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원외 대표로서의 리더십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다. 친한(친한동훈)계 국회의원들에 이어 원외 당협위원장들까지 접촉면 넓히는가 하면 자신의 공격을 사주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에 대한 강경 대응을 연일 강조하면서다. 이 같은 행보는 정치적 위기에 몰린 한 대표가' 정면 돌파'로 승부수를 띄우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대표는 7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원외 당협위원장 90여명과 오찬을 했다. 한 대표는 이 자리에서 자신의 공약이기도 한 '지구당 부활'을 추진해달라는 요청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담 때도 그 이야기를 했다. 그쪽에서도 하겠다고 한다"며 "이건 해야 하고, 할 거다"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혁 원외당협외원장협의회장은 이날 오찬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해당 오찬에 대해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말라"고 선을 그었다.
김 협의회장은 "대표가 원외 당협외원장들과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면서도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어제는 원내 의원들을 만나고 오늘은 원외를 만나니 무슨 특별한 정치적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데 전혀 아니고 이 모임은 8월부터 해달라고 요구했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 대표는 전날엔 친한계 의원들과 만찬을 가졌는데, 여러 현안과 관련해 "물러나지 않겠다"며 "믿고 따라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이 국민 눈높이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고 한다.
이 자리엔 조경태·송석준·김형동·박정하·배현진·서범수·장동혁·김예지·고동진·김건·김상욱·김소희·김재섭·박정훈·우재준·유용원·정성국·주진우·진종오·한지아 의원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원외 인사인 김종혁 최고위원을 제외하면 모두 현역의원으로 전해지면서 한 대표가 7·23 전당대회 이후 '첫 친한계 의원 회동'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당내 세력화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압도적 득표율로 당대표에 선출됐지만 '원외'라는 한계로 당내 세력 기반이 약하다는 평가를 들어왔다. 또 대통령실과의 갈등이 부각되는 등 민감한 현안이 터질 때마다 원내의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과의 의견차이로 자신의 주장을 이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또 한 가지 주목되는 것은 한 대표의 김 전 행정관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이다. 한 대표는 이날도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에 대해 "필요한 감찰을 진행하고 필요한 경우 법적 조치를 진행하겠다"며 대응 기조를 이어갔다.
한 대표는 "'별것 아닌데 넘어가 주자'는 말씀도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은 구태정치에 익숙해 있는 것 아닌가"라며 "우리 국민, 우리 당원, 우리 당은 이것보다 훨씬 나은 정치를 가질 자격이 있다. 기강을 바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김 전 행정관을 당무감사위원회에 조사 의뢰하기로 결정했다. 윤리위는 김 전 행정관의 탈당 여부와 별개로 조사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다. 신의진 윤리위원장은 이날 1차 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김대남 전 당원의 허위사실 유포 등 일련의 당헌, 당규 위반 행위에 대해 당무감사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전 행정관이 탈당하면서 유의미한 조사가 이뤄질지는 불투명하지만, 한 대표에겐 리더십을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이날 <더팩트>와 통화에서 "한 대표의 최근 행보를 보면 대통령실을 압박해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방법의 일환 같다"며 "'최소한 자신과 이 당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절박함과 위기감에서 그 흐름을 만들어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궁극적으로는 대통령과 헤어질 결심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련의 행위들로 보인다"며 "본인의 정치적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계파 갈등도 한 대표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친윤계를 중심으로 한 대표의 행보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당내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권성동 의원은 이날 채널A 라디오 '정치 시그널'에 출연해 "당대표가 되는 데 도움을 준 의원들을 불러서 식사하는 건 왕왕 있었지만 이렇게 공개적으로, 노골적으로 광고하면서 식사 모임을 가진 건 본 적은 없다"며 "친한계 의원끼리 만찬을 했다는 보도 등은 자칫 당에 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권영세 의원도 한 대표의 만찬 관련 언론보도를 공유하며 "대동단결을 해도 부족한 지금 이런 계파모임을 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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