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10·16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16일 국민의힘 윤일현 후보의 부산 금정구청장 당선 유력으로 가까스로 텃밭 지키기에 성공하면서다.
거세진 '정권 심판론' 여론에 초박빙 판세를 보이던 부산 금정을 지켜내면서 선거에 사활을 걸었던 한동훈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단단해질 전망이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과의 독대를 앞두고 계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보수 강세 지역인 부산 금정구는 이번 보궐선거의 최대 승부처였다.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김건희 여사 리스크 등으로 정권 심판론이 부상하면서 국민의힘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되자 여권 내 위기감마저 돌았다.
지난 8번의 구청장 선거에서 7번을 국민의힘 계열 후보가 승리했을 정도로 보수 지지세가 높은 지역에서마저 외면당한다면 보수 진영과 당 전체에 대한 민심이 그만큼 심각하고, 위기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실제 한 대표는 투표 직전까지 현장을 찾아 지원 유세를 하며 총 여섯 차례 부산 금정을 방문하는 등 지지층 결집에 온 힘을 쏟았다.
한 대표는 선거를 앞두고 김 여사를 비롯해 대통령실을 향한 발언의 수위를 연일 높이며 압박하기도 했다. 단순히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 필요성을 언급한 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대통령실 내 김 여사와 가깝다고 지목된 인사들을 정리할 것을 요구하는가 하면 김 여사의 공개 활동 자제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검찰을 향해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이 부산 금정구청장을 지켜내면서 한 대표는 당 대표로서의 입지를 굳히게 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원외 당대표로 당내 장악력이 부족하고, 현안과 관련해 큰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한 대표지만 이번 선거로 위기를 극복했다는 것이다.
최수영 시사평론가는 "한 대표가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며 "이제부터는 명실상부 투톱의 위상을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친한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세 불리기에 힘이 보태질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민심에 힘입어 우위에 서 다음 주 초로 예정된 독대에서 한 대표가 주도권을 쥐는 모양새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대통령실 인적 쇄신 등 김 여사 리스크 대응 방안을 구체적으로 의논할 수도 있게 됐다. 최 평론가는 "최소한 빈손 독대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만약 한 대표가 세 가지 정도를 요구하면 최소 하나는 들어줘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 사이 갈등이 지속될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한 대표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도 "그에 따라 당대표보다 큰 권력을 쥐고 있는 윤 대통령 측의 저항도 더욱 세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이날 윤 후보의 승리가 유력해지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들께서 국민의힘과 정부가 변화하고 쇄신할 기회를 주신 것으로 여긴다"며 "어려운 상황에서 주신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 뜻대로 정부·여당의 변화와 쇄신을 이끌겠다"고 약속했다.
한 대표는 "저와 당이 먼저 변화하고 쇄신하겠다"며 "부산 금정, 인천 강화, 전남 곡성에서 국민의힘을 선택해 주신 주권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아울러 "부산 금정, 인천 강화, 전남 곡성, 전남 영광에서 국민의힘을 선택하지 않으신 주권자 여러분의 마음도 깊이 새기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