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체 구성 난항...野 "의료계 대표 참여해야" 與 "일단 개문발차"


진성준 "의료계 대표 참여 안 하면 '식물 협의체"
한동훈 "추석 전 모이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의료대란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의료대란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두고 여야가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대규모 의사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를 비롯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주요 단체의 참여가 있어야 한다면서 이들의 참여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참여가 가능한 단체만으로 일단 출발하는 '개문발차'를 제안한 상태다.

12일 민주당 정책조정회의가 끝난 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취재진과 만나 "무엇보다 전공의단체가 들어와야 실질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효성 가진 단체와 접촉하고, 실질적 영향력을 보장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언론에 정보를 흘림으로서 기대감만 높이는 건 오히려 여·야·의·정 협의체에 실질적 효과 거두는데 의심스럽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앞서 공개된 회의에서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명실상부한 의료계 대표의 참여가 없는 식물 협의체 발족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당은 일부 의료단체가 협의체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민주당에 추석 전 협의체를 출범시키자고 제안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대표성 있는 의료단체의 참여는 확인되고 있지 않다"며 "일단 야당을 끌어들여서 '중재자 한동훈'을 명절 밥상에 올리고 싶은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와 국민의힘은 이미지 정치에 골몰할 게 아니라 실질적인 대화와 타협을 이끌 근본 대책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의료계 참여를 위해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보건복지부 장·차관의 경질이 필요하단 입장이다. 진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이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국민께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게 우선이고 보건복지부 등 주무 부처 장·차관 경질과 문책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 "협상의 상대를 자극하는 땜질 처방과 방관자적 태도로 일관하지 말고 여·야·의·정이 머리를 맞댈 여건부터 마련하라"면서 의료계를 향해서도 "모든 의제를 열어놓고 협의를 시작하자"고 호소했다.

현재 의협은 협의체 참여에 부정적이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페이스북에 "여야, 정부, 대통령실이 다른 목소리를 내는 상황에 협의체에 들어갈 의사가 전혀 없다"고 했다. 전공의 이탈 사태의 키를 쥔 대전협과 의대협도 협의체에 회의적이다. 특히 이들은 의대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는데, 지난 9일부터 2025년 대입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시작된 상황이라 관철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강희경(왼쪽 두 번째)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은 당 의료대란대책특위 차원에서 의료단체들을 만나 설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위 위원장인 박주민 의원은 이날 서울의대·서울대병원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와의 간담회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다섯 번 정도 만났고 그 외의 단체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 그러나 각 단체별로 만난 사실을 알려도 된다 안된다 달라서 일괄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는 신뢰의 문제"라며 "2025년 정원 논의를 가능하다고 우리 당도 한 대표도 했으나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정부는 안 된다고 했다. 입장이 정리가 안 됐고 믿을 수 있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 정리된 입장이 나오거나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간담회에서 박 의원은 "현재 의료대란 사태는 윤석열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을 급작스럽게 늘리면서 시작된 것"이라며 정부의 책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 상황에서 저희들이 걱정하는 의료대란의 또 하나의 측면은 교육이 가능하냐는 것"이라며 "지금 집단적으로 유급된 상황이기 때문에 원래 정원 3000명과 증원된 1500명, 유급된 3000명까지 원래 정원 3000명에서 7500명으로 늘어난 규모"라고 짚었다.

박 의원은 "저희들은 이 상황을 해결하고 의료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25년도 정원을 포함한 모든 의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고 한 대표도 이를 받아들였다"며 "그런데도 정부·여당에서는 계속 다른 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연 25년도 정원도 논의될 수 있는 의제인가에 대해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전날(11일)에 이어 이날도 "참여가 가능한 단체만이라도 일단 출발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여·야·의·정 협의체는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신속하게 출범해야 한다"며 "가능하면 추석 전에 모이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의협 같은 단체가 들어오지 않으면, 웬만한 단체가 다 들어오지 않으면 협의체를 출발할 수 없다는 입장인데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전날(11일) 의협과 대전협, 의대협을 비롯해 대한의학회, 전국의대교수협의회,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 상급종합병원협의회, 대한병원협의회, 수련병원협의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와 빅5 병원인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가톨릭서울성모병원·서울아산병원 등에 협의체 참여 공문을 보냈다. 이중 전의교협과 의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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