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우리 잡은 물고기 아냐"…변화 물결 치는 곡성 민심


민주당 후보에 동정표, 혁신당 후보엔 '인물 우위'
1달 전 여론조사 민주 과반… '다음은 모른다' 반응

10일 옥과면 거리에 10·16 곡성군수 재선거에 출마한 조상래 민주당 후보 등의 벽보가 붙어있다. 조 후보는 군민 전체 무료버스 운행, 매년 50만원 군민 기본소득 지급 등을 공약했다./ 곡성=김세정 기자

[더팩트ㅣ곡성=조채원·김세정 기자] "옛날 같은 고무신 선거, 막걸리 선거는 않아야지"

장도 서지 않고 어느 유명 정치인도 곡성군을 다녀가지 않은 10일, 옥과면 일상은 잔잔한 호수처럼 흘러간다. 반향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오는 16일 곡성군수 재선거 역시 평소와 다르지 않게 지나갔을 테다. 그런데 변화의 물결은 지난 4·10 총선에서 일기 시작했다. 조국혁신당이 '더불어민주당 텃밭' 곡성 비례 투표에서 39.88%의 득표율로 41.13%인 더불어민주연합(민주당 위성정당)과 근소한 차이를 보이면서다.

그러나 곡성도 여느 호남지역처럼 '민주당 텃밭'임은 여전하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12일 발표한 여론조사(뉴스1, 남도일보, 아시아경제 의뢰로 10, 11일 곡성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603명 대상 실시) 결과도 그랬다. 조상래 민주당 후보가 59.6%로 과반으로 압도적 선두를 달렸고 박웅두 혁신당 후보 18.5%, 정환대 무소속 후보 11%, 이성로 무소속 후보 4.1% 등이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현재도 민주당 승기가 완연할까. <더팩트>가 이날 들어본 곡성 민심은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출마를 했으면 토론은 나와야지!"

옥과터미널 인근을 산책하던 A씨(남·70대) 조 후보의 방송사 주최 생방송 토론회 불참을 거세게 비판했다. 이곳에서 농사를 지은 지 60년이 다 돼간다는 그는 그동안은 '따라다니는 식'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다 지난 8일 민주당 후보가 빠진 토론회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안 그래도 올해 쌀값이 떨어져 힘든데 군수 후보가 떳떳하게 나와 말을 해야 누가 농민들의 아픔을 피부로 아는지 알 것"이라며 "얼굴조차 비치지 않은 건 군민을 무시한 처사다,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후보는 이날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 토론회에는 참석했다.

10일 곡성읍버스터미널에 옆 공간에 꾸려진 박웅두 조국혁신당 후보 캠프 모습. 박 후보는 곡성행복지원금 연 최대 100만원 지급과 어르신 효도 3종 공약(마을요양원 설립·왕진버스 운행·마을회관 반찬배달)을 제시했다. / 곡성=김세정 기자

부동산을 운영하는 B씨(남·50대)도 "노인분들조차도 요새 뉴스나 유튜브도 많이 봐서 그런지 민주당이 자신들을 '어항 속 물고기로 여긴다'는 인식을 많이 하시는 거 같다"며 "자극도 줘야 경쟁을 한다고 많이 말씀하신다"고 전했다. 새 군수에게 바라는 점에 대해서는 "시골이 전반적으로 젊은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추세인데 먹고 살 여건을 만들어야 이곳에 남아 살 것 아니냐"며 "몇백억을 군청 짓는 데 쓰는 것보단 스마트팜 단지 조성이나 저출산 문제에 더 투자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곡성군은 618억원을 들여 군청사 신축 사업을 추진하다가 절차 위반으로 지난달 감사원 주의를 받았다.

"이번에도 민주당이 될 것 같긴 한데…"

택시기사 C씨(남·70대)는 "조국 혁신당 대표가 곡성에 와 산다지만 여기 여론은 다 민주당이 된다고 보고 있다"며 "조 후보가 두 번 떨어지는 동안 바닥을 열심히 다졌다"고 했다. 곡성레저문화센터 앞에서 만난 D씨(여·70대)도 "토론에 안 나온건 좀 그렇고 박 후보가 잘하긴 잘하더라"면서도 "한 고장에서 두 번 떨어지고 세 번째 나왔으니 이번엔 인간적으로 조 후보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응원했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D씨(여·50대)는 "나이든 분들은 두 번 떨어졌으니 한번은 군수 시켜줘야한다는 동정표가 있는 것 같다"면서도 "박 후보가 곡성에 농민수당을 도입한 사람이라더라, 젊은 축에선 당보단 사람을 먼저 봐야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 공천 받으면 다 될 것이란 오만이 깨질 수 있도록 경고하려고 다른 당을 찍어볼까 생각도 든다"며 "만약 민주당 아닌 다른 후보가 되면 다음 지방선거까지 1년 좀 넘은 임기동안 재선을 위해 더 열심히 하려 할 것 같다"고 기대했다. 민선 체제 이후 역대 곡성군수 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다섯 차례, 나머지 세 차례는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10일 곡성읍 버스터미널 인근 건물에 최봉의 국민의힘 곡성군수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최 후보 공약은 임산부에게 출산 시마다 1억 원 지원, 국립의과대학 유치 등이다. / 곡성=김세정 기자

인구 2만7000여명인 곡성에서 가장 인구가 많이 산다는 곡성읍(7500여 명)에선 20·30대나 40대로 보이는 주민들도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곡성군수 재선거에 대해 대체로 '잘 모른다', '별로 관심 없다'고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옥과면에서와 마찬가지로 민주당 우세를 인정하면서도 '다음 선거는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이야기도 종종 나왔다.

버스터미널 인근에서 사무실을 운영하는 F씨(남·60대)는 "전국 네 군데이고 임기도 별로 길지 않은데 뭐 이렇게 몰려오는가 싶다"면서도 "국민의힘, 민주당, 혁신당 모두 대표가 새로 선출되고 난 후 첫 재보선이니 결과가 불안하고 신경쓰이는가보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엔 혁신당이 안 돼도 열심히 하면 다음엔 될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며 "여기 지방색도 있고 나이든 사람들은 관성대로 투표를 하더라도, 젊은 사람들은 상관없이 정의롭고 야문 사람이 군수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8일 곡성읍 곡성기차마을 전통시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4일 석곡면, 조 대표는 9일 옥과면 5일장을 방문해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곡성기차마을 전통시장 한 식당에서 만난 G씨(남·70대)도 "민주당이 되겠지만 옛날엔 80~90%로 됐다면 지금은 60%대로 많이 떨어졌다"며 "이 대표가 호남에 좀 소홀하게 했다, 조 대표 인기가 많이 올라갔다"고 전했다.

인용한 여론조사는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유선 RDD(8%) 및 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 가상번호(92%)를 활용했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4.0%p, 응답률은 20.4%. 상세내용은 중안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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