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조채원 기자] 개혁신당 허은아 지도부가 26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지난 5월 19일 추임한 허 대표의 첫 일성은 '전국정당으로의 발돋움'이었다. 지방선거에서 전국에 후보를 내고 풀뿌리 조직을 제대로 세팅해 차기 대선을 대비하겠다는 취지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동시에 배출한 '가장 정상적인 정당'을 표방하며 거대여야의 정쟁에 매몰되지 않는 독자적인 노선을 구축하겠다는 포부도 내걸었다.
허 대표는 이날 취임 이후 성과로 조직위원장 인선·14개 부분 위원회 구성·당원 증가 등 '규모의 성장'을 꼽았다. 앞으로는 '세대교체를 위한 시대교체'란 비전을 구체적으로 실현해 대안 세력으로의 존재감을 부각해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졌다.
◆ 당 비전은 "세대교체 통한 시대교체 실현"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는 26일 당 2기 지도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당의 비전으로 "세대교체를 통한 시대교체 실현"을 제시했다.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통령 선거거를 대비하는 차원에서다. 허 대표는 "오늘의 정치는 한마디로 '꼰대 레짐'이라 불러야 마땅하다"며 "운동권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 생) 정치인과 웰빙보수가 양분해 공생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꼰대레짐을 뒤집어 젊고 역동적이고 실용과 대안에 충실한 '넥스트 레짐'으로 전환하는 것이 시대의 소명이고 국민의 바람"이라며 "할 말은 과감하게 하고, 지킬 것은 단단하게 지키며, 국민과 함께 현장에서 뛰는 정치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허 대표는 지도부 출범 후 성과로 '규모의 성장'을 언급했다. "254개 국회의원 선거구 가운데 61개 선거구에 대한 조직위원장 인선을 마무리했고 취임 때 6만5000여명이었던 당원 수가 현재 7만2000여 명으로, 약 7000명가량 늘어나는 성과를 이루었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 안 100개 당협을 만들어 전국정당의 기틀을 확고하게 다지고 시도당을 정상적으로 운영해 수권정당의 토대를 차곡차곡 쌓아나가겠다"며 "쉬운 것은 아니지만 우직하게 정석대로 나아가 올해 안에 8%대 지지율도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향후 당력을 집중할 정치 현안으로는 의료·연금·교육개혁을 꼽았다. 개혁신당은 22대 국회에서 미래세대를 위한 국민연금 개혁안을 가장 먼저 공론화하고 정부가 책임있는 태도를 가질 것을 촉구해왔다. 허 대표는 "오는 목요일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할 연금개혁안을 주목해 볼 것"이라며 "교육개혁 문제를 위해 교사노조와 계속 만나 많은 목소리를 듣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기범죄를 너무 쉽게 넘어가는 부분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개혁 뿐 아니라 바로 옆에서 불편하지 않을 수 있는 법안에 대해 이야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제3지대 비교섭단체인 조국혁신당과의 차별화 방안에 대해서는 "정책적으로도, 가는 길도 완전히 다르다. 혁신당은 '조국'이란 브랜드로 인지도와 지지율을 함께 높이려 하고 있지만 지지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원내 의원들은 원내에서 목소리를 내며 대한민국을 바꾸는 일을 해야지 당의 지지율을 높이는 일에 전면에 서는 걸 원치 않는다"고 설명했다.
◆ '시대교체 요구' 제대로 진단했지만…정체성·구체성 불분명 지적도
정치평론가들은 허 대표가 내세운 '넥스트 레짐'에 대해선 긍정평가하면서도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는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산업화·민주화 시대에 갇혀 있다는 것"이라 "무당층 비중도 굉장히 높고 진보, 보수 둘 싫다는 국민들이 많은 이유는 결국 기성 정치가 지금 변화한 시대를 대변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공감을 표했다. 이 대표는 "이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의미로 '넥스트 레짐' 메시지를 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하고, 개혁신당의 역할을 기대해볼 수 있다"면서도 "소수 정당의 한계가 있고, 지지층이 2030 남성층으로 좁혀져 있다는 점에서 당이 말하는 '넥스트 레짐'은 무엇인가, 외연을 어떻게 넓혀갈 것일지 구체화하는 것이 향후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영 평론가도 통화에서 "당이 '3석 원내 정당'이 된 건 이준석 의원 개인기가 컸다"며 "22대 국회 임기가 시작해서는 천하람 원내대표가 이야기한 특검법 발의 외 거대여야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전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내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확실한 보수로서 메기 효과를 누릴 것인가, 전반적인 '모두 까기'형 정당으로 자리 잡을 것인가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세대교체를 통한 시대교체 실현' 구호에 대해선 "혁신당처럼 '특검 정국'에 매몰되지 않고 청년·미래 세대에 대한 메시지를 낸다는 점에선 신선하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구체성이 부족하면 레토릭에 그칠 뿐"이라며 "세대 교체를 이루기 위해 어떤 의제와 담론을 꺼낼 것인지, 어떻게 제도와 정책으로 뒷받침할 지, 혹은 당이 내세우는 차기 대선주자 이 의원이 발휘할 수 있는 역랑 등을 보여줘야 메시지에도 힘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