 하니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의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하는 모습. 이날 하니의 등장에 국회가 들썩였다. /남윤호 기자

◆하니 등장에 국회 '들썩'…특권 ·셀카 논란까지

-'국감 스타'가 된 하니의 이야기를 더 해보자고. 현장 분위기는 어땠어?

-국회는 마치 '팬미팅장' 같았어. 국회사무처가 사전에 구성된 사진 및 영상기자를 제외하고는 국감장 내 취재진 출입을 통제하는 등 안전사고에 대비했지만 하니가 국회 본관에 도착하자마자 팬들과 취재진, 국회 직원들까지 몰리면서 혼란스러운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어.

-환노위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층의 엘리베이터 앞부터 회의실 앞까지는 이날 1시쯤부터 통제됐는데, 최 위원장은 여기에도 나타났다고 해. 취재를 위해 통제선 밖에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에게 자신이 찍은 하니 동영상을 보여줬다는 후문까지 있더라고.

-다른 논란도 있었던데. 국감에 참석한 증인이 국감장 안에서 하니와 셀카(셀프카메라)를 찍었어?

-하니와 같이 환노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인섭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장 이야기야. 정 사장은 국감장 좌석에 앉아 하니와 웃으며 셀카를 촬영했어. 한화오션 거제조선소에서 올해만 5명의 원·하청 노동자가 사고로 사망했어. 이 사고와 관련해 출석한 정 사장의 태도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은 이유지. 한화오션 측은 "당사 임원의 적절하지 못한 행동에 대해 국민, 국회, 유가족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는 사과문을 냈어.

-하니의 국감 참고인 채택, 의미가 있었다고 봐?

-노동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의 현실을 다루기 위했다는 게 하니를 국감 참고인으로 채택한 이유지만, 이를 두고 비판이 많아. 국감은 정부의 국정운영 전반에 대해 국민 대신 따져 묻고, 감시하는 자리인데, 굳이 유명 아이돌을 불러 입장을 들어야 했냐는 지적이야. 하니의 출석으로 정작 노동자의 현실과 문제를 폭넓게 짚어야 하는 국감의 본질이 상실됐다는 거지. '5명의 노동자가 현장에서 왜 목숨을 잃었는지, 어떤 점이 보완돼야 하는지'보다 하니만 기억되는 국감이 돼버린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해.

북한의 러시아 파병 의혹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정부는 북한의 파병 정황과 관련해 사실일 가능성을 전제로 파악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에 도착해 러시아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는 모습. /AP. 뉴시스

◆"한국전쟁 이후 최고 위기"...北, 러시아 파병 논란

-북한의 러시아 파병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맞아.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러시아를 돕기 위해 병력을 지원하고 있다는 건데, 이달 초 우크라이나 현지 보도에서 출발한 파병 의혹이 점차 사실로 수렴하는 모양새야. 당시 우크라이나 매체는 도네츠크 인근 러시아 점령지역에서 자국의 미사일 공격으로 사망한 20명 중 북한군 장교 6명이 포함됐다고 보도한 바 있어.

-이어 매체는 북한군 3000명이 러시아군 공수여단 산하 대대급 부대를 편성 중이고, 이미 파병된 북한군 중 18명이 탈영했다고 전했지. 이후에는 영국 BBC 방송이 북한 병력 일부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북쪽 우수리스크 근처에 주둔하고 있다고 보도했어. 이처럼 북한의 러시아 파병 의혹이 곳곳에서 제기된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북한이 러시아에 약 1만명을 파병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지.

-우리 정부도 사실 관계 파악에 나서고 있다며?

-응.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7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보도가 사실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련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사실 확인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어. 김인애 통일부 부대변인도 지난 18일 브리핑에서 "사실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유관기관과 함께 필요한 상황을 공유하며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지.

지난 18일 보도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우리 군대는 대한민국이 타국이며 명백한 적국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다시 한번 똑바로 새겨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15일 북한이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한 모습. /합동참모본부 제공

-외교부와 통일부 모두 '사실일 가능성'을 전제로 답변한 점을 미뤄보면, 정부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 정황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와. 이보다 앞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러 가지 정황으로 봤을 때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지. 현재 국가정보원도 사실 확인을 위해 우크라이나 측과 접촉하고 있다고 해.

-북한이 파병을 통해 '전쟁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지?

-북한은 러시아 파병을 통해 다양한 군사적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와. 무기의 성능을 시험하거나 자국의 전략전술이 현대전에서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지. 북한이 병력이 아닌 인력을 지원할 가능성도 제기돼. 그만큼 어떠한 형식으로든 다양한 전쟁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최근까지 북한은 연결도로 폭파 등 남북 관계 단절을 위한 조치를 지속하고 있어. 파병 의혹이 사실이라면 그 뒤로는 전장에 병력을 보내 전쟁 경험을 쌓고 있다는 거야. '한반도 전쟁 발발 가능성이 한국전쟁 이후 최고조에 달했다'는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의 분석에 왠지 모르게 소름이 끼치는 건 기분 탓일까?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김수민 기자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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