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정수 기자] 정부는 30일 국무회의를 열고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 등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세종로 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를 통해 3개 법안의 재의요구안을 심의·의결했다. 해당 법안들은 지난 19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
한 총리는 모두발언을 통해 "초유의 입법권력 남용이 계속되며 정치는 실종되고 삼권분립의 헌정 질서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며 "국회가 국민 이익을 대변하기보다는 정파적 이익만을 앞세워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총리는 "해당 특검법안들에 대해 정부는 이미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 위반, 특별검사 제도의 보충성과 예외성 원칙 위반, 인권침해 우려 등을 이유로 재의요구를 한 바 있고 그 결과 모두 부결돼 폐기된 바 있다"며 "그럼에도 야당은 위헌성이 조금도 해소되지 않은 법안들을 일방적으로 처리해 정부에 이송했다"고 지적했다.
김 여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총선 공천 개입 등 8가지 의혹을 대상으로 한다. 채상병 특검법(순직해병 수사방해 및 사건은폐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은 지난해 7월 실종자 수색 중 숨진 채모 해병 사건과 관련한 수사 외압 의혹 규명을 골자로 한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지난 7월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재가한 바 있다.
한 총리는 "이번 특검법안들은 공통적으로 수사 규모와 기간이 전례없이 대폭 확대됐다"며 "특검 수사 대상에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 등의 수사에 대한 방해행위까지 포함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 등 그 위헌성이 한층 더 가중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 총리는 "정부가 이미 수차례 재의를 요구해 국회 재의결 결과 폐기된 법안들에 대해 야당이 그때마다 위헌성이 한층 가중된 법안들을 또다시 밀어붙이는 의도를 합리적인 국민께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사건의 진실 규명이 아닌 반복된 재의요구권 행사를 유도하는 위헌적이고 정쟁형 법안에 대해 어떠한 타협도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 총리는 지역화폐에 대한 국가 재정 지원을 '재량'에서 '의무'로 변경하는 내용의 지역화폐법(지역사랑상품권이용활성화법) 개정안에 대해 상품권 강제 발행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이 부여한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고, 재정 여력이 충분한 지자체에 더 많은 국가 재원이 투입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총리는 "재의요구권은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이기도 하지만 위헌적인 법률, 집행이 불가능한 법률, 국익에 반하는 법률, 정부에 대한 부당한 정치적 공세를 내용으로 하는 법률에 대해서는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만 한다는 점에서 헌법상 대통령의 의무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안이 의결됨에 따라 윤 대통령은 시한인 내달 4일까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3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그 횟수는 취임 후 24번째로 늘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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