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조채원 기자] 기후위기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국회가 본격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9일 주재한 원대 회동에서 22대 국회 기후위기대응특별위원회(기후특위) 구성에 공감대가 이뤄지면서다. 최근 '정부의 부실한 기후위기 대응이 국민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온 것도 계기가 됐다. 22대 국회에서 실질적인 정책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기후특위가 구성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우 의장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위기 특강에서 "이번 기후특위만큼은 여러 부처와 상임위로 쪼개진 기후문제를 제대로 다루도록 최소한의 권한을 부여해 특위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재판소가 2031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실천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했다"며"국회가 미룰 수도 피해갈 수도 없는 문제인 만큼 조속히 입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도 이날 국회 상설 기후특위 구성을 재차 언급했다. 서왕진 혁신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진심으로 공감하고 환영한다"며 "역대 최악 폭염이었던 올 여름이 당신이 겪을 가장 시원한 여름일 것이라는 경고를 눈을 뜨고 귀를 열어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서 정책위의장은 "오로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만이 정도(正道)이자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책임 떠넘기기 그만하고 헌재 판결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탄소중립 이행 계획을 신속히 다시 세우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헌재는 지난달 29일 2031년부터 2049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지 않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감축 목표의 정량적 수준을 어떤 형태로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과소보호금지원칙, 법률유보원칙 등 기본권 보호의무를 위반해 청구인들의 환경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청구인 측은 '2030년까지 2018년 배출한 온실가스 40%를 줄인다'는 정부 감축 목표가 불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미래 세대에게 '안정된 기후에서 살 권리'를 비롯한 환경권, 생명권, 건강권, 행복추구권 등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것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유다. 헌재 결정에 따라 정부와 국회는 2026년 2월28일까지 해당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이날 21대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최초로 탄소세법(탄소세법안·탄소세의 배당에 관한 법률안)을 당론 발의했다. 탄소세란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활동에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말한다.
그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위기 심각성에 비해 정치권의 논의는 너무 부진하다"며 "탄소중립으로 나아가기 위해 마땅히 탄소세 도입은 국가적 중요 책무"라고 강조했다. 용 의원의 탄소세법은 탄소배출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탄소세를 과세하고, 세율은 온실가스 배출량 1톤당 8만원으로 정하고 있다. 또 탄소배출권 유상할당분은 탄소세를 대납할 수 있도록 했다.
용 의원은 이날 <더팩트>와 만나 발의 시점에 대한 물음에 "헌재 판결도 나온 만큼 여야가 이미 공감대를 이룬 기후위기 대응 문제만큼은 빨리 마무리지을 수 있어야 한다"며 "정기국회 초반인 지금 제출해 기획재정위원회 세법 심사가 있을 때 같이 검토돼야한다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국회의장과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 모두 기후특위 설치에 뜻을 같이 했다는 점에서 국회 차원의 기후위기 대응 논의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관건은 기후특위에 상설화와 기후·에너지 관련 법률안에 대한 심사 및 처리, 기후대응기금 등의 예·결산을 심사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느냐다. 양당이 지난 4·10 총선에서 기후특위 상설화와 기후위기 대응 관련 공약을 주요하게 제시한 것, 여야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공통적으로 언급한 것, 각 정당에 기후위기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는 것 등도 긍정적 흐름으로 평가된다. 21대 국회 기후특위는 비상설 특위로 만들어져 1년 2개월 정도 운영됐다. 그러나 입법권과 예산심의권이 없어 기후위기에 실질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관련 부처의 각종 보고를 받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