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비슷한 '재탕' 국감 자료…'맹탕' 국회


법안처럼 살짝 내용만 바꾼 자료들 나와
내용과 질적인 측면에서 부실 비판 제기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상임위별로 다음 달 7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다. 국감을 앞두고 비슷한 내용의 자료들이 나오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국감)를 앞두고 여야 의원들은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한 각종 자료를 내고 있다. 국회가 정부의 국정과 사회 전반의 문제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사·감시하는 것이지만, 해마다 재탕, 삼탕의 자료가 나오고 있다. 국민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부의 주요 정책과 시급성이 높은 주제를 폭넓게 발굴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정기국회의 꽃'인 국감은 상임위별로 다음 달 7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다. 22대 국회 들어 정쟁에만 몰두하느라 행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여야가 이번 국감에서 국회 고유 기능을 행사할 계획이다. 여야 의원들은 국감을 앞두고 감사 대상인 정부 부처나 산하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해 선제적으로 의제를 던지고 있다.

벌써 비슷한 내용의 자료가 나온다. 지난 2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여당 A 의원은 최근 10년 동안 10대 마약사범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의 자료를 근거로 들었다. 2013년부터 2023년까지 검거된 마약사범 10만7757명 가운데 10대는 2540명으로, 10년 사이 폭증했다는 게 골자다. A 의원은 "범정부적으로 미래세대를 보호하기 위해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이보다 앞서 국회 행안위 소속 야당 B 의원은 10대 마약사범이 9년 새 10배가 넘었다는 자료를 배포했다. 마찬가지로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했다. B 의원은 검거된 마약사범 가운데 10대는 2015년 94명에서 지난해 166명으로 약 11배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검거부터 치료까지 촘촘한 마약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야당 C 의원은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해 오토바이(이륜차)의 고속도로 진입 건수가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단속 실적은 저조하다는 내용의 자료를 냈다. 그런데 21대 국회 시절인 2022년 9월 야당 D 의원은 최근 4년간(2017~2021년) 이륜차의 자동차전용도로 불법 진입 평균 건수와 사망자 통계를 밝혔다.

정기국회의 꽃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야 의원들이 선제적으로 의제를 던지는 가운데 일부에서 매년 비슷한 내용의 자료가 나오고 있다. /남윤호 기자

이 밖에도 음주운전·강력범죄·아동학대·디지털 성범죄 등 각종 사건 사고와 재해재난, 가계대출, 국민연금 기금, 건강보험 부정 수급, 사이버 해킹 공격, 기술 유출, 사관학교·경찰대 인적 자원 유출, 공직 기강 등 여러 부문에서 법안처럼 살짝 내용만 바꾼 자료들이 해마다 재등장하고 있다. 국감 때마다 유사한 질의가 이어진다는 지적이 매년 나오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여당 의원 보좌진 E 씨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사견임을 전제하며 "국감 자료가 언론 보도 등으로 노출되지 않아 주목도가 떨어진다면 그동안 들인 노력과 시간이 조금 아깝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실상 의원의 의사가 가장 중요한데, 국민의 관심사나 기사화가 될 것 같은 아이템으로 보고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 보좌진 F 씨는 "어느 정당과 상임위에 속했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눈에 띄는 현안을 우선 고려할 것이다. 그런데 수십 년간 국회에 누적된 자료와 겹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눈에 띄지 않는 무거운 주제라도 집중적으로 정책을 들여다보는 데도 있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사안을 내는 곳도 있을 것이다. 말 그대로 국정을 감사하는 의미가 다 있기에 무엇이 좋고 나쁘다고 재단할 수는 없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매년 국감철만 되면 국회가 피감기관을 상대로 방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내용과 질적인 측면에서 부실해 실익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감에서 겉핥기식 감사 정도가 아니라 여야가 아예 정치 공방에만 치중하는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결국 부실 감사에 따른 피해를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비판이다.

국감의 효율성과 성과를 높이기 위해 개선을 모색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 여권 인사는 "수많은 피감기관을 상대로 주어진 짧은 발언 시간 안에 집중 감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무리"라면서 "상임위별로 여야가 국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향으로 뜻을 모으고 사전에 너무 심하게 현안이 중복되는 것을 피하도록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 피감기관은 791개 기관이었다. 이번 국감 피감기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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