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력 확장 나선 韓…'원외 대표 한계' 넘어설까


본격 세력화…친한계 만찬서 "물러나지 않겠다"
친윤계 불쾌감 드러내…"부적절 행동"
與 당무감사위원회 차원 조사 추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일 친한계 의원들과의 만찬에 이어 7일엔 원외 당협위원장들을 만나면서 원외 대표로서의 리더십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다. 사진은 한덕수 국무총리(왼쪽)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4356주년 개천절 경축식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원외 대표로서의 리더십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다. 친한(친한동훈)계 국회의원들에 이어 원외 당협위원장들까지 접촉면 넓히는가 하면 자신의 공격을 사주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에 대한 강경 대응을 연일 강조하면서다. 이 같은 행보는 정치적 위기에 몰린 한 대표가' 정면 돌파'로 승부수를 띄우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대표는 7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원외 당협위원장 90여명과 오찬을 했다. 한 대표는 이 자리에서 자신의 공약이기도 한 '지구당 부활'을 추진해달라는 요청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담 때도 그 이야기를 했다. 그쪽에서도 하겠다고 한다"며 "이건 해야 하고, 할 거다"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혁 원외당협외원장협의회장은 이날 오찬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해당 오찬에 대해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말라"고 선을 그었다.

김 협의회장은 "대표가 원외 당협외원장들과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면서도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어제는 원내 의원들을 만나고 오늘은 원외를 만나니 무슨 특별한 정치적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데 전혀 아니고 이 모임은 8월부터 해달라고 요구했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 대표는 전날엔 친한계 의원들과 만찬을 가졌는데, 여러 현안과 관련해 "물러나지 않겠다"며 "믿고 따라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이 국민 눈높이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고 한다.

이 자리엔 조경태·송석준·김형동·박정하·배현진·서범수·장동혁·김예지·고동진·김건·김상욱·김소희·김재섭·박정훈·우재준·유용원·정성국·주진우·진종오·한지아 의원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원외 인사인 김종혁 최고위원을 제외하면 모두 현역의원으로 전해지면서 한 대표가 7·23 전당대회 이후 '첫 친한계 의원 회동'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당내 세력화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압도적 득표율로 당대표에 선출됐지만 '원외'라는 한계로 당내 세력 기반이 약하다는 평가를 들어왔다. 또 대통령실과의 갈등이 부각되는 등 민감한 현안이 터질 때마다 원내의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과의 의견차이로 자신의 주장을 이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한동훈 대표는 또 자신의 공격을 사주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에 대한 강경 대응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정치권은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헤어질 결심을 했다고 해석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또 한 가지 주목되는 것은 한 대표의 김 전 행정관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이다. 한 대표는 이날도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에 대해 "필요한 감찰을 진행하고 필요한 경우 법적 조치를 진행하겠다"며 대응 기조를 이어갔다.

한 대표는 "'별것 아닌데 넘어가 주자'는 말씀도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은 구태정치에 익숙해 있는 것 아닌가"라며 "우리 국민, 우리 당원, 우리 당은 이것보다 훨씬 나은 정치를 가질 자격이 있다. 기강을 바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김 전 행정관을 당무감사위원회에 조사 의뢰하기로 결정했다. 윤리위는 김 전 행정관의 탈당 여부와 별개로 조사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다. 신의진 윤리위원장은 이날 1차 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김대남 전 당원의 허위사실 유포 등 일련의 당헌, 당규 위반 행위에 대해 당무감사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전 행정관이 탈당하면서 유의미한 조사가 이뤄질지는 불투명하지만, 한 대표에겐 리더십을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이날 <더팩트>와 통화에서 "한 대표의 최근 행보를 보면 대통령실을 압박해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방법의 일환 같다"며 "'최소한 자신과 이 당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절박함과 위기감에서 그 흐름을 만들어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궁극적으로는 대통령과 헤어질 결심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련의 행위들로 보인다"며 "본인의 정치적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계파 갈등도 한 대표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친윤계를 중심으로 한 대표의 행보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당내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권성동 의원은 이날 채널A 라디오 '정치 시그널'에 출연해 "당대표가 되는 데 도움을 준 의원들을 불러서 식사하는 건 왕왕 있었지만 이렇게 공개적으로, 노골적으로 광고하면서 식사 모임을 가진 건 본 적은 없다"며 "친한계 의원끼리 만찬을 했다는 보도 등은 자칫 당에 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권영세 의원도 한 대표의 만찬 관련 언론보도를 공유하며 "대동단결을 해도 부족한 지금 이런 계파모임을 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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