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코앞인데…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난항'


용산·의료계 '의대 증원' '정부 책임자 경질' 평행선
野 "대화 기미 안 보여"…정부에 전향적 변화 촉구

의정 갈등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이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가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놓고 평행선을 달리는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더팩트ㅣ용산=신진환 기자] 의대 증원 문제로 촉발된 의정 갈등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여·야·의·정(여야·의료계·정부) 협의체(이하 협의체) 구성이 난항을 겪고 있다. 대통령실이 2025년과 2026년 의대 정원 유예와 의료 대란을 일으킨 대통령실·정부 책임자 경질 등 의료계의 요구에 선을 그으면서 의료계가 협의체에 참여할지조차 미지수다.

여야는 의료 공백으로 국민의 불안과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데 공감하며 하루빨리 의정 갈등의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의료계를 포함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나아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9일 협의체에 의료계의 동참을 촉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정부가 의료계와 다양한 접촉을 하고 있거나 할 예정"이라고 했다.

현재 상황을 놓고 보면 의료계가 협의체에 참여할 가능성이 적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의료계가 협의체 참여 조건으로 내건 2025년 의대 증원 백지화에 대해 "이미 입시가 시작됐기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일축했다. 2026년 이후 의대 증원에 관해서는 의료계가 과학적 근거를 갖춘 합리적 안을 제시하면 원점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대한의사협회 핵심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정부가 올해 2월 아무런 대책 없이 당장 올해 입시부터 2000명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고 했었고, 지금까지 모든 법과 절차를 어겨 왔다"며 "방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의지가 없는 거다. 저희는 지금 일어나는 일도 예고했고, 내년에 일어날 일도 미리 얘기했지만 정부가 귀를 닫고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의대 증원 2년 연기의 사회적 비용은 매우 적고, 2025·2026년 증원을 유예하더라도 7년 후 의사 수의 차이는 2% 정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올해 증원을 강행하면 내년부터 정상적인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휴학 중인 의대생들이 돌아오면 현재 정원인 3000명의 2.5배인 7500명을 교육해야 한다는 게 의협의 설명이다.

대통령실은 9일 의료계가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조건으로 내건 2025·2026년 의대 증원 백지화 요구를 일축했다. 의료계가 협의체에 참여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더팩트 DB

대통령실은 의료계와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무조건 의료계의 선결 조건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일관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또 다른 쟁점인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 요구를 일축한 점도 대표적인 대목이다. 이 관계자는 "의료개혁이 한창인 가운데 책임을 맡는 장·차관을 교체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인사권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고 말했다.

의협 관계자는 통화에서 "그동안 잘못된 정책을 이끌었던 보건복지부와 교육부의 장차관은 물론이고 대통령실 장상윤 시민사회수석은 사태를 이렇게 만든 장본인으로서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며 "최소한이 아니라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게 해달라는 것도 거부한 정부는 결국 의료 공백 사태를 해결할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의료계와 전공의의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폐기 요구도 정부가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 정부가 지난 2월 필수의료 살리기의 근본 해법으로 내놓은 필수의료 패키지에는 수련 면허체계 개선,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도입,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2028년까지 10조 원 이상을 투자해 필수의료 수가 집중 인상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표퓰리즘이라는 시각이다.

의정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협의체 구성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실과 의료계의 극명한 대립이 과연 점접을 찾을 수 있을지조차 짐작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게다가 대통령실은 "여야의정 협의체의 주체는 여당"이라며 국민의힘이 주도한다는 인식이다. 협의체 구성과 의료계의 동참에 동의하면서도 여당에 의료계 설득 책임 등을 떠넘기는 듯한 인상을 준다.

민주당이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는 한동훈 대표가 말한 여야의정 협의체로 책임을 떠넘기기만 했을 뿐, 지금 현재 어떻게 하겠다는 입장이 없다. 대화가 시작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라면서 "정부가 허심탄회하게 인정하고 폭넓게 개방적으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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