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소현 기자]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서울보증보험 상임감사를 맡아 논란이 된 가운데 대통령실 출신 퇴직공직자의 99%가 재취업 허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취업 심사 신청을 한 퇴직공무원 10명 중 9명이 재취업 허가를 받고 있어 퇴직공직자 취업제한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인사혁신처에서 받은 '퇴직공무원 취업 심사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7월까지 권력기관 퇴직공직자는 전체 퇴직 공직자보다 취업 심사 통과 비율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동안 퇴직공직자 취업 심사 신청 건수가 많은 20개 기관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국세청과 감사원 출신 퇴직공직자는 각각 151명과 58명이 취업 심사를 신청해 모두가 심사를 통과했다. 대통령실 출신도 107명이 취업 심사를 신청해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취업 허가를 받아 취업 심사 통과 비율이 99%에 달했다.
취업 허가 비율이 높은 상위 10개 기관에는 국가정보원과 산업통상자원부, 검찰청, 법무부, 경찰청 등이 있었다. 국가정보원은 74명이 취업 심사를 신청해 73명이 허가를 받아 취업 심사 통과 비율이 98.6%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20명이 취업 심사를 신청해 116명이 허가를 받아 취업 심사 통과 비율이 96.7%였다. 이밖에도 검찰청과 법무부, 경찰청은 각각 취업 심사 통과 비율이 93.1%, 92.9%, 92.5%였다.
전체 퇴직공직자 취업 심사 신청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취업 심사 통과 비율은 92.9%, 2021년 91%, 2022년 89.2%, 2023년 89.9%, 올해는 7월까지 91.3%로 평균 90.8%의 비율을 보였다.
이에 일각에서는 퇴직공직자 취업제한제도가 유명무실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 제도는 퇴직공직자가 퇴직 전 근무했던 기관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만들어졌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 법관 및 검사,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 4급 이상 공무원 등은 퇴직일로부터 3년간 법이 정한 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 이 기간 내에 취업하려면 공직자윤리위에 취업 승인 신청서를 제출해, 퇴직 전 5년간 소속된 부서(고위공직자는 소속기관 전체)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지를 심사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10명 중 9명이 이 과정을 통과하는 상황이다.
취업 심사 대상기관 3년간 취업 제한이라는 원칙에도 불구하고 퇴직공무원의 취업 허가 비율이 높은 이유는 '예외 허용 요건'이 있기 때문이다. 9가지 예외 허용 요건은 △국가 안보나 대외경쟁력 강화 필요 △공공의 이익 부합 △취업심사 대상기관의 경영개선이 필요한 경우 △전문성이 있고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은 경우 등이다. 용 의원실 관계자는 "사실상 심사위원이 마음만 먹으면 어느 조항을 적용하더라도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취업 허가 사유는 대체로 △밀접한 업무 관련성이 없음 △영향력 행사 가능성 적음 두 가지였다. 이 관계자는 "취업 심사 결과 가장 많은 허가 사유는 업무 관련성이 없고,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인데 현실은 이와 다르다"며 "경찰의 로펌행은 업무 관련성도 있고 영향력도 행사하는 대표적 사례다. 지난 2020년 이후 올해 7월까지 총 133명의 경찰이 로펌으로 갔는데 절반이 넘는 76명이 법무법인 YK에서 근무하고 있다. YK에서 경찰을 적극 영입하는 이유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지게 되면서 검찰이나 재판으로 넘어가기 전에 경찰 수사 단계에서 사건을 마무리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꼬집었다.
용 의원도 "소위 권력기관 출신 퇴직공직자의 취업 심사 통과 비율이 유독 높은 것은 심사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는 것 아니냐"며 "권력기관 출신은 퇴직 이후에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큰 만큼 더욱 엄격하게 취업제한 심사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10명 중 9명이 통과하는 심사는 '취업제한제도'가 아니라 '취업권장제도'"라며 "예외 규정을 대폭 손질해 제도 취지를 살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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