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병원 찾은 尹 "의료개혁, 최소한 인력 증원…처우 개선 진정성 믿어달라"


"과학적 추계 근거로 추진…오해하지 않았으면"
"헌신하는 의료진 협박 안타까워…일부 소수 잘못"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권역응급의료센터를 방문해 이현석 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용산=신진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개혁에 관해 "장기계획 차원에서 최소한의 인력 증원이라는 점과 과학적 추계를 근거로 추진하는 것이니 의료인들이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의료인 처우 개선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을 믿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추석 연휴를 앞두고 서울 중랑구 소재 서울의료원 관계자와 간담회에서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교육과 의료는 필수 정주 요건인데, 경제성장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변화 및 의료수요 증가를 고려할 때 향후 필요한 의료인을 길러내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정혜전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으로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의료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헌신하는 의사들을 조롱하고 협박하는 것에 대해 참 안타깝다"면서도 "국민들이 의료인들을 욕하기보다는 일부 소수의 잘못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또 "아파서 병원에 가면 의사, 간호사, 조무사 분들의 헌신을 보기 때문에 애써 주시는 것에 국민들도 감사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협조해 주신 덕에 이번 추석은 예년에 비해 훨씬 많은 병·의원이 문을 열어 다행"이라며 "중증도에 따른 진료를 잘해달라"고 말했다. 또한 "연휴기간 건강보험 수가를 대폭 인상하고 권역응급의료센터 전문의 진찰료를 평소보다 3.5배 수준으로 인상했다"고 밝히면서 "의료계 각 분야의 목소리를 경청하여 더 고생하고 더 힘든 진료를 하시는 의료진에게 더 많은 보상이 가도록 하는 게 의료개혁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챙기는 것뿐 아니라 의료계 내부에서 스스로 해결할 수 없어 방치해온 시스템을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며 "기탄없이 의견을 개진해달라. 정책실장, 사회수석에게도 직통으로 연락해 의견을 전달해달라"고 당부했다.

이현석 서울의료원장은 "응급실은 게이트 키퍼인데, 배후진료로 원활히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필수의료과 기피 현상 및 배후진료과 과부하 발생으로 의료진이 떠나고 있다"며 "업무량이 많으니 비용 보전 등 인센티브를 도입해 떠나는 분들을 잡고 새로운 분들도 유인하면 좋겠다"고 했다. 또한 "서울의료원은 소아과 운영 등 공공병원 역할을 충실히 하다 보니 적자가 누적되는 구조"라면서 "공공병원 적자의 구조적 문제에 정부가 관심을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건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중구 중앙응급의료센터를 방문해 김성중 센터장의 상황보고를 청취하고 있다. /뉴시스

김석연 의무부원장은 전공의 이탈로 경영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김 부원장은 "주 80시간, 많으면 100시간까지도 일한다"면서 "한계가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부원장은 "전공의와 전문의를 다독일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박현경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권역센터는 중증도가 높고 치료가 어려운 환자가 대다수이지만 배후진료과와의 연계가 원활하지 않아 (환자 상태가 악화되면 응급의학과 전문의에게 책임이 발생하기 때문에) 응급실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정부가 장기적 계획 차원에서 의료개혁을 진행 중이며, 의료인들이 상대적 허탈감을 느끼지 않고 고생하신 만큼 정당하게 보상받고 보람을 느끼도록 보상체계를 마련할 테니 정부의 진정성을 믿고 많이 도와달라"고 말했다. 향후 5년간 10조 원을 투입하지만 국민건강만큼 중요한 것이 없기 때문에 필요할 경우 더 많이 투입할 것이라고 했다. 면담을 마친 대통령은 의료진들을 격려했다.

윤 대통령은 서울 중구 소재 중앙응급의료센터로 이동해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들을 독려했다.

'응급의료 현황판'에 부산 지역이 응급의료 어려움을 보여주는 붉은 표시가 뜨자 윤 대통령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부산시장과 통화해 어려움이 있는지 파악해 보라"며 지시했다.

이어진 간담회에서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이 과로로 버티는 구조로는 우리 의료 시스템이 지속될 수 없다"며 "이러한 절박함에서 의료개혁을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가 기존에는 건강보험에만 의지했었는데, 이제는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할 것"이라면서 "의료계의 헌신에 공정한 보상체계가 갖춰져야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추석 연휴 기간에도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기를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성모병원을 방문해 응급의료 상황을 점검한 바 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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