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윤석열정부가 7개월째 공석인 여성가족부 장관 인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성폭력 범죄 대응 정책의 콘트롤타워가 바로 세워질지 관심이 쏠린다. 딥페이크·교제폭력 등 젠더폭력 범죄가 심각한데도 성폭력 방지 정책의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의 수장은 7개월 넘게 공석이다.
5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여가부와 인사혁신처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25일 기준 최근 5년간 여가부 장·차관 임기에 공백이 생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현숙 전 여가부 장관이 지난 2월 21일을 끝으로 물러나면서 이후 5일 현재까지 229일간 여가부 장관은 공석이다. 여가부는 현재 신영숙 차관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장관직의 경우 김현숙 전 장관(2022년5월17일~2024년2월21일) 이전에는 정영애 전 장관(2020년12월29일~2022년5월16일), 이정옥 전 장관(2019년9월9일~2020년12월28일)이 각각 공백없이 업무를 수행했다. 차관직은 지난 2023년12월28일 임명된 신 차관 이전에 이기순 전 차관(2022년5월13일~2023년12월27일), 김경선 전 차관(2020년9월9일~2022년5월12일), 김희경 전 차관(2019년2월8일~2020년9월8일)이 있었다.
대통령실은 장관 임명에 대해 갈피를 잡고 있지 못한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22년 1월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를 올리며 여가부 폐지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에 발맞춘 김현숙 전 장관이 지난 2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파행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이어 김행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뒤 여가부 장관 임명을 미루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딥페이크 성착취 범죄가 알려지면서 여가부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가부는 성폭력 방지 정책의 주무부처다. 이에 지난달 12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정부질문에서 "(여가부 장관을) 임명하는 걸 저희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관 후보군으로 전주혜 전 국민의힘 의원과 신영숙 차관,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등이 거론됐다.
결정적으로, 윤석열정부에서 추진 중인 인구부 신설과 관련해 야권이 여가부 정상화를 협의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장관 임명 논의가 시작됐다. 국회와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무위원이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하다는 판단도 더해졌다는 전언이다. 최근 대통령실이 제출한 인구부 신설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도 여가부 폐지는 담기지 않았다. 그러나 반대 주장도 만만치 않다. 대통령실은 여가부 장관 임명 기류가 '공약 번복'으로 이어지는 데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가부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조직 규모와 예산을 유지해 왔다. '여가부 폐지'를 내세웠지만 여가부가 말 한마디로 폐지될 수 없는 조직이었다는 방증이다. 2019~2023년 19개 부처 소속 국가공무원 부처별·직급별 현황을 보면 여가부는 2019년 327명, 2020년 333명, 2021년 338명, 2022년 344명, 2023년 349명 규모였다. 올해는 지난 7월26일 기준 정원 291명 규모다.
신규임용 수준도 큰 차이 없었다. 2019년 24명에서 2020년 18명, 2021년 23명, 2022년 22명, 2023년 19명으로 20명 안팎을 유지해 왔다. 예산은 정부 기조와 다르게 늘어났다. 2024년 총 1조7234억 원으로 2023년 1조5678억 원보다 늘어난 규모다. 2025년 여가부 예산은 정부안으로만 1조7769억 원이 넘는다. 현재 여가부 소관 법률은 여성정책 3개, 청소년정책 8개, 가족정책 8개, 권익정책 8개로 여성보다 가족·청소년 정책에 더 집중돼 있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는 지난 6월 한국정부에 "여가부 장관 임명 실패와 여가부 예산의 급격한 감소, 여성에 대한 퇴행적인 정책에 대해 우려한다"며 "(여가부) 장관을 더이상 지체하지 말고 임명하라"고 권고했다.
여성차별철폐위는 또 "여가부의 인적, 기술적, 재정적 지원을 크게 늘리라"며 "모든 정부 부처에서의 '성 주류화' 노력을 효과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여가부 직원들의 역량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성 주류화(Gender mainstreaming)'란 정책을 성평등 관점에서 기획·시행·점검·평가해 성별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즉, 성평등 정책 총괄 부처로서 여가부의 기능을 강화하란 의미다.
서영교 의원은 <더팩트>에 "여가부 장관 임명과 여가부 풀가동이 시급하다"며 "딥페이크, 교제폭력 등 범죄 피해자 보호지원, 출산·양육 지원 등 산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여가부가 전력을 다해야 한다. 여가부가 중심이 되어 주도권을 틀어쥐고 범부처 대책을 마련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