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소재지 불분명 민간단체, 통일부 국고보조금 받아


통일부 국고보조금 단체 4곳 소재 불분명
3억5500만 원, 전체 보조금 중 20% 차지
김영배 "정부가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것"

통일부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은 19개 단체 중 4곳의 소재지가 불명확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들 단체에 지급된 보조금은 모두 3억5500만 원이다. /임영무 기자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소재지가 불분명한 일부 민간단체가 통일부 국고보조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관련 사업 예산이 내년 정부 예산안에 증액돼 편성된 만큼 철저한 관리·감독이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일부에서 받은 '북한인권 관련 통일부 국고보조금 지원 사업 예산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은 19개 단체 중 4곳의 소재지가 불투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인권 및 자유민주평화통일 공론화'를 명목으로 이들 단체에 지급된 국고보조금은 모두 3억5500만 원이다. 전체 보조금 18억 원 가운데 약 20%를 차지한다.

김 의원실에서 자체 조사한 내용을 살펴보면 사단법인 A 주소는 서울 서초구 소재 한 빌딩으로 적시돼 있지만, 해당 건물은 지난해 1월부터 폐쇄됐다고 한다. 사단법인 B는 국고보조금 사업을 신청할 당시 소재지를 서울시 중구로 기재했지만 실제 위치는 마포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로 다른 두 단체가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면서 각각 국고보조금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사단법인 C가 위치한 서울시 중구 사무실에서는 사단법인 D 담당자가 업무를 보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통일 독트린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강한 가운데 보조사업자 부실 심사까지 이어진다면 통일부 전체의 무능과도 직결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배정한 기자

앞서 정부는 북한인권법에 따른 북한인권재단 설립 지연으로 재단을 통한 민간 활동 지원이 불가능하게 되자, 이를 촉진하기 위한 '실질적인 정부 역할 수행'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다차원적 노력 전개의 일환 중 하나로 국고보조금 사업을 시행 중이다.

해당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통일부는 보조사업자선정위원회를 구성해 △단체의 수행 능력 △사업구성(기획능력·관리능력·사업효과성) △예산편성 적절성 등을 주요 항목으로 심사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단체의 소재지가 불명확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심사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27억4900만 원의 관련 예산은 내년 정부 예산안에 10억6400만 원(39.7%) 증액된 38억1300만 원으로 책정됐다.

김 의원은 "예산이 증액된 가운데 보조사업자에 대한 부실 심사가 이뤄지는 것은 정부가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윤석열 정부의 '통일 독트린'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강한 가운데 보조사업자 부실 심사까지 이어진다면 통일부 전체의 무능과도 직결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단체에서 주소지를 이전할 경우 소재지 변경 신청을 하라고 주기적으로 안내하고 있다"며 "매번 단체에 연락해서 주소지가 바뀌었는지 확인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 보통 연도 말에 보고서를 받아 주소지 변경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물이 폐쇄됐다는) A 사단법인과도 전에 이야기를 나눈 적 있고, 공사로 인한 이전 예정이라는 답을 받은 바 있다"고 덧붙였다.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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