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김건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 등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쟁점법안 3개가 1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개최에 반발하며 불참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예상되면서 야당의 법안 단독 처리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정기국회에서도 반복될 전망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본회의를 열고 세 법안을 일괄 상정했다. 앞서 민주당 등 야당은 지난 12일 본회의를 열고 3개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었지만 우 의장은 '의정갈등 해결이 우선'이라며 일주일 뒤로 미룬 바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19일 본회의 일정은 일방적으로 결정된 것"이라며 "당초 오는 26일 안건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여야 간 합의돼 있다"고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당초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준비했으나 이날 의총을 거쳐 본회의 불참으로 결정했다.
먼저 김건희 특검법은 재석 167명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김건희 특검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국회 문턱을 넘었으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재의결 부결로 폐기됐다. 이번에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은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주가조작 의혹과 명품 가방 수수 의혹,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외압 의혹, 채상병 사망 사건 관련 구명 로비 의혹, 22대 총선 공천 개입 의혹 등 8가지 의혹을 총망라했다.
이어 야당이 네 번째 발의한 채상병 특검법은 재석 170명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지난 21대 국회부터 세 번째 국회 통과다. 이번 특검법에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한 '제3자 추천'을 반영했다.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 4명을 추천하면 야당이 이를 2명으로 추린 후 그중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법원장 추천 인사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야당이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는 방안도 담겼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표 정책이기도 한 지역화폐법도 야당 단독으로 의결됐다. 재석 169명 중 찬성 166표, 반대 3표로, 개혁신당 의원 전원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지역사랑상품권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국가 책무로 명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법안 상정에 앞서 의사진행발언에서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오늘 본회의는 합의되지 않은 일방적인 일정"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김건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22대 국회 네 달간 특검법안이 벌써 13개"라며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재의요구 끝에 모두 폐기 처분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사부재리의 원칙은 어디로 갔냐"고 항의했다.
배 원내수석은 두 특검법을 두고 "결국 고발을 한 민주당이 사실상 직접 검사를 선택하게 된다"며 "차라리 직접 지명하겠다고 하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검법에 공소 취소 권한도 줬다. 정규 수사기관에서 이미 기소해 재판 중인 사건을, 예외적인 제도인 특검이 공소 취소를 하는 건 위헌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역화폐법도 이상하다"며 "민주당은 납세자들이 낸 세금으로 생색을 내냐"고 지적했다. 배 원내수석은 의사진행발언을 마친 뒤 퇴장했다.
이어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집권당이라면 정정당당하게 이 자리에 나와 의견을 표출하고 의견을 수렴하라"면서 국민의힘의 본회의 보이콧을 질타했다. 그는 윤석열정부의 "△국민 갈라치기 △극단주의 △무능"을 꼬집으며 "국민을 대변할 수 있는 법이라고 하는 것은 국가의 질서가 무너지고 있는 부분에 있어서의 바로잡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을 "이 시대의 시대정신이고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점쳐지는 가운데 민주당은 이르면 오는 26일 재표결을 추진한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총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오는 24일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26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재의결을 추진할 것"이라며 "24일을 넘어서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국정감사가 예정된 10월7일 전주에 재의결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26일 본회의에선 기존에 처리했던 노란봉투법, 민생회복지원금법, 방송4법의 재의표결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