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비명계 구심점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최근 이재명 대표의 대표법안이자 당론 1호로 추진하는 전국민25만원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법)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과 차별화'에 나선 김 지사가 본격적인 대권행보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친명계가 주류로 자리 잡은 민주당 내에서는 김 지사에 대한 견제도 나온다.
이 대표의 '정책 멘토'라 불리는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은 1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김 지사의 주장에 "틀린 건 아니지만 보는 시각이 너무 작은 걸 보고 계신 거 아닌가 싶다"고 재반박했다.
그는 "김 지사가 선별적 복지에 굉장히 깊숙하게 관심을 가진 분이니 그런 시각이 충분히 가능하다"면서도 "25만 원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돈을 지급해 주자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총수요관리정책, 즉 경기 대응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사람이 더 어려워졌으니, 그분들을 돕자는 측면에 더해서, 민생 경제가 너무 안 좋기 때문에 여기 마중물을 전반적으로 붓는 문제"라고 부연했다.
한 친명계 초선의원은 통화에서 "당내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지금은 논의 과정이 아닌 이미 당론으로 정해진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이 대표가 직접 선별지원도 가능하다는 점을 밝혔는데 이제 와서 그런 의견을 밝히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또 다른 초선의원은 통화에서 "대권을 생각한 발언"이라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차별화하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봤다.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인 신정훈 민주당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 "김 지사의 발언이 참 유감"이라며 "이런 식으로 자기 당 정책에 대해 바람을 빼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일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구나 당 지도부에서도 '선별지원도 동의할 수 있다'고 통 크게 판단하는 문제에 대해 이런 식으로 말하면 민주당이 선별지원은 죽어도 안 하겠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 왜 이런 발언을 하는지 참 아쉽다"면서 김 지사가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인 점을 겨냥해 "여야를 떠나 기재부 출신 정치인의 생각은 아주 비슷하다. 기재부 공무원들을 '모피아'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다"고 쏘아붙였다.
서울 영등포구청장 출신인 채현일 민주당 의원도 김 지사를 향해 "보편적 복지는 그동안 민주당이 견지해 온 가치"라며 "침체된 골목상권,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 가장 앞장서야 할 민주당 단체장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다. 철회하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앞서 김 지사는 지난 7일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지금 상황에서 모든 국민에게 나눠주는 것보다 어려운 사람에게 두텁고 촘촘하게 더 지원해 주는 게 맞다"며 전 국민에게 25만 원을 보편지급하는 방식의 민생회복지원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확대재정을 통해 어려운 사람에 지원금을 주는 건 동의한다"면서도 "지난 2020년 전국민재난지원금을 줬을 때 소비와 연결되는 것이 높지 않았다"고 했다.
김 지사는 "중산층 이하라든지,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두텁고 촘촘하게 지원하면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좋고 타겟팅을 할 수 있는 재정 역할도 된다"며 "재정은 가장 효율적으로 목적에 맞게 써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생회복지원금 예산 13조 원에 대해서도 "13조 원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이 아니다"라며 "그 돈으로 할 수 있는 다른 모든 사업을 포기한 결과"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