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 첫 주가 지났다. 말 그대로 '김건희 국감'이었다. 11일에는 '탄핵'이 언급됐다. 법제사법위원회의 헌법재판소 대상 국감에서 야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언급하며 김 여사 의혹이 탄핵 사유가 되는지 몰아세웠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헌법재판소가 인정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유는 비선실세 최순실과 문고리3인방의 국정농단, 세월호참사 때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지 않은 것"이라며 "지금 대통령과 비선 실세인 김 여사 주변에서 제기되는 의혹들이 탄핵 사유에 해당하느냐"고 물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도 "박 전 대통령 탄핵 결정문에 '행상 책임(법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책임)' 이라는 말이 있는데 탄핵 결정 이유 중 하나였다"며 "지금 윤석열 대통령은 어떤가. 헌법 수호 의지가 전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행상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동의하느냐"고 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도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윤석열정권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며 "공익실현 의무를 지키지 않고 김 여사 사익, 장모 사익을 위해 일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에 윤 대통령 사안이 올라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 후원업체인 '희림종합건축사무소'가 국감장 곳곳에서 언급됐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야당은 희림이 KOTRA '세계일류상품' 선정 과정을 문제 삼았다. 교육위원회에서는 한국교직원공제회가 300억 원 규모의 서울 호텔 부지 재개발 사업의 설계자로 희림을 선정하기 위해 공모 방식을 계속 바꾸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희림은 용산 대통령실 리모델링 공사를 담당했고 가덕도신공항 여객터미널 국제설계공모에도 당선된 바 있다.
교육위는 이날 김 여사 논문 대필 의혹과 관련해 국감에 불출석한 증인 설민신 한경국립대 교수와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 장윤금 전 숙명여대 총장에 대해 고발하는 안건을 야당 주도로 통과시켰다.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지난달 10일 김 여사가 '세계 자살 예방의 날' 마포대교 시찰을 두고 당시 경찰의 교통 통제가 적합했는지가 문제가 됐다.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국감 끝까지 '김건희 국감' 될 듯
지난 7일 시작된 국감은 일주일 만에 8건의 동행명령장이 발부되며 지난해 3건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8건 중 5건이 김 여사 의혹과 관련된 증인에 대한 것으로, 공천개입 의혹의 명태균 씨와 김영선 전 의원을 비롯해 대통령실 관저 공사 수의계약 의혹 관련 증인인 김태영·이승만 21그램 대표, 김 여사 논문표절 의혹 관련 증인인 설민신 한경국립대 교수 등이다.
김건희 국감의 최대 화약고는 단연 법제사법위원회다. 최근 공천개입 의혹 관련 명태균 씨의 여론조사 제공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국감은 14일, 대통령실·관저 이전 감사 주체였던 감사원 국감은 15일이다. 18일 서울고등검찰청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국감에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수사가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21일 대검찰청 대상 국감에는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인 강혜경 씨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15일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경찰청 대상 국감에서는 김 여사의 마포대교 도보 순찰로 여야 공방이 예상된다. 18일 국방위원회의 해병대 대상 국감에서는 김 여사의 채 상병 순직 사건 구명 로비 의혹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대통령 경호처 등을 피감기관으로 둔 운영위원회 국감은 31일 시작된다. 주가조작 의혹부터 명품가방 수수 의혹,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등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 전반에 대해 다뤄질 예정이다.
◆ 방어 나선 與, '이재명 헬기이송 특혜' 꺼내보지만
8일 보건복지위원회의 복지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헬기 이송을 꺼냈다. 같은 날 국민권익위원회도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대표의 헬기 이송을 "특혜"라고 거듭 주장했다. 박종민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부산대병원에서 수술이 충분히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부당한 특혜를 받은 사건"이라며 "이 자리에 계신 어떤 국회의원들도 받을 수 없는 특혜"라고 강조했다.
반면 소방청의 판단은 다르다. 10일 행정안전위원회의 소방청 국정감사에서 허석곤 소방청장은 "매뉴얼상 위반 사항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의사의 (전원) 요청이 있었고 헬기가 뜰 수 있는 조건이면 소방헬기를 띄울 수 있다"며 "권익위에서 징계와 제도 개선을 통보했는데 닥터헬기는 저희 (소방헬기) 매뉴얼과 다른 부분이 있어 그 점을 포함할지 여부에 대해 현재 의견을 수렴 중"이라고 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유철환 권익위원장을 "사실관계에 적용할 수 없는 규정을 적용해 징계를 요구해 권익위의 정당한 권한 이외의 행위를 했다"면서 직권남용으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권익위는 지난 1월 부산에서 피습당한 이 대표가 소방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된 것에 대해 의료진과 소방공무원이 행동강령을 위반했다고 보고 징계를 요구한 바 있다. 민주당은 닥터헬기와 소방헬기는 다른데 권익위가 닥터헬기에 적용해야 하는 규정을 적용해 무리한 징계를 요구했다고 보고 있다.
◆ 정쟁에 묻힌 정책...되짚어 볼 이야기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쿠팡 배달노동자 과로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최근 4년간 건설업계 평균 재해율이 1.45%인데 쿠팡의 평균 재해율은 5.9%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피자업계가 30분 배달 속도 경쟁을 벌이다 산재사고가 급증해 2011년 이를 없앴다"며 "쿠팡의 연이은 과로사도 회사의 정책·제도가 문제일 수 있다"고 봤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도 '클렌징 제도(배송 수행률 강제 시스템)'을 지적하며 "없애는 방안을 고민하라"고 했다.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여야는 LH 전관예우 문제를 짚었다.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매입임대 위탁관리용역의 80%가량을 업체 두 곳이 싹쓸이했다"며 "LH 고위공무원 퇴직자들이 있는 업체"라고 지적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도 과거 사례를 언급하며 "전관 특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연구개발(R&D) 예산과 과학기술인재 이탈 문제에 여야가 머리를 맞댔다. 국방위원회에서도 초급·중견 간부의 복무여건과 처우개선 필요성에 여야가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