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정쟁 중단" 李 "채상병 특검법 결단"…기싸움 팽팽


11년 만의 여야 대표 회담…핵심의제 이견 여전
한 "대표회담 정례화" 이 "공통공약 추진 협의기구 설치" 각각 제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양당 대표 회담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여야 대표가 공식 회담을 갖는 건 11년 만이다. /국회=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11년만의 여야 대표 회담에서 양당 대표는 민생과 협치를 말하면서도 견제를 늦추지 않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정치개혁과 정쟁중단을 제안하면서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겨냥했다. 이 대표는 채상병 특검법 제3자 추천과 제보조작 의혹을 모두 수용하겠다면서 한 대표에게 결단을 촉구했다. 한 대표는 대표회담의 정례화를, 이 대표는 양당의 공통공약을 추진하는 협의기구를 설치할 것을 각각 제안했다.

1일 국회에서 열린 여야 대표 회담 모두발언에서 양당 대표는 당초 합의한 10분을 넘어선 13분·15분간 현안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먼저 한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법안 강행 처리-거부권-재표결-폐기-재발의'라는 도돌이표 정쟁정치가 개미지옥처럼 무한 반복되고 있고 국회의 탄핵소추권 남용과 처분적 입법 남발이 삼권분립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악순환을 끊어내자"며 정쟁 중단을 제안했다.

그러면서도 한 대표는 "최근 이 대표를 수사한 검사에 대한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기각됐다"며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수사나 기소에 관여한 검사들을 상대로 시리즈로 해 온 민주당의 탄핵은, 곧 예정된 이 대표에 대한 판결 결과에 불복하기 위한 빌드업으로 보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곧 나올 재판 결과들에 대해, 국민의힘은 설령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선을 넘는 발언을 자제하겠다"며 "그러니, 민주당도 재판불복 같은 건 생각하지 않으실 거라 기대한다. 무죄를 확신하고 계시는 듯하니 더욱 그렇다"고 덧붙였다.

한 대표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거듭 주장했다. 그는 "이 대표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인식을 갖고 계신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의미 있는 공감대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자본시장의 밸류업 정책으로 자산 형성의 사다리를 더 많이, 더 편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금투세를 폐지하는 데에 국민의힘이 집중하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1대 99식의 국민들 갈라치기 정치 프레임은, 개미 투자자들 모두가 피해 본다"고 했다.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현금살포를 민생 대책으로 말씀하십니다만, 쓸 수 있는 혈세는 한정되어 있고, 개인들이 느끼는 격차의 질과 수준이 다 다르다"며 "모두에게 획일적으로 똑같은 복지가 아니라 모두의 필요에 의해 맞춰진 복지를 하겠다는 게 국민의힘의 생각"이라고 반대 의사를 재확인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 대표 회담에서 인사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한 대표에 이어 모두발언에 나선 이 대표는 "(한 대표가) 정치개혁에도 많은 말씀 해주셨다"며 "저는 국회의원의 특권 얘기도 중요하지만 상응하는 대통령의 소추권에 대해서도 같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행정독재국가로 흘러갈 위험이 매우 크다"고 했다.

특히 "최근 계엄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며 "종전에 만들어진 계엄안을 보면 계엄해제 국회가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국회의원들을 계엄 선포와 동시에 체포 구금하겠다 그런 계획을 꾸몄다는 얘기도 있다. 이건 완벽한 독재국가"라며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가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한 대표에게 "제3자 추천안·증거조작 의혹 특검 모두 수용하겠다"면서 채상병 특검법 결단을 촉구했다. 그는 "한동훈 대표께서도 전 국민 상대로 공언했다. 전 그게 진심이라 생각하고 그 진심이 지금도 바뀌지 않았을 것이라 확신한다"며 "이제 결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한 대표의 입장이 난처한 것을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공당,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란 자신이나 개인 또는 주변의 특별한 문제 때문에 국민적 대의를 벗어날 수 없다. 말씀하신 것이기도 하고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또 뭐 소소한 조건들을 추가한다면 그 역시도 저희가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서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대표는 '현금지원'이라는 한 대표의 주장에 대해 "현금지원이 아니라 특정 기간 안에 몇 개월 내에 쓰지 않으면 소멸하는 소멸성 지역화폐, 즉 소비쿠폰"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민생회복지원금이 복지정책이 아니라 경제정책이라고 강조하며 "세금을 더 많이 내는 사람을 역차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굳이 차등지원, 선별지원 하겠다면 그것도 받아들일 용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적정한 선에서 협의해서 지원하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반면 금투세에 대해서는 합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대표는 "금투세는 금투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라며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비정상이기 때문에 세계 대부분 국가들이 가진 금투세를 지금 적용하면 안 그래도 비정상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문제생길 수 있으니 이걸 교정하자, 보완하자는 차원에서 하신 얘기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시장 정상화를 노력해야지 시장 비정상이니까 비정상적인 대책 내자는 것 적절하지 않다"며 "시장 저평가를 해결할 수 있도록 주주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 주주 충실의무 확대라든지 소수주주 보호 위한 제도 도입 등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투세를 또 지금 당장 시행하는 건 정부시책에 부족한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일정 기간 대폭 완화해서 시행하는 방안도 한번 검토해 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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