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지난 7일부터 시작한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나흘째로 접어든 가운데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군(軍)과 관련한 문제가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심각한 군의 기강 해이에 관한 지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제기된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군사기밀이 유출되는 건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군사법원으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 6월까지 적발된 군사기밀 유출 사건은 모두 81건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16건이 적발됐다. 지난 10년 중 최고치로, 이런 수치는 연평균 7.2건, 반기 3.6건에 비해 4.4배나 많은 수준이다.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를 저지른 군사기밀유출 사범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2015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군사법원에서 선고한 1심 사건 수는 45건으로, 이 중 39건에 대해 유죄 선고가 이루어졌다. 유죄 사건 중 실형이 선고된 것은 8건으로 20.5%에 그쳤다. 남은 29건(74.3%)은 집행유예, 2건은(5.12%) 벌금형인 것으로 파악됐다.
군 당국이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풍선' 부양 사례를 파악하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상작전사령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군은 민간단체가 지난 4월부터 인천 강화와 경기 북부 일대에서 11차례 대북전단 풍선을 띄울 때마다 실시간으로 이동 경로를 추적했으나, 북한 특이동향을 감시하기만 하고 의무사항인 관할 경찰에 조사를 의뢰하지 않았다.
2020년 7월 합동참모본부에서 발간한 '비행승인 안내서'에는 부대가 휴전선 일대 비행금지구역 공역 내 미승인 비행체 발견 시 경찰에 조사를 의뢰하도록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의무 위반인 셈이다. 결국 대북전단풍선 미승인 비행에 대한 과태료는 부과되지 못했다. 공군 장교 출신인 부 의원은 "군 당국이 11차례나 대북전단풍선이 승인받지 않고 휴전선 일대 비행금지구역에 진입하는 모습을 지켜만 본 것은 직무 유기"라고 지적했다.
군 안에서 마약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 국방위 소속 허영 민주당 의원이 국방부와 각 군 검찰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군에서 발생한 마약범죄는 모두 96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지난해에는 5년 중 가장 많은 32건의 마약범죄가 적발됐다. 5년간 군에서 발생한 마약범죄 중 징계 처리는 30건에 불과했다. 형사 처리는 66건이 이루어졌으며 이 중에서도 21건은 초범, 반성 등의 이유로 불기소 처분됐다.
심지어 군 지휘체계의 근간도 흔들리고 있다. 허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군에서 발생한 대(對)상관 범죄, 소위 '하극상' 범죄는 무려 1666건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범죄 유형별로는 '상관 모욕'이 1391건으로 가장 많았다. △상관 폭행·협박 143건 △상관 명예훼손 109건 △상관 상해 22건이 발생했다. 가해자 신분별로는 △장교 110건 △준/부사관 331건 △병 1193명 △군무원/기타 32건으로 나타났다.
군별로는 육군이 1273건으로 가장 많았고, 해군 191건, 공군 161건, 국방부 직할부대 등 국방부 검찰단 소관이 41건으로 뒤를 이었다. 허 의원은 "특히 2020년 대비 2023년 약 67% 증가한 수치를 보였으며, 상관 폭행 및 협박은 같은 시기 28건에서 39건으로 증가하는 등 이어지는 대상관 범죄로 인해 군 상·하급자 간 지휘체계와 군 기강이 해이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군에 대한 예우와 사기 진작을 위해 간부들의 처우개선과 복지향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국방위 소속 황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국방부 국감에서 "군내 인명 사고가 줄지 않고 있으며, 사망사고 중 극단적인 선택으로 인한 사망이 90%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아울러 직업군인 자가 보유율 평균(42.2%)이 일반공무원 평균(63%)은 물론, 소득하위 계층 평균(45.8%)보다도 낮다고 지적하면서 군인 주거 안정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