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김건희 여사가 지난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 공천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보도되자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사실이라면 명백한 국정농단"이라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고, 해당 의혹을 포함한 김건희 특검법을 재발의했다. 반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혀 한동안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을 둘러싸고 민주당은 연일 강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뉴스토마토는 김 여사가 총선을 앞두고 5선 중진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텔레그램을 통해 지역구를 창원 의창에서 PK에서 비교적 험지로 꼽히는 김해 갑으로 옮겨 출마할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김 전 의원이 지역구를 옮긴다면 대통령과 맞춤형 지역 공약을 마련하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이후 김 전 의원은 출마지를 옮겼으나 컷오프돼 공천에서 배제됐고, 화가 난 김 전 의원이 김 여사와 나눈 텔레그램 문자를 22대 현역 A·B 의원에게 보여줬다는 게 보도의 핵심 내용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6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주가조작과 명품백 수수, 고속도로 특혜, 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 외압에 이어 이제는 총선 공천 개입, 국정농단 의혹까지 불거졌다"며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 때마다 범죄 의혹들이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쌓여간다"라고 말했다. 김병주 최고위원도 "김 여사의 공천 개입설은 그간 정치권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나 다름없었다. 터질 게 터진 것"이라며 "영부인이 당무와 선거에 개입했다면 명백한 국정농단이다.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5일 열린 당 정책조정위원회의에서도 박 원내대표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소문이 무성하던 김 여사의 당무개입과 선거 개입, 국정농단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 총선 당시 윤 대통령이 전국에서 민생토론회를 열며 지역별 공약을 쏟아낸 것도 선거에 직접적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 명백해졌다. 공직선거법 위반이 된다"라고 언급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도 "역대급 총선 개입, 민주주의 파괴의 전모를 밝히고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며 "국정개입 의혹이 끊이지 않던 김 여사가 이제는 총선판에까지 손을 뻗었다니 분노를 금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수석대변인은 "사실이라면 명백한 국정농단이고 중대 범죄다. 사실이라면 국민의힘은 당명부터 바꿔야 한다. '건희의힘'으로"라고 전했다.
민주당은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심각한 사안이라고 판단하고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5일 해당 의혹을 수사 대상에 포함하는 김건희 특검법을 다시 발의했다. 황정아 대변인은 6일 기자들과 만나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끊이지 않는 국정농단 의혹이 특검법의 명분을 강화시키고 있다"며 "윤 대통령, 김 여사 그리고 한동훈 대표가 이 사안과 관련해 입장 표명을 촉구한다"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뉴스토마토 보도에 대해선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은 공지를 통해 "전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허위보도임을 알려드린다. 총선 공천은 당내 공천관리위원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 이뤄졌으며 외부 인사가 개입한 사실이 없다"며 "김 전 의원 스스로 의혹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객관적 근거 없이 공당 공천의 객관성과 독립성을 훼손했으므로 법률 검토를 거쳐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동훈 대표는 "언론에 나오는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는 컷오프 했던 것으로 저는 알고 있다. 특별히 더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김연주 대변인은 "당사자들도 사실이 아니고 허구라는 점을 분명히 확인했다. 음모론 내지 괴담을 퍼트리는 민주당의 지나친 점에 대해서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다만 국민의힘의 완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사안은 계속 정치권의 뜨거운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공천 개입이 사실이라면 명품백과는 다른 차원의 심각한 문제라고 몇몇 정치권 관계자들은 전했다. 국민의힘의 김웅 전 의원도 5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그때(공천) 당시 저희 당에서 '여사한테 텔레그램 받았다'라고 자랑하고 다니며 떠들고 다니는 사람이 있었고 실제로 공천됐다"며 "문제는 이 이야기를 믿지 않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드디어 '터질 게 터졌다'라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공직선거법 위반에도 해당한다고 김 전 의원은 지적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더팩트>와 만나 "명품백 때도 놀라긴 했지만 이번 보도는 정말 충격적이다.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한 것도 문제일 텐데 부인이 어떤 권한으로 개입하나. 말이 안 된다. 민주 정부의 일이었으면 압수수색을 수백 번을 받을 사안"이라며 "우리 당으로선 공세를 높일 명분을 차곡차곡 쌓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정당의 공천 문제에 대통령실이 개입한다는 것 자체가 범죄 행위일 수 있다. 제대로 파헤친다면 정권이 넘어갈 수 있는 문제"라며 "명품백부터 여러 사안이 많이 쌓여 있었는데 이건 제일 센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이 부분을 정쟁으로 치부할 것으로 보여 여당과 야당은 더 가열차게 대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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