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동력이 약화하는 모습이다. 여론조사기관마다 최저치에 육박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민생과 체감 경기가 여전히 어려운 데다 '응급실 뺑뺑이' 등 의료대란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개혁 추진에 야당의 협조가 불투명한 만큼 임기 반환점을 앞둔 윤 대통령의 국정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올랐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심상치 않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윤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를 조사한 결과, 긍정 평가는 29.6%로 집계됐다. 8월 2주 차 이후 3주 연속 하락하다 결국 30%대가 무너졌다. 2022년 8월 1주차(29.3%)에서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약 2년여 만이다.
반대로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라는 부정 평가는 지난주보다 0.3%포인트 오른 66.7%로 조사됐다.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 차이는 무려 37.1%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잘 모름'은 3.6%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 추진 성과 등을 공유한 국정 브리핑과 기자회견을 열고 소통에 나섰으나 오히려 부정 평가가 늘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7~29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직전 조사 대비 4%포인트 하락한 23%로 나타났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취임 후 두 번째로 낮은 지지율이다. 659명의 부정 평가자는 △'경제·민생·물가'(14%) △'의대 정원 확대', '소통 미흡'(8%) △'독단적·일방적', '전반적으로 잘못한다'(7%)의 이유를 들었다. 부정 평가는 직전 조사 대비 3%포인트 오른 66%로 조사됐다.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보수의 핵심 지지층이 이탈한 현상으로 보인다"며 "결집도가 점점 약화하고 상당히 헐거워진 상태"라고 분석했다. 이어 "앞으로 어떤 정치적 변수들이 나올지는 두고 봐야겠으나 현재 윤 대통령은 현실을 외면하는 인식을 보인다"면서 당분간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반등할 가능성은 작다고 예상했다.
대통령실은 원론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일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20%대인 가장 저조한 지지율에서 시작했고,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저항이 예상되지만 쉽지 않은 길을 선택했다"면서 "윤석열 정부는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국민의 목소리에 계속해서 귀를 기울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도 이날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어 "정치적 유불리 셈법을 따져 수년간 방치해 온 의료개혁을 윤석열 정부는 오로지 국민 생명권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추진하고 있다"며 "정치적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국민의 생명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난 정부는 의대 증원을 추진했지만 개혁은 좌초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극단적 여소야대 상황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과 야당 간 갈등이 첨예해지는 점은 윤 대통령의 원활한 국정을 어둡게 하는 요소다. 정부가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선 입법 권력을 차지한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야당과 관계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22대 국회 개원식에 불참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현직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에 불참한 것은 윤 대통령이 처음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재 국회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약간 비정상적인 국회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개원식에 불참한 것에 대해 민주당이 국무위원 탄핵과 청문회를 남발하고 계엄 준비설과 독도 지우기 등 거짓 선동을 일삼고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정 대변인은 "근거조차 없는 계엄론으로 국정을 마비시키려는 야당의 계엄 농단, 국정농단에 맞서서 정부는 단호히 대응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정부가 야당과 강하게 대치하는 국면이 지속된다면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어려울 공산이 크다. 윤 대통령이 직접 "효율적인 재정 운용을 위한 정부의 치열한 고민과 노력을 담았다"라고 설명한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과 여러 정책에 관한 정부의 법률안을 입법화하려면 야당의 동의가 필요하다. 입법 과제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다면 윤 대통령이 국정과제를 수행할 동력을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기사에 인용된 리얼미터의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2.7%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다.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 추출해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응답률은 12.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