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조채원 기자] 10·16 재보궐 선거에서 '최소 1개 지역 승리'를 목표로 했던 조국혁신당이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당력을 총동원했음에도 전남 곡성 재선거에선 판세를 뒤집지 못했고, 3강 구도를 형성했던 영광에선 '3석' 진보당에 밀려 3위로 주저앉으면서다. 창당한 지 7개월 된 신생 정당으로서 조직력 한계를 넘지 못한 결과란 평가가 나온다.
조국 혁신당 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창당한 지 7개월 만의 첫 지역선거에서 처음으로 직접 지역 후보를 내고 거대 정당과 겨뤘다"며 "겸허하게 결과를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당 대 당 혁신 경쟁, 후보 단일화, 선택과 집중 등 창당 때부터 일관되게 주창한 협력과 경쟁의 원칙을 실제 적용했다"며 "첫 술에 배부르겠느냐, 모두 전국정당, 대중정당으로 발돋움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유권자들께서는 변화와 혁신을 위해 뜨거운 지지를 보내주셨지만 저희가 부족해 염원을 담아내지 못했다"며 "부산 금정에서 어렵게 일궈낸 야권 단일 후보도 승리하지 못했한 것은 특별히 아쉬운 대목"이라고 자평했다.
전날 전남 영광군수 재선거에서는 장현 혁신당 후보(26.56%)는 장세일 영광군수 당선인(41.08%)과 이석하 진보당 후보(30.72%)에 밀려 3위에 그쳤다. 전남 곡성군수 재선거에서도 박웅두 조국혁신당 후보 득표율은 35.85%로 조상래 당선인(55.26%)에 20%포인트(p) 넘게 뒤쳐졌다. 민주당·혁신당의 단일후보 선출로 초박빙이 예상됐던 부산 금정에서도 윤일현 국민의힘 후보가 61.03%를 득표해 김경지 민주당 후보(38.96%)를 무난하게 이겼다.
지역기반 없는 비례 정당으로 지속가능성을 모색해 온 혁신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지역 조직을 정비해 호남 교두보를 확보한다는 전략이었다. 호남을 독식해 온 민주당의 대안 세력으로 인정받아 차기 지방선거를 노리겠다는 포석이다. 조 대표 등이 '호남 월세살이 정치'로 바닥 민심을 훑으면서 민주당에 긴장감을 불어넣기도 했다. 그러나 조직력 부족과 선거 실전 경험 부재의 벽은 높았다. 호남에서 민주당과 경쟁 구도로 올라선 것 자체만으로도 성과로 볼 수 있지만 당의 취약점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혁신당은 군소정당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크다"며 "야권의 정권교체가 가장 시급하다고 보는 쪽이 호남 민심인데, 비교섭단체인 혁신당을 밀어선 사표가 될 것이란 우려가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호남이 지역정치 혁신보다는 정권 심판을 위해 거대 야당에 힘을 실어달라는 호소에 더 크게 반응한 것이란 해석이다. 박 평론가는 "호남에서 진보당에게조차 밀렸다는 점, 부산 금정에서 야권 단일화 효과가 나타지 않았다는 점 등이 조 대표 리더십에 상처를 입힐 것"이라며 "호남에서도 후보만 잘 내고 인지도를 높인다면 2인 또는 3인 선거구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을 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 정도는 '작은 결실'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혁신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얻은 경험과 성과를 지역정치와 지역행정 혁신을 향한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계획이다.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회의 후 기자들에게 "공중전·도시지역에선 강하지만 마을 방방곡곡으로 들어가 선거운동을 할 만한 역량, 조직 부분이 약점으로 노출됐다"며 "조직강화 사업을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선거는 전남 영광·곡성에서 치러졌지만 전북의 전직 국회의원, 전현직 지방 의원, 광역기초의원들께서 대거 입당하는 일이 있었다"며 "전남 선거를 보면서 앞으로 있을 재보선과 2026년 지선에서 혁신당으로 출마해도 되겠구나 라고 판단한 분들이 그런 대열에 동참하지 않으셨을까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